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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 (8)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푸레택 2022. 9. 19. 12:14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8)]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한국 교회의 나침반 뉴스파워(newspower.co.kr)

 

[newspower]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귀촌일기(8)]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

나눔의 화가 박영의 그림     © 박영밤에 홀로 숲속에 앉아 있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 일인가이 순수한 빗소리,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연설마음을 위해 주는 더 없이 완벽한 설교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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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홀로 숲속에 앉아 있는 것은 얼마나 신비한 일인가

이 순수한 빗소리,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연설

마음을 위해 주는 더 없이 완벽한 설교

빈자리마다 흘러가는 저 물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그것을 시작하지 않았고

아무도 그것을 그치게 하지 못한다

비는 자신이 원할 때까지 말을 할 것이고

그것이 말을 하고 있는 한

나는 귀 기울여 들으리라

 

머튼 신부님은 자연의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졌습니다. 내 영혼이 메마를 때마다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을 때마다 토닥토닥 빗소리가 가슴을 위로해 줍니다.

시골에 와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말을 많이 했던 것을 후회하면서 창밖의 빗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나는 작아지고 “내가 지금 왜 여기 있지?” 하면서 무력해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릴 수 없습니다. 오래된 캔버스를 찾아 이젤에 세우지만 무엇을 그려야할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글의 공기를 호흡할 줄 안다면 이것이 고산의 공기이며 강렬한 공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공기를 마시려면 그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공기에 휩싸여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아, 나는 철저하게 혼자가 되어야 한다. 한낮에도 별빛 가득 품은 밤하늘처럼 찬란한 시냇물을 바라볼 수 없다면 그게 어찌 인생이란 말인가. 나는 갑자기 빗소리에 취해 방파제로 걸음을 재촉한다.

흐린 바닷가에 서면 배들이 정박해 있는 수평선 위로 새들이 낮게 날아간다, 날개 짓이 불안하다. 빗속을 뚫고 어디를 가는 것일까? 저들 또한 머무를 곳이 있어 쉬임없이 귀향 하는 것일까. 나는 망연자실!

짙은 회색 톤을 좋아하는 나는 뿌연 풍경들의 강도를 생각한다. 차라리 잠들어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듯하다. 사물이 고요해지면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처마 끝으로 떨어지는 낙숫물에 발을 씻는다.

글=박영 화백(홍대 미대 서양학과, 프랑스 유학, 크리스천정신문화연구원장)ㅣ뉴스파워 2021.06.20

/ 2022.09.1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