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산책] 풀과 나무에게 말을 걸다

[야생화] 홍릉숲에 피어난 복수초와 풍년화 (2019.02.24)

푸레택 2019. 2. 24. 23:34




 

@ 홍릉수목원에 피어난 복수초와 풍년화

 

야생화를 좋아하는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복수초 보러 홍릉수목원 가자고.

일산으로 이사를 하고 보니 홍릉숲 가는 길도 꽤 멀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미세먼지도 심하지 않고 날씨도 쾌청하고 따사롭다.

홍릉숲에 오면 언제나 마음이 평온해진다.

오랜만에 나무 사랑에 흠뻑 빠져들었다.

 

복수초가 피어난 곳에 많은 카메라맨들이 서성거린다.

아, 새봄이 왔어요. 새 힘, 새 소망 간직하세요~!

곱게 피어난 복수초 꽃잎에 광채가 빛난다.

눈과 얼음 틈새를 뚫고 피어난다 하여 얼음새꽃으로도 불리는 꽃.

높고 깊은 산 힘들게 오르고 또 올라가서

탄성 지르며 만나야 할 너를 이렇게 편하고 쉽게 만나다니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구나.

 

복수초 피어난 이웃에 노란 나무꽃이 상큼하다.

산수유가 벌써 피었나 하고 다가가 보니 아뿔싸 풍년화로구나.

이렇게 일찍 피어났으니 올해 농사도 풍년일세 풍년이야.

풍년화는 홍릉숲에서 가장 일찍 피어나는 나무꽃이라고 한다.

 

숲해설 연수를 받는 사람들 틈에 끼어 강사의 나무 해설을 들었다.

열심히들 경청하고 메모하는 수강생들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나무 해설은 늘 들어도 재미나고 가슴 설렌다.

낙우송, 솔송나무, 구상나무, 화백나무,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미스김라일락, 반송, 사람주나무 오랜만에 너의 이름을 불러본다.

 

잊고 지낸 나무와 풀꽃들이여,

다시 너를 찾아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구나.

광야 같은 세상, 광야 같은 인생길에 나무여 풀꽃들이여,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자꾸나.

너는 너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너도 나도 우리 모두 한평생 어떻게 살아가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 아니겠는가?

 

산림과학원 앞 멸치국수집에서 먹는 수제비가 담백하다.

유자차 한 잔에 시름을 푼다. 넋두리 들어주는 친구가 고맙다.

실로 오랜만에 고려대 앞길을 걸어본다. 모레가 졸업식이란다.

젊은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공연히 내 가슴도 뛴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그렇다. 은퇴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안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보금자리로 향하며 새 꿈을 꾸어본다.

 

2019-02-23(토) / 김영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