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산림과학원 홍릉수목원 홍릉숲 4월 풍경: 할미꽃, 병아리꽃나무, 벌깨덩굴, 히어리 (2019.04.21)
● 히어리 / 박상진 경북대 교수 (우리나무의 세계2)
히어리 무리는 세계적으로 약 30여 종이 있으며, 자람의 중심지는 중국이다. 히말라야와 일본에 몇 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한 종이 자랄 뿐이다. 일제강점기인 1924년 조계산, 백운산, 지리산 일대에서 처음 히어리를 찾아내 학명에 'coreana'란 종명을 붙인 특산식물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로서 특별보호를 받고 있다.
히어리라는 이름은 마치 외래어처럼 느껴지지만 순수한 우리 이름이다. 발견 당시 마을 사람들이 뜻을 알 수 없는 사투리로 ‘히어리’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이것이 그대로 정식 이름이 됐다. ‘송광납판화’(松廣蠟瓣花)란 별칭도 있다. 송광(松廣)은 히어리를 처음 발견한 곳이 송광사 부근이어서 그대로 따왔고, 납판화란 중국 이름을 빌려서 만들었다. 히어리의 꽃받침이나 턱잎은 얇은 종이처럼 반투명한 것이 특징인데, 밀랍을 먹인 것 같아 납판(蠟瓣)이라 했다.
히어리는 풍년화, 영춘화, 납매 등과 함께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나무로 유명하다. 이들 4인방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벌써 2월이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히어리는 잎이 나오기 전 8~12개씩 작은 초롱모양의 연노랑 꽃이 핀다. 원뿔모양의 꽃차례라고는 하나 꽃대 길이가 짧아 이삭처럼 밑으로 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꽃이 다 피어도 꽃잎은 반쯤 벌어진 상태로 있으며, 안에서 보라색 꽃밥을 다소곳이 내밀고 있는 모습이 소박하고 정겹다.
히어리는 키가 3~5미터 정도 자라는 작은 나무이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 포기처럼 된다. 처음 발견된 곳은 남부지방이었으나 경기도까지 자라고 있음이 최근 확인되었다. 잎은 원형이거나 넓은 타원형이며, 하트모양의 잎이 흔하다. 옆으로 뻗은 잎맥이 뚜렷하여 주름이 잡힌 것처럼 보이고 안으로 나 있는 흰 톱니도 특별하다. 추위가 채 풀리지도 않은 이른 봄부터 서둘러 꽃 피우기가 끝나면 열매는 천천히 말 그대로 서둘지 않고 가을까지 내실을 다져간다. 마른 열매이고 갈색으로 익는데, 여러 개의 씨방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방마다 2~4개의 새까만 씨가 들어 있다.
히어리의 속명인 'Corylopsis'는 개암나무(Corylus)를 닮았다는 뜻의 ‘옵시스(opsis)’가 합쳐진 말이고, 영어 이름도 '윈터하젤(Winter Hazel)' 즉 겨울개암이다. 개암나무와 히어리는 전혀 다른 식물이지만 잎 모양이 닮았으며, 히어리의 열매가 설익었을 때 보면 개암과 비슷하다. 일본에서 자라는 다섯 종의 히어리는 접미어에 모두 층층나무를 뜻하는 ‘수목(水木)’을 붙였다.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그들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사람들이 붙인 이름에는 이렇게 엉뚱한 구석이 있어서 헷갈릴 때가 많다.
● 병아리꽃나무 (Rhodotypos scandens Makino)
병아리꽃나무는 장미과의 작은 나무로 높이 1~2m 정도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황해도 이남의 해안가 낮은 산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다. 원산지는 한국, 중국, 일본이다. 학명은 Rhodotypos scandens (Thunb.) Makino이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발산리에 있는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 군락이 천연기념물 제371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줄기는 여러 개의 가는 줄기가 올라와 다발을 이룬다. 꽃은 4~5월에 새 가지 끝에 하얀색의 양성화가 한 개씩 달린다. 까맣게 광택이 나는 열매는 4개씩 모여 달리며, 9~10월이면 익어 이듬해 봄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반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병아리꽃나무는 하얀 꽃을 병아리에 비유해서 붙인 이름이다. 꽃잎 넉 장이 넉넉하게 벌어지면서 바람에 한들거리는 모습이 연약한 병아리가 봄에 마을을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 죽도화, 자마꽃, 이리화, 개함박꽃나무, 대대추나무 등으로도 불린다.
황해도에서는 ‘계마'(鷄麻)라 하여 혈이 허해서 신장이 약해졌을 때 원기를 회복하기 위한 약재로 사용하였다. 꽃과 열매가 아름다워 공원이나 정원에 흔하게 식재되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나 자생지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 (Daum 백과 발췌)
● 할미꽃 (Pulsatilla koreana Nakai Mori)
봄꽃 중 할미꽃만큼 정겨운 꽃도 드물다. 아마 제비꽃과 쌍벽을 이룬다고 할까. 이른 봄 양지바른 무덤가에 하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난 할미꽃을 보노라면 생전의 할머니를 대하는 듯한 느낌까지 난다.
할미꽃에는 전설이 전해진다. 손녀 세 명을 둔 할머니가 있었는데, 첫째는 부잣집으로 시집을 가고, 둘째도 양반집으로 시집갔지만 셋째는 가난한 농사꾼 집에 시집을 갔다. 어느 날 할머니가 손녀들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첫째는 밥 한 그릇 주고 얼른 가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할머니를 쫓아내듯 대문 밖으로 떠밀었다. 할머니는 할 수 없이 셋째 손녀한테 가기로 했지만 너무 지쳐서 쓰러져 죽고 말았다. 다음 해 봄 할머니가 쓰러졌던 곳에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꽃대가 구부러진 꽃이 피니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할미꽃은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자란다. 그 넓은 제주도에 할미꽃이 자라지 않는다니 신기한 일이다. 양지바른 곳, 특히 토양이 중성화된 곳에 서식하는데 키는 30~40㎝이다. 잎은 길이가 30~40㎝로 새의 날개처럼 깊게 2~5갈래로 갈라지며, 전체에 긴 하얀 털이 빽빽히 나서 흰빛이 돌지만 표면은 짙은 녹색이고 털이 없다. (야생화 백과사전 봄편)
꽃은 4~5월에 붉은색으로 피며, 길이는 약 3㎝ 정도이다. 잎 끝에서 줄기가 올라오며 줄기 끝에 1개의 꽃이 긴 종처럼 달린다. 꽃잎 겉면은 잔털이 많이 나 있고, 안쪽은 검붉은 자주색이다. 열매는 5~6월경에 익으며 긴 달걀형이고 겉에는 가는 흰색 털이 있으며, 아래쪽에 검은색의 종자가 붙어 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며, 노고초, 가는할미꽃이라고도 한다. 주로 관상용으로 심고, 뿌리는 약용으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부, 우수리 강, 헤이룽 강 근처에 분포한다. 꽃말은 ‘슬픔’, ‘추억’, ‘슬픈 추억’, ‘충성’ 등이다.
● 벌깨덩굴 (Meehania urticifolia Makino)
꽃은 서로 비슷한 것은 많아도 똑같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우리 얼굴이 다르듯 꽃들도 다 저마다의 빛깔과 멋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꽃들이 생겨났는지 신비로운데, 벌깨덩굴 꽃도 참 희한하다. 색은 보라색인데, 한쪽 부분은 하얗다. 마치 잉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처럼 생겼다. 그리고 붉은 점이 있고 수염 같은 털이 송송 나 있다.
벌깨덩굴은 처음에 자랄 때와 자란 뒤가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처음에는 곧게 자라지만 꽃이 지고 종자가 결실된 뒤부터는 곧게 서는 게 아니라 다른 식물을 감기 시작한다. 덩굴식물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 지난 후 자생지에 가면 원래의 모습은 없고 덩굴만 있어서 다른 식물로 오인하기도 한다.
벌깨는 그럼 무슨 뜻일까? 먼저 뒷글자 ‘깨’는 잎이 마치 깻잎을 닮아서 붙여졌고, 앞의 벌은 벌이 이 식물에 많이 날아와서 붙여진 것 같다. 깨 향이 많이 나는데, 벌들이 깨가 쏟아지도록 즐겁게 꿀을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볼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민가에서는 양봉을 위한 밀원식물로도 활용된다.
벌깨덩굴은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숲속에 약간 습기가 있는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길이는 15~30㎝가량이며, 줄기는 특이하게도 사각형이다. 잎은 길이가 2~5㎝, 폭은 2~3.5㎝이다. 약간 세모형이지만 하트 형태를 이룬다. 잎의 가장자리에는 둔한 톱니가 있다. 열매는 7~8월경에 달걀 모양으로 달린다.
벌깨덩굴은 꿀풀과에 속하며 주로 관상용으로 쓰이고,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인다. 또 민간에서는 약재로도 쓰인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북부에 분포한다. (야생화 백과사전 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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