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펭귄은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 남극에 사는 펭귄은 하늘 대신 바다에서 날기를 선택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통통한 몸매, 짧은 날개는 아무리 보아도 하늘을 우아하게 날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러나 물속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속 저항을 줄여주는 유선형 몸 덕분에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가 날쌔게 먹이를 낚아채 다시 물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하늘을 날기에는 2% 부족한 날개지만 물속에서 방향을 바꾸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는 더없이 적합하다. 펭귄의 부드러운 털 사이에는 공기가 담겨 있어서 몸의 부력을 높여줄 뿐 아니라 차가운 남극의 바다에서도 체온을 잃지 않게 해준다.
펭귄을 멋진 신사로 만들어준 연미복 차림도 사실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위장하기 위한 방법이다. 물속에 있는 펭귄을 노리는 범고래나 물범의 눈에는 수면에 떠 있는 펭귄의 흰색 배와 햇빛에 반사된 하얀 물 표면이 섞여 잘 보이지 않고, 하늘에서 보아도 짙고 푸른 바다색 때문에 검은색 등의 펭귄을 알아보기 힘들어진다.
북반구가 추위로 얼어붙은 지금도 펭귄들은 삶의 터전인 남극의 바다에서 짧은 여름을 즐기며 열심히 물속을 자맥질하여 잡은 물고기로 체중을 불린다. 이 여름이 지나 낮의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몸집이 가장 큰 황제펭귄들은 영하 40도의 추위와 거센 칼바람을 맞으며 100㎞가 넘게 떨어진 번식지로의 긴 여행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번식지에서 수컷들은 무리를 돌며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마음에 맞는 암컷을 찾아내 부부의 연을 맺는다.
황제펭귄 부부는 한 번에 한 개의 알만을 낳는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알까지 낳아야 하는 암컷들은 알을 낳자마자 수컷에게 건네주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버린다. 이후부터는 수컷들이 발 위에 알을 올려놓고 부화될 때까지 64일간 한시도 내려놓지 않는다. 자칫 잘못했다가 알을 차가운 바닥에 떨어뜨리면 남극의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그 즉시 알 속에 있는 새끼가 죽고 말기 때문이다.
드디어 알이 부화한 이후에도 어미가 돌아오지 않으면 다시 수컷은 자신의 식도에서 만들어낸 영양물질을 새끼에게 먹여 기른다. 번식지로 떠나는 여행 때부터 짝을 만나고 알을 품어 부화시킬 때까지 4개월 가까운 기간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며 새끼를 길러낸 수컷들의 희생으로 다음 세대의 펭귄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강한 황제펭귄의 부성애는 놀랍기만 하다.
글=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출처] 국민일보 2010.01.27
/ 2021.09.19 옮겨 적음
https://news.v.daum.net/v/20100127180504668
[배진선의 동물이야기] 펭귄은 왜 바다를 선택했을까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 남극에 사는 펭귄은 하늘 대신 바다에서 날기를 선택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에 통통한 몸매, 짧은 날개는 아무리 보아도 하늘을 우아하게 날기에는 한참 부족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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