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커피에 푹 빠지는가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9)] (daum.net)
악마의 유혹’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세워 인기를 끈 커피 광고가 있습니다. 어떤 맛이기에 악마의 유혹에 비유했을까요. 커피는 인류의 역사에서 ‘악마의 유혹’이라 불릴 만큼 인간의 미각과 후각을 유혹해내는 데 성공한 음료입니다. 담배와 술에 깊이 빠지면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듯, 커피도 ‘중독’이라는 단어와 짝을 이룹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한잔이 생각나고, 피곤하다 느끼면 자연스레 또 커피가 생각납니다. 여러 잔 마실 수 있지만 건강을 생각해 참아야 하는 기호식품입니다.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매일매일 더욱 자주 찾게 되는 커피를 마시며, 왜 이렇게 커피에 푹 빠져 사는가 생각해 보았습니다.
로스팅 원두의 향을 즐기다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음료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일 년간 마시는 커피는 무려 약 4000억잔이라는 통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커피 소비량이 꾸준히 늘어 1인당 연간 37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전 국민이 매일 1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는 것인데, 평균치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하루에 여러 잔의 커피를 마시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 쓴 걸 왜 마시느냐”고 합니다. 이 말은 일부 맞습니다. 커피는 사실 혀로 느끼는 맛이 쓴맛과 약간의 신맛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맛보다는 향 때문입니다. 커피를 마실 때 코에 느껴지는 적은 양의 향기 성분이 커피의 풍미를 높여주는데 이 향기 때문에 사람들이 커피에 빠져듭니다. 게다가 커피 원두의 산지와 기후, 토지의 비옥한 정도에 따라 원두의 향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원두를 어떻게 섞느냐에 따라(블렌딩) 다양한 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커피의 향을 마다할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는 1000년이 넘었지만, 커피 열매를 볶아서 차로 마시게 된 것은 13세기가 들어서입니다. 그전에는 보통의 차처럼 커피 열매를 따뜻한 물에 우려내 마셨습니다. 커피 열매를 볶고 나면 풍미가 더욱 배가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커피는 전 세계를 휩쓴 음료가 됩니다.
볶아진 커피가 가진 향기 성분은 수천 종류에 이릅니다. 커피에서 이렇게 다양한 향기 성분이 발생하는 이유는 커피를 볶을 때(로스팅) 발생하는 ‘마이야르 반응’ 때문입니다. 커피는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에 든 아미노산의 ‘아미노기’와 당의 ‘카보닐기’가 결합해 새로운 분자를 만들어내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킵니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분자는 구운 향이나 시리얼향 같은 풍미를 내는 ‘피라진’, 달콤한 캐러멜 향이 나는 ‘피롤’, 캐러멜 느낌의 ‘퓨란’ 등 다양합니다.
커피의 풍미는 두 단계의 로스팅 과정을 거쳐 배가됩니다. 커피 열매의 과육을 제거한 뒤 남은 씨를 생두라 부릅니다. 연두색의 생두는 건조하면 수분이 날아가 매우 단단해지며 향기는 나지 않습니다.
단단해진 생두에 고온의 열을 가하면 수분이 더욱 날아가면서 색이 노란색 또는 갈색으로 변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두가 팽창해 표면에 금이 갑니다. 이를 1차 균열이라고 하는데, 표면에 간 금을 통해 내부에 있던 기체가 밖으로 나옵니다. 원두가 갈색으로 변하고 구수한 냄새를 풍기게 됩니다. 이때의 원두는 꽃이나 과일, 너트, 초콜릿처럼 달달한 향이 나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로스팅을 계속하면 원두가 더욱 부풀어 올라 표면에 2차 균열이 발생합니다. 원두의 색이 짙어지면서 달콤 쌉싸름한 풍미를 냅니다. 원두에 있던 당 성분이 캐러멜화되면서 더 깊은 맛을 내게 됩니다.
로스팅 원두를 오래 보관하면 냄새가 점점 사라집니다. 또한 로스팅하는 과정에서 원두 표면으로 기름이 빠져나오게 되는데, 이 기름이 공기와 만나면 산화되기 때문에 로스팅된 원두는 길어도 2주 내에는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잠을 깨우는 카페인
커피를 즐기는 또 다른 이유는 아마 카페인 때문일 것입니다.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이라는 성분은 잠을 깨우는 기능을 합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몸이 개운하고 힘이 나는데, 실제 커피의 어원이 아랍어 ‘kaffa(힘)’에서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겁니다.
커피의 각성효과는 카페인이 교감신경의 각성작용과 관련이 높은 ‘c-AMP(cycling AMP)’의 분해를 일으키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해 발생합니다. 즉 카페인을 섭취하면 c-AMP의 양이 증가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체내에 저장된 글리코겐과 중성지방의 분해가 촉진되는데 이 때문에 신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 피곤을 회복하게 됩니다. 특히 카페인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뇌로 쉽게 전달이 가능해 신속하게 몸에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런데 커피를 과도하게 마시면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소설 〈고리오 영감〉으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는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발자크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 백작 부인과 결혼하고자 18년간 구애를 합니다. 발자크는 소설을 써 큰돈을 벌기 위해 매일 밤 커피를 많이 마셨습니다. 커피로 잠을 쫓아내며 큰돈을 버는 데 성공했고, 구애 끝에 백작 부인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커피 속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결혼 5개월 만에 비극적으로 사망합니다. 발자크가 평생 마신 커피는 약 5만잔에 달했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카페인 섭취량을 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조사한 결과 성인은 하루 78mg의 카페인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탄산음료나 에너지음료, 초콜릿에도 포함이 돼 있어 만 13~18세 청소년의 경우에도 하루 섭취량이 16.2mg이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의 일일 섭취 권고량을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성인의 경우 하루 커피 4잔, 청소년은 에너지 음료를 2캔 이상 섭취할 경우 카페인의 일일 섭취 권고량을 넘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커피숍이 참 많고, 커피숍 안에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그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향에 취해 맛에 취해 마시는 커피이지만, 커피를 즐기면서도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신원선, “아미노기와 카르보닐기의 만남 커피”, 과학동아 / 윤신영, “세상에서 가장 슬픈 향기 커피로드”, 과학동아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ㅣ경향신문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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