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의 친구 침팬지 / 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대형 유인원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중에서 가장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존재는 단연 침팬지다. 어릴 적 본 타잔 영화의 기억 때문이 아니라 침팬지는 인간의 유전자와 98%가 일치하고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다른 유인원과 확실히 다르다.
침팬지는 인간만이 사용할 줄 안다고 믿었던 도구를 이용하여 능숙하게 흰개미 사냥을 하고, 때로는 이웃 무리와 전쟁을 벌이며, 우두머리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침팬지는 웃을 줄도 알고, 자기 자신을 인식하면서 인간의 언어도 배울 수 있으며, 심지어는 사진을 찍듯이 그 장면을 기억해내는 순간기억력은 인간을 훨씬 능가한다. 빽빽한 나무 숲을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침팬지에게 어느 나무의 과일이 잘 익었고, 어디에 경쟁자가 있는지를 한눈에 알아내는 능력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숲에서 침팬지들은 흰개미 같은 곤충과 나뭇잎, 뿌리, 풀줄기, 혹은 새나 원숭이 등을 사냥하기도 하지만, 먹이의 60%는 잘 익은 과일이다. 나이 든 침팬지들은 어디 가면 잘 익은 과일이 있는지를 머릿속에 지도처럼 새기고 작은 무리로 나눠져 날마다 먹이 수색대를 이끈다. 어린 침팬지들은 어미나 형제들을 따라 다니며 어떤 먹이를 먹어야 하는지 먹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배운다.
침팬지 사회에서 힘이 세다고 우두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으뜸동물이 되는 데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전략적 파트너는 때로 형제일 수도 있고, 은퇴한 우두머리 수컷일 수도 있다. 그래서 침팬지들은 복잡하고 지능적인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침팬지의 유년기가 유난히 긴 이유이다.
수컷 침팬지는 생후 2년이면 성적으로는 성숙하지만 7년이 되어야 무리의 서열에 참여하기 시작하고 13∼16년이 되면 우두머리 자리를 넘볼 수 있다. 어미는 어린 침팬지가 무리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때까지 긴 세월동안 끊임없는 사랑과 인내로 새끼를 길어낸다.
동물원에서 가장 큰 고민은 머리 좋은 침팬지들을 어떻게 하면 무료하지 않게 해줄까 하는 것이다. 먹이를 여기저기에 숨겨 놓기도 하고, 작은 구멍을 뚫은 통에 담아 이리저리 굴리면 먹이가 나오게 하는 아이디어도 적용해 보았다.
효과가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과일즙이나 꿀을 가짜개미집 안에 넣어서 마치 개미 사냥을 하듯 나뭇가지를 구멍 속에 넣어 찍어 먹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뭇가지를 깊이 넣었다 꺼내 먹는 것이 개미 사냥하는 맛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던 모양이다.
글=배진선 서울동물원 동물운영팀장
[출처] 국민일보 2010.03.10
/ 2021.09.20 옮겨 적음
https://news.v.daum.net/v/2010031018320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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