[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여행] (5)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윤판나물, 딱총나무 (2019.04.21)

푸레택 2019. 4. 21. 20:17

 

 

 

 

 

 

 

 

 

 

 

 

 

 

 

 

 

 

 

 

●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윤판나물, 딱총나무(2019.04.21)

 

● 딱총나무 / 박상진 경북대 교수 (우리나무의 세계1)

 

우리의 전통 민속놀이 중에 딱총놀이가 있다. 이대로 긴 통을 만들어 나무 열매나 씨앗 총알을 넣고 그 안에 물에 적신 종이를 채워 압력을 가하면 총알이 날아가는 장난감이다. 그래서 딱총의 옛 이름은 지총(紙銃), 혹은 지포(紙砲)다. 근세에 들어서면서 딱총은 화약을 쌀알만큼 종이로 싸서 장난감 권총에 장전하여 충격으로 소리가 나는 형태로 발전했다.

 

딱총나무는 딱총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생각된다. 이 나무줄기의 가운데에 있는 골속은 다른 나무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크다. 골속은 마치 스펀지처럼 생겼다. 수수깡과 같다고 생각하면 크게 차이가 없다.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골속은 꺼내서 수수깡처럼 장난감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을 분지르면 ‘딱!’ 하고 딱총소리가 난다고 하여 딱총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또 골속은 현미경 실험에 빠지지 않은 재료였다. 가는 뿌리나 나뭇잎 등의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하여 두께 0.02밀리미터 정도의 얇은 절단편(切斷片)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대로는 너무 부드러워 자르기가 어려우므로 골속에다 끼워 넣어 절단했다. 요즈음이야 얼마든지 좋은 보강 재료가 있어서 이 방법을 쓰지 않지만, 1980년대에는 식물학 책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딱총나무의 또 다른 이름은 접골목이다. 옛날 사람들은 뼈가 어긋나거나 부러지면 딱총나무의 가지를 까맣게 태워서 가루를 내고 식초를 섞어 환부에 두껍게 바르고 부목을 대어 묶어두는 방법으로 치료를 했다. 딱총나무는 부러진 뼈를 붙이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우리나라, 중국, 일본 모두 접골목이란 이름을 쓴다. 뼈붙이기 이외에도 신경통, 이뇨작용, 위장약 등 여러 가지 병 증상의 약재로 쓰인다. 유럽에서 자라는 서양딱총나무 역시 약으로 쓰이며, 열매로 만든 술은 엘더베리 와인(elderberry wine)이라 하여 상품화까지 되어 있다.

 

딱총나무는 전국에 걸쳐 약간 습한 곳이면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갈잎 작은 나무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것은 사람 키보다 조금 큰 정도지만 크게 자라면 5~6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딱총나무는 비슷한 형제가 많다. 덧나무, 지렁쿠나무, 말오줌나무 등이 있으며, 이들의 생김새가 서로 쌍둥이 뺨치게 너무 닮아서 웬만한 눈썰미로는 차이점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지렁쿠나무의 경우 지름이 거의 30센티미터나 되는 큰 나무를 보길도에서 만날 수 있었고, 울릉도에서 자라는 말오줌나무도 상당히 큰 나무가 있다고 한다. 딱총나무 가(家)의 식구들은 꽃과 열매가 모두 아름다워 정원수로 심어두고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우리 나무들이다.

 

딱총나무의 어린 가지는 녹색이나, 나이가 들면서 나무껍질은 회갈색으로 변하여 코르크질이 발달하고 세로로 깊게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기하며, 2~3쌍의 작은 잎이 모여 한 잎 대궁에 달리는 겹잎이다. 황록색의 작은 꽃은 원뿔모양의 꽃차례에 모여 피고, 팥알 굵기만 한 열매는 여름에 들어서면서 진한 붉은색으로 익는다. 초록빛 잎사귀를 그대로 두고 열매가 익기 때문에 눈에 확 띈다. 가을이 오기 전에 열매는 거의 다 떨어져 버린다. 다른 열매가 익기 전, 강렬한 색깔 대비로 먼저 새들을 유혹하겠다는 전략일 터다.

 

● 윤판나물 (Disporum uniflorum Baker)

 

수줍은 듯 아래로 꽃이 피는...

윤판나물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자생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특히 제주도, 울릉도 등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품종이다. 지대가 낮은 숲속의 반그늘이 있는 토양이 비옥한 곳에서 잘 자라며, 키는 30~60㎝이다. 뿌리줄기는 짧고 뿌리가 옆으로 뻗으며 위에서 큰 가지가 갈라진다. 전체적으로 털이 없고 잎은 끝이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윤판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흥미롭다. 지리산 주변에서는 귀틀집을 윤판집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식물의 꽃받침이 마치 윤판집의 지붕을 닮아서 윤판나물이라고 붙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잎은 길이가 5~15㎝, 폭은 1.5~4㎝로 긴 타원형이고 어긋난다. 꽃은 4~6월 황색으로 피는데, 길이는 약 2㎝ 정도로 가지 끝에 1~3개가 통 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달린다. 열매는 7~8월경에 흑색으로 길이가 약 1㎝ 정도 되며 둥글게 달린다.

 

윤판나물은 겉모습만 보면 둥굴레와 구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윤판나물의 꽃은 황금색인 반면 둥굴레 꽃은 흰색에 끝이 녹색인 것이 다르다. 또 생김새가 애기나리하고도 비슷해, 대애기나리, 큰가지애기나리라고도 한다.

 

백합과에 속하며, 관상용으로 쓰이고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 뿌리와 줄기는 약용으로 사용된다. 식용할 때는 나물로 무쳐 먹거나 국에 넣어 끓여 먹는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사할린 섬 등에 분포한다. 꽃말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이다. (야생화 백과사전 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