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황매화, 애기똥풀 (2019.04.21)
● 황매화 / 박상진 경북대 교수 (우리나무의 세계1)
봄이 한창 무르익어 갈 즈음인 4월 말이나 5월 초에 걸쳐 양지바른 정원의 한 구석에서 유난히 초록빛이 짙은 잎사귀 사이에 샛노란 꽃을 잔뜩 피우는 자그마한 나무가 있다. 이 나무는 잎과 함께 피는 꽃이 매화를 쏙 빼닮았고 색깔이 노랗다고 하여 ‘황매화(黃梅花)’라고 부른다.
황매화란 홑꽃으로서 다섯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치면 5백 원짜리 동전 크기보다 훨씬 크다. 이름에 매화가 들어갔지만 같은 장미과라는 것 이외에 둘은 촌수가 좀 먼 사이다. 게다가 매화처럼 고이고이 대접하지 않아도 별 불평 없이 잘 자라주는 나무다.
중국에서 들어온 황매화는 정원 구석에 팽개쳐 두어도 어김없이 꽃을 피우고 담장 밑에 저 혼자 줄지어 자라기도 한다. 선비들이 읊조린 시 속에 가끔 등장하는 영광도 누렸지만 매화에 밀려 뒤뜰을 지키는 꽃으로 만족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황매화는 꽃뿐만 아니라 진달래와 같이 화전(花煎)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황매화란 이름은 20세기 초 우리나라 식물에 표준 이름을 붙일 때 새로 만든 것으로 짐작된다. 왜냐하면 옛 문헌에 이 나무로 짐작되는 꽃나무가 등장하지만, 다른 이름이기 때문이다. 《동국이상국집》에 보면 지당화(地棠花)를 노래한 시가 있는데, “꽃의 특징은 짙은 황색이고 여름철에 핀다”라고 하여 꽃 피는 시기에 약간 차이가 있으나, 황매화임을 알 수 있다.
옛날에 임금님이 꽃을 보고 선택하여 심게 하면 어류화(御留花)라 하는데, 황매화는 선택받지 못하고 내보냈기 때문에 출단화(黜壇花), 출장화(黜墻花)란 이름도 갖고 있다. 또 《물명고》에 체당(棣棠)이란 꽃의 설명을 보면 “음력 3월에 꽃이 피며 국화를 닮았고 진한 황색 꽃이 핀다”라고 하였는데, 이 역시 황매화다. 체당은 황매화의 중국 이름이기도 하다.
황매화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황씨 성을 가진 한 부자가 외동딸을 데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고운 처녀로 자란 딸은 이웃의 청년과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마을을 잠시 떠나게 된 청년은 이별의 징표로 손거울을 쪼개어 서로 나눠 갖기로 한다. 한편 처녀를 평소 짝사랑해오던 뒷산의 도깨비는 청년이 떠나자 처녀를 붙잡아다 도깨비굴에 가둬놓고 입구를 가시나무로 막아버렸다.
세월이 흘러 마을로 돌아온 청년은 처녀를 찾아 도깨비굴로 달려갔지만 가시나무 때문에 구해낼 수가 없었다. 그때 마침 도깨비가 거울에 반사되는 햇빛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처녀는 청년에게 징표로 갖고 있던 반쪽 거울을 던져주었다. 청년은 거울 조각을 맞추어 돌아오는 도깨비의 얼굴에 정면으로 햇빛을 비추자 놀란 도깨비는 멀리 도망쳐 버렸다. 도깨비를 쫓아버리자 굴 앞의 가시나무는 차츰 가시가 없어지고 길게 늘어지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황매화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의 옛 문헌에 흔히 나오는 황매는 황매화와 혼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황매는 황매화 꽃이 아니라 매실이 완전히 익어서 노랗게 된 매화열매를 말한다. 특히 매화가 익을 때 오는 비를 황매우(黃梅雨)라 하는데, 이는 장맛비를 일컫는다.
황매화는 사람 키 남짓한 작은 나무이며 많은 곁줄기를 뻗어 무리를 이루어 자란다. 가지나 줄기는 1년 내내 초록빛이며 가늘고 긴 가지들은 아래로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때로는 깊게 패고 이중톱니가 있다. 열매는 초가을에 꽃받침이 남아 있는 채로 안에 흑갈색의 씨앗이 익는다.
황매화는 홑꽃 이외에 꽃잎이 여러 겹으로 된 겹꽃 황매화가 있다. 죽도화, 혹은 죽단화란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황매화보다 더 널리 심고 있다. 황매화, 죽도화(죽단화)는 엄밀히 구분하여 부르지 않는 경우도 많아 혼란스럽다. 겹꽃 황매화는 알기 쉽게 ‘겹황매화’로 통일하여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 애기똥풀 (Chelidonium majus var. asiaticum)
애기똥풀은 줄기를 자르면 노란 액체가 뭉쳐 있는 것이 꼭 노란 애기똥과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로는 셀런다인(Celandine)이라고 하는데, 이는 제비를 뜻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비가 알에서 부화할 때 눈이 잘 뜨이지 않아 어미 제비가 애기똥풀의 노란 진액을 물어다 발라주어 눈을 뜨게 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속뜻은 ‘어머니가 몰래 주는 사랑’이다.
애기똥풀은 전국의 산지는 물론 동네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두해살이풀로, 양지바른 곳이면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키는 30~70㎝ 정도 된다.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속이 비어 있으며 분처럼 흰색을 띤다.
잎은 어긋나며 길이는 7~14㎝, 폭은 5~10㎝이다. 잎의 끝이 둥글고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꽃은 5~8월에 황색으로 피며, 길이는 1.2㎝이고 줄기 옆에서 나온다. 꽃잎은 4장이며, 꽃봉오리 상태에서는 많은 털이 나 있다. 꽃은 매미꽃이나 피나물과 흡사하다. 모두 노랗고 작으며, 꽃잎이 네 장인 꽃이 핀다. 그러나 잎을 보면 구분할 수 있다. 열매는 9월경에 달리는데, 길이는 3~4㎝, 지름이 2㎜ 정도의 좁은 원주형이다.
양귀비과에 속하며 까치다리, 젖풀, 씨아똥이라고도 한다. 어린잎은 식용하며, 꽃을 포함한 잎과 줄기는 백굴채라고 해서 약용으로 쓰인다. 그러나 독성이 강하므로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동북부, 사할린, 몽골, 시베리아, 캄차카반도 등지에 분포한다. (야생화 백과사전 여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