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다들 안녕하신가요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7)] (daum.net)
또다시 ‘집콕’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일 만한 장소는 문을 닫았습니다. 첫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다시 휴교했습니다. 둘째 아이의 유치원도 휴원했습니다. 아파트단지의 커뮤니티 센터가 문을 닫았습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 집 근처 대형 커피숍을 찾아도 앉아 있을 수가 없게 됐습니다. 규모가 작은 커피숍에 가도 코로나19가 무서워 마스크를 벗을 자신이 없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두 아이는 모두 집에 있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하지 못해 우당탕 뛰며 소음을 내고 있지만, 글을 쓰러 집 밖으로 나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우리 모두의 시계가 또다시 지난 3월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코로나19라는 어둠의 터널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내는 ‘코로나 세대’가 언급될 때마다 우울감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와 우울을 뜻하는 영어 단어 ‘블루(blue)’를 합쳐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코로나로 타인과의 접촉이 줄고 집 안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느끼는 우울감에 많은 사람이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어느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서 성인남녀 80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블루 추이변화’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참여자의 69.2%는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4월 조사의 54.7%보다 높아진 수치입니다.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듯 집 밖에 마음 놓고 나갈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남을 경계하는 삶의 우울함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신이나 가족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거나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혹시나 감염자가 아닐까, 남을 경계하는 불안감도 늘 느끼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리면 혹시 중증으로 발전해서 생명이 위험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는 감염병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불안감도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적 우울의 증가도 나타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첫째 아이가 2년 넘게 다닌 체육학원 선생님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원 휴강이 석 달 가까이 이어지자 다른 직업을 찾아 떠났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입니다. 일상생활은 진정되지 않고 좋지 않은 뉴스만 계속 나옵니다. 나쁜 소식을 들었을 경우 그 소식을 접한 사람은 ‘거울뉴런’ 때문에 좋지 않은 기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런데 코로나 블루는 의학적 진단인 ‘우울증’과는 다릅니다. 우울증은 명확한 진단기준을 가지고 의사가 내리는 진단명입니다. 코로나 블루는 신종 바이러스 확산으로 뒤바뀐 일상에 살아가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불안, 공포에 대한 당연한 심리적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감염되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감과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확진을 받으면 자가격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고 우울감이 커지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런데 이 연구가 의미가 있는 것은 정신질환 질병에 대한 연구가 아닌 일반인들의 우울과 외로움의 감정을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실험대상자를 대상으로 조사했다는 데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지난 6월 30일 국제학술지 ‘정신의학연구(Psychiatry Research)’에 실은 연구에서 영국인 1만553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유발된 정신질환의 강도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문조사는 영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4월에 진행했습니다. 연구결과 전체 설문 참여자의 3명 중 1명꼴인 35.86%가 외로움을 자주 느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일수록 외로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연령별로 보면 18~30세 사이의 젊은이들이 외로움을 더 많이 겪었습니다. 자가격리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코로나19 감염으로 불안감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연구팀은 직업을 갖거나 파트너와 함께 사는 게 외로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두 번째 ‘집콕’이 더 절망스럽더라도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국 킹스칼리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란셋(LANCET)’에 격리로 인한 심리적 영향을 분석한 논문 24편을 종합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코로나 블루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코로나 블루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감소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충분히 습득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감염에 대한 가짜뉴스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무분별하게 습득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보다는 출처가 명확한 정보를 찾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해나가는 것이 좋다는 말입니다.
사회적 거리는 유지하되 심리적 거리는 좁히는 것이 좋습니다. 고립으로 인한 지루함이나 우울감을 줄일 수 있도록 가족, 친구, 동료와 주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 도움이 됩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답답하지만, 그로 인한 우울감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다음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긍정적인 자세가 더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이 있습니다. 코로나19를 대하는 현재 우리의 모습과 맞닿은 말 같습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퍼진 지난봄 이후 확진자 수가 줄면서 안정기를 맞아 9월부터는 이전 생활로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하지만 시곗바늘은 다시 지난봄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생활은 송두리째 뒤바뀌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서로의 마음을 다독이는 일뿐이라니 속상하고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오늘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한번 건네 보면 어떨까요.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ㅣ경향신문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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