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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8) 일론 머스크, 뇌과학에 도전하다

푸레택 2022. 5. 28. 15:46

일론 머스크, 뇌과학에 도전하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8)] (daum.net)

 

일론 머스크, 뇌과학에 도전하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8)]

[주간경향]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가로 유명한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뇌과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뇌에 전극을 심어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뿐 아니라 뇌에 생각을 심는 것이 목표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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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가로 유명한 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뇌과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뇌에 전극을 심어 사람의 생각을 읽어내는 것뿐 아니라 뇌에 생각을 심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로 돼지의 뇌를 대상으로 실험 중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뉴럴링크(Neuralink)’라는 스타트업을 세웠습니다.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 뇌에 심을 전극과 이 전극을 뇌에 심는 기기 등을 개발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뉴럴링크는 지난 8월 2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생각을 읽어내는 전극을 뇌에 심은 돼지를 공개했습니다. 이 돼지의 이름은 ‘거투르드’로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한 채 2개월을 생활해 왔습니다.

돼지 거투르드의 뇌에는 뉴럴링크가 새로 개발한 칩 ‘링크 0.9’가 심겨 있습니다. 이 기기는 돼지의 뇌파를 수집하는데 수집된 뇌파는 컴퓨터로 무선 전송됩니다. 거투르드가 킁킁거리며 주둥이로 물체의 냄새를 맡으면 뇌에서 발생한 신호가 컴퓨터로 실시간 전송됩니다. 거투르드의 사례는 이제까지 개발된 뇌-컴퓨터 연결 기술이 현실 속에서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어 보입니다.

뉴럴링크는 돼지에서 컴퓨터로 일방향 정보 전송하는 데서 더 나아가 향후 쌍방향 전송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도 밝혔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유튜브 생중계에서 “이식된 칩에 입력된 자료에 따라 러닝머신에서 다리를 정확하게 움직이는 돼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입니다.

돼지가 냄새 맡으면 컴퓨터로 신호 전달

일론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사람의 뇌에 칩을 심어 생각을 읽어내고, 컴퓨터에 입력된 자료를 뇌로 전송해 생각을 일으키고 싶어합니다. 뉴럴링크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결합도 꿈꾸고 있습니다. 뇌에 인공지능 컴퓨터를 하나 더 심어 뇌기능을 증폭시키는 상상도 하고 있습니다. 윤리적으로 논쟁적인 연구로 보여집니다. 긍정적인 측면만 따지면 뇌와 컴퓨터의 연결은 뇌에 정보를 넣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퇴행성 질환인 치매나 우울증, 장애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할 수 있도록 과감히 투자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일을 해 온 일론 머스크이기에 뇌과학 분야의 새로운 도전의 결과물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재사용 가능한 우주왕복 로켓을 만들어냈고, 전기자동차 기술을 통해 테슬라를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올려놓는 등 기존 산업에 혁신을 일으켜왔기 때문입니다.

뇌심부자극 장치부터 침습적 칩까지

BCI(Brain-Computer Interface)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드는 기술을 말합니다. 뇌파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부터 컴퓨터로 뇌 신호를 읽어내는 기술, 뇌를 대체하는 칩 제작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있습니다.

초기 단계의 BCI는 뇌심부자극 기술로 시작됐습니다. 뇌심부자극 장치(DBS-12539·Deep Brain Stimulator)는 뇌에 이식한 최초의 의료기기로 1987년 처음 소개됐습니다. 긴 바늘 형태의 전극을 뇌에 찔러 넣은 뒤 약한 전류를 흘려줘 뇌를 자극하는 원리입니다. 이 장치는 파킨슨병, 수전증, 틱장애, 강박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뇌질환 치료에 사용됐습니다.

뇌에 전극을 심어 몸이 마비된 장애인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로 뇌에 전극을 꽂아 로봇을 움직인 사람은 전신마비 환자인 미국 전 미식축구선수 매튜 네이글입니다. 그는 2004년 생각만으로 컴퓨터의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2년에는 전신마비 환자가 뇌에 꽂은 전극을 통해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는 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는 하지마비 장애인이 로봇 발을 움직여 시축했습니다. 하반신이 마비된 이 사람은 뇌파를 감지하는 전극이 달려 있는 헬멧 형태의 센서를 머리에 썼습니다. 이 사람은 비록 하반신 근육은 마비됐지만, 뇌에서 근육을 움직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했기에 전극에서 대신 신호를 받아 로봇 다리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아예 뇌 기능 중 일부를 칩으로 대체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트랜센던스(Transcendence)〉에는 주인공인 윌 박사가 자신의 뇌를 다운로드한 뒤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과학자들이 실제 이와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변환하는 ‘해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2년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은 해마가 손상된 쥐의 뇌에 해마칩을 이식해 생쥐가 장기기억을 일부 회복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칩이 효과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 연구팀은 2014년 해마칩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른 쥐의 해마칩에 전송했더니 쥐가 기억을 이어가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아쉽게도 아직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BCI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인간은 뇌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점이 장애물입니다. 사실 인간이 뇌에 대해 아는 것은 뇌 기능의 1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뇌의 대부분이 아직 인간에게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에 10%에 훨씬 못 미칠 수도 있습니다.

뇌에 전극을 심어 신호를 줄 수는 있지만, 그 신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뇌에 작용하고 어떻게 행동을 유발하는지 알지는 못합니다. 뇌가 컴퓨터로 신호를 보내오지만, 그 신호가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해독하는 것도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뇌과학 전문가들은 2020년 사람의 뇌에 전극을 심는 실험을 하는 등 BCI 기술에 대해 급속한 기술 진보를 이루려는 뉴럴링크가 과도하게 의욕적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합니다. 칩을 뇌에 심었을 때 뇌 주변 조직 손상, 뇌신호를 해석하는 컴퓨터 인공지능 알고리즘 생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뇌를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이 기술이 장애인이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관심과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바이오닉맨〉 임창환 지음, Mid(엠아이디)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ㅣ경향신문 202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