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봄꽃여행] (6)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백작약, 철쭉, 산철쭉 (2019.04.21)

푸레택 2019. 4. 21. 20:22

 

 

 

 

 

 

 

 

 

 

 

 

 

 

 

 

 

 

 

 

●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백작약, 철쭉, 산철쭉 (2019.04.21)

 

● 철쭉 / 박상진 경북대 교수 (박상진의 나무 세상)

 

봄의 끝자락 5월 중하순에 들어서면 소백산, 지리산, 태백산 등 전국 높은 산꼭대기에 군락으로 자라는 철쭉은 분홍빛 꽃모자를 뒤집어쓴다. 산기슭의 큰 나무 그늘부터 바람이 생생 부는 높은 산의 꼭대기까지 어디에나 잘 살아갈 만큼 철쭉은 생명력이 강하다.

 

진달래와 철쭉 종류(철쭉, 산철쭉, 영산홍)는 꽃 모양이 비슷하여 관심있는 이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우선 진달래는 꽃이 먼저 핀 다음에 잎이 나오므로 꽃과 잎이 같이 피는 철쭉 종류와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철쭉은 가지 끝에 작은 주걱 모양으로 매끈하게 생긴 잎이 너댓 장 돌려나며 꽃빛깔이 아주 연한 분홍빛이어서 오히려 흰 빛깔에 가깝다. 그래서 남부 지방에서는 색이 연한 진달래란 뜻으로 '연달래'라고도 한다. 산철쭉은 잎 모양이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에 버들잎처럼 길고 갸름하게 생겼으며 꽃빛깔은 붉은 빛이 많이 들어간 분홍빛이어서 오히려 붉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영산홍(暎山紅)은 영 복잡하다. 왜냐하면 일본에서 주로 개량하여 보급되는 나무이나, 분류학의 체계가 거의 완전히 잡혀 있는 오늘날도 영산홍만은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다'고 교과서에도 적혀 있을 정도다.

 

모양새는 산철쭉과 비슷한 품종이 많아 서로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들은 갸름한 좁은 잎사귀에 진달래처럼 생긴 꽃이 피는 자그마한 나무가 산에 자라면 산철쭉, 정원에 심어진 것은 영산홍으로아는 수밖에 없다.

 

옛 사람들은 철쭉을 척촉이라 하였다. 꽃이 너무 아름다워 지나가던 나그네가 자꾸 걸음을 멈추어 철쭉 척자에 머뭇거릴 촉자를 썼다 하며, 또 다른 이름인 산객(山客)도 철쭉꽃에 취해버린 나그네를 뜻한다.

 

삼국유사에 보면 성덕왕(702-737) 때 순정공(純貞公)의 부인 수로(水路)는 신라 제일의 미인이었다. 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길에 따라나선 수로부인은 천길 절벽에 매달린 철쭉을 따 달라고 한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위험하다고 거절하자 지나가던 노인이 몰고 가던 암소를 팽개치고 절에 기어올라 철쭉꽃을 따다 노래까지 지어 바쳤다.

 

동국이상국집에도 철쭉에 대한 시가 실려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철쭉, 영산홍, 일본철쭉이 서로 뒤섞여 여러 번 기록되어 있고,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는 세종23년(1441) 봄에 일본에서 철쭉 두 화분을 보내왔다고 한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영산홍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산림경제에도 일본철쭉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즐겨 심고 가꾸는 영산홍이 기록처럼 적어도 조선왕조 이전에 일본에서 수입된 꽃나무인지, 아니면 우리의 산에 흔히 자라는 산철쭉이나 철쭉을 말하는 또 다른 이름인지 명확히 알 수가 없다.

 

철쭉꽃에는 마취성분을 포함한 유독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양(羊)이 철쭉을 잘못 먹으면 죽기 때문에 양척촉이라는 이름이 있다고 본초도감에 적혀 있으며, 음력 3-4월에 꽃을 따서 말린 것을 약으로 쓴다.

 

● 백작약 (Paeonia japonica Miyabe & Takeda)

 

백작약은 멸종 위기에 몰린 식물 중 하나이다. 하도 귀해서 어떤 분들은 산삼보다 보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강원도 홍천 구만리에 대규모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본래 그 지역은 골프장을 건설할 계획인데, 우리의 귀한 식물이 보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작약은 우리나라 각처의 산지에서 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작약의 한 종류로, 작약 하면 옛날부터 재배되어 온 꽃이다. 중국에서는 모란보다도 먼저 재배되기 시작했다. 꽃이 워낙 크고 아름다운데, 재배종은 붉은색, 흰색 등 다양한 품종이 개량되어 있다.

 

백작약은 토양 비옥도가 높고 반그늘이며 물 빠짐이 좋은 산지에서 잘 자라며, 키는 40~50㎝이다. 꽃이 붉거나 가지색인 것을 적작약이라고 하고, 꽃이 흰 것을 백작약이라고 따로 부르기도 한다.

 

잎은 길이 5~12㎝, 폭 3~7㎝로 앞면은 녹색이지만 뒷면은 흰빛이 돈다. 잎은 3~4개가 어긋나게 달리고 모양은 긴 타원형이다. 꽃은 6월에 백색이나 붉은색으로 피며, 지름은 4~5㎝이다. 원줄기 끝에 한 송이씩 달린다. 열매는 8월경에 길이 2~3㎝ 정도의 긴 타원형으로 달리고 종자는 검은색이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산작약이라고도 한다. 관상용으로 쓰이며 뿌리는 약용으로 쓰인다. 백작약이 귀해진 건 바로 뛰어난 약효 때문에 무분별하게 채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헤이룽 강과 우수리 강 등지에 분포한다. (야생화백과사전 여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