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 생태 과학 칼럼 모음 2317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펭귄은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2021.09.19)

■ 펭귄은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 남극에 사는 펭귄은 하늘 대신 바다에서 날기를 선택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통통한 몸매, 짧은 날개는 아무리 보아도 하늘을 우아하게 날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물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속 저항을 줄여주는 유선형 몸 덕분에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 날쌔게 먹이를 낚아채 다시 물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하늘을 날기에는 2% 부족한 날개지만 물속에서 방향을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더없이 적합하다. 펭귄의 부드러운 털 사이에는 공기가 담겨 있어서 몸의 부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차가운 남극의 바다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게 해준다. 펭귄을 멋진 신사로 만들어준 연미복 차림도 사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순록, 썰매 끄는 루돌프 (2021.09.19)

■ 순록, 썰매 끄는 루돌프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내일은 크리스마스다. 그래서 오늘은 산타 썰매를 끄는 루돌프 사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전 세계 50종이 넘는 사슴 중에서 산타가 선택한 사슴은 순록이다. 산타의 선택이니 만큼 순록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 거다. 무엇보다 순록은 사슴 중에서 유일하게 썰매를 끌 줄 안다. 북극지방의 원주민들도 순록을 길들여 썰매를 끌게 했었다. 육중한 산타와 썰매까지 끌어야 하니 힘은 기본이다. 순록은 수컷의 몸무게가 300㎏까지 나가고 사슴 중에서는 무스 다음으로 덩치가 크다. 또 순록의 발굽은 벌어져 있고 발굽 사이에는 털이 나 있어 마치 눈신을 신은 것처럼 얼음판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두툼한 순록의 방한복이다. 순록은 빽..

[이유미 산책길] 산책길 곳곳서 몸 흔들며 인사 '수크령' (2021.09.19)

■ 수크령, 산책길 곳곳서 몸 흔들며 인사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먼 산자락에선 억새가 일렁입니다. 강 하구에서 바닷물을 바라보면 갈대숲이 무성합니다. 자연은 화려한 꽃송이를 가져야만 아름다운 것은 아닌 듯합니다. 식물 중에는 사람이나 곤충의 눈길을 끄는 꽃잎이 없어도, 달콤한 꿀내음이나 향기로 주위를 자극하지 않아도 바람결에 몸을 맡긴 꽃가루가 닿아 맺어진 인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런 꽃들은 곤충이 중매쟁이인 충매화와 달리 바람이 중매했다고 해서 풍매화라고 부릅니다. 억새나 갈대가 그러하고, 들판에 핀 강아지풀이나 오늘 주인공인 수크령도 그러합니다. 늦은 가을에는 이런 풀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만들어내는 풍광이 마음을 더 흔들어놓습니다. 아마도 바람은 풀은 물론..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적외선도 못뚫는 북극곰의 털 (2021.09.18)

■ 적외선도 못뚫는 북극곰의 털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데 12월에 들어섰는데도 춥지가 않다. 동물원 사무실 앞 양지 바른 곳 개나리는 노란 꽃까지 피웠다.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오면 계절에 관계없이 꽃을 피워야 하는 식물도 힘들지만 동물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추운 겨울을 준비하며 오랜 세월 적응해 온 삶의 방식을 세상의 변화에 따라 갑자기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더워진 지구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동물은 북극곰이다. 북극곰은 겨울이면 영하 40도를 넘는 북극에 살면서 얼음으로 뒤덮인 해안선을 따라 물범을 사냥한다. 얼음이 많이 얼수록 해안선은 넓어지고, 북극곰의 사냥터도 같이 늘게 되니 추울수록 북극곰에게는 살 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북극의 겨울이 혹독..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능청스러운 너구리 (2021.09.18)

■ 능청스러운 너구리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너구리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고유 동물이다. 주로 강이나 개울 주변의 물가와 야산의 덤불이 무성한 곳을 좋아하고, 환경에 대한 적응도 뛰어나 포식자였던 호랑이, 스라소니가 사라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다. 야생하던 너구리가 처음 서울 양재천에서 발견됐을 때만 해도 너구리 출현은 서울의 환경이 되살아난 청신호였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하던 사람들도 너구리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각별한 사랑을 주었다. 하지만 과하면 부족함만 못하다. 개체수가 늘다 보니 이제는 그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2006년 9월에는 은평구에서 광견병에 걸린 너구리가 발견되면서 너구리의 위상은 급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휴전선 부근에서 간간이 발생..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안데스 산맥의 라마' (2021.09.18)

■ 안데스 산맥의 라마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사막에 낙타가 있다면 남미의 안데스 산맥에는 라마가 있다.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기 위해 사람이 길들인 동물이다. 라마는 등에 혹은 없지만 낙타처럼 물 없이도 잘 견디며 먹이가 부족하면 독초나 바닷물조차도 먹을 수 있다. 고기는 식용으로, 똥은 말려서 연료로도 사용한다. 라마는 평지에 사는 낙타와 달리 해발 4,000m 이상의 안데스 고지대에 살아가기 위해 특별한 몇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기압이 낮은 고지대에서도 온몸에 피를 보내주기 위해 비슷한 몸집의 다른 포유동물들보다 심장이 15%정도 더 커졌고,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높아서 공기 중의 산소가 부족해도 충분한 양을 몸의 구석구석에 보내줄 수 있다. 또, 돌투성이 산길이나 단단한..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개미 사냥꾼 큰개미핥기' (2021.09.17)

■ 개미 사냥꾼 큰개미핥기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남미 대륙을 대표하는 동물들은 개미핥기와 나무늘보 같은 빈치류들이다. 이름에서 눈치챘겠지만 이들은 이빨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어진 동물들인데 이름만큼이나 생김새와 습성이 특이하다. 특히 큰개미핥기만큼 독특한 동물도 드물다. 45㎝나 되는 주둥이는 누군가 잡아 늘인 것처럼 길게 늘어난 튜브 형태로 되어 있고, 이빨은 하나도 없다. 개미와 흰개미를 먹으니 자연히 이빨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60㎝나 되는 지렁이처럼 생긴 혀가 있어 이것으로 개미를 사냥한다. 입안에 들어온 개미는 단단한 입안과 작은 자갈, 모래가 들어 있는 위에서 으깨져서 소화가 된다. 긴 주둥이에는 작은 귀와 눈이 있지만 시력이나 청력은 약하고 대신 사람의 40배 이상 뛰..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치밀한 사냥꾼 늑대 (2021.09.17)

■ 치밀한 사냥꾼 늑대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늑대는 호랑이, 표범처럼 위엄도 없고 용맹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겨울 밤 달빛 아래 목을 길게 빼고 으스스한 울음을 우는 음흉하고 흉악한 동물로 늑대를 떠올리고, 아이를 물어가고, 양을 잡아먹는 온갖 이야기 속 못된 주인공도 어김없이 늑대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 늑대일 것 같지만 사실은 늑대만큼 인간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동물도 없다. 1만 5000년 전 인간이 최초로 길들인 동물도 늑대였고, 지금도 개라는 이름으로 사람 옆에서 살고 있다. 늑대는 얼어붙은 툰드라부터 뜨겁고 건조한 사막까지 땅 위에 사는 포유류 가운데 사람을 제외하고 가장 넓고 다양한 기후대에서 적응하며 살아간다. 큰 체구나 기발한 생존 무기도 없..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부드러운 거인 고릴라' (2021.09.17)

■ 부드러운 거인 고릴라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아프리카 대륙의 적도가 지나는 덥고 습한 밀림에 고릴라가 산다. 고릴라는 유인원 중에 덩치가 가장 크고, 육중한 몸집과 머리 위에 봉우리 모양으로 솟아 있는 시상릉 덕분에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모습을 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서방 세계에 알려진 것은 침팬지, 오랑우탄보다 한참 늦은 1847년이 되어서였다. 하지만 고릴라에 대한 이야기는 기원전 470년에 한노가 이끄는 카르타고 원정대로부터 시작된다. 간간이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고릴라는 힘이 세고 몸집이 크며 흉포해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맹수가 되었고, 할리우드 영화 '킹콩'에서는 도심에 나타나 건물을 부수고 날아가는 비행기를 맨손으로 잡고 자동차를 뒤엎는 괴물이 되었다. 사실 고릴라의 첫 모습은..

[배진선의 동물 이야기] '고라니의 송곳니는 못말려' (2021.09.16)

■ 고라니의 송곳니는 못말려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우리나라 야생동물 중 그나마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고라니다. 원래 초식동물인 고라니는 호랑이, 표범 같은 육식동물의 먹이였는데 호랑이, 표범이 사라진 산과 들은 고라니 수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으니, 고라니가 많아진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매년 가을이면 농작물에 피해를 준다 하여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그뿐인가. 흔하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밀렵되고, 산 여기저기 뚫린 도로에서 차에 치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대우를 받기에 고라니는 정말 귀한 동물이다. 고라니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중국 양쯔강 일부지역에서만 사는 토착동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많지만 중국에서는 숫자가 많이 줄어 국가차원에서 멸종위기동물로 보호하고 있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