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RNA 백신, 시장에 나올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26)] (daum.net)
지난 8월 11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등록했다고 깜짝 발표했습니다. 이 백신은 러시아가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의 이름 ‘스푸트니크’를 따 ‘스푸트니크V’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로 이용하는 재조합 백신입니다. 아데노바이러스의 게놈에 코로나바이러스의 껍데기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 백신입니다. 이 백신이 몸에 들어가면 코로나바이러스 껍데기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항원 역할을 해 몸속에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원리입니다.
8월 또는 9월에 의료진을 대상으로 스푸트니크V 접종이 시작된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습니다.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됐지만 백신 개발의 필수 과정인 임상 3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백신 개발은 후보물질 발견, 비임상실험 및 체계화를 통한 기초연구, 임상 1~3상, 허가 및 생산을 거쳐야 합니다. 러시아는 허가 직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임상 3상을 건너뛰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자 세계 각국은 다양한 형태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150종류가 넘습니다. 이중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은 7개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각축전
미국, 중국, 영국의 주요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에 서 있습니다. 먼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백신을 개발 중인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는 세계 최초로 임상 3상에 돌입했습니다. 이 둘은 코로나바이러스의 mRNA-1273을 후보물질로 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독일 바이오앤테크와 미국 대형 제약업체 화이자도 임상 3상에 돌입했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도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와 임상 3상에 들어갔습니다. 중국의 시노팜도 임상 3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임상 3상은 신약 개발의 마지막 단계로 수만명 규모의 대상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안전성을 시험하게 됩니다. 이후 안전성이 검증되면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시판으로 이어집니다.
한국도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3종에 대해 임상시험을 올해 안에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입니다. 3종은 단백질을 이용한 합성항원 백신 1종(SK바이오사이언스)과 유전물질인 DNA를 활용한 백신 2종류(제넥신·지원생명과학)입니다. 이중 개발이 가장 많이 진전된 백신은 제넥신으로 지난 6월 임상 1상과 2A상에 대해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최근 원숭이를 대상으로 효능이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만 해도 백신 개발은 4~5년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뤘습니다. 팬데믹 선언 몇 달 만에 임상 3상에 들어갈 정도로 개발 속도가 빠른 데는 미국 정부의 다급함과 지원도 한몫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워프 스피드 작전’을 통해 백신 연구개발에 80억달러(약 9조5000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워프 스피드 작전은 미국 행정부가 가장 빠른 시간에 코로나19 백신을 개발·보급하기 위한 초고속 개발 작전입니다. 정부, 민간기업, 군대 등이 모두 참여해 내년 1월까지 미국 국민 3억명에게 투약 가능한 백신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백신은 체내에 항체를 만들기 위해 균을 죽이거나 약하게 만들어 접종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균을 죽이거나(사백신), 균은 살아 있지만 감염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만 독성을 약화시켜(생백신·약독화 백신) 만들어왔습니다. 18세기 에드워드 제너가 최초로 개발한 천연두 백신이 생백신과 비슷한 형태입니다. 소아마비 백신, 홍역 백신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살아 있는 균을 쓰기 때문에 생백신을 개발할 때는 안전성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승인 과정이 길어집니다.
다양한 백신 가운데 현재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모더나의 mRNA 백신입니다. 모더나가 mRNA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의 유전물질 백신 개발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mRNA 백신은 기존의 백신과는 원리와 생산방식이 다른 신개념 방식입니다. 1990년대부터 유전물질을 이용한 백신 개념이 제안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한계점 때문에 최근에 와서야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19는 유전물질 DNA 백신 개발의 전환기가 되었습니다.
RNA(ribonucleic acid)는 유전물질의 한 종류입니다. 코로나19는 유전물질이 RNA로 이뤄진 바이러스입니다. 유전물질에는 DNA와 RNA 두 종류가 있습니다. DNA는 4개의 염기(아데닌·구아닌·시토신·티민)가 연결된 각각 2개의 고리가 나선형을 이루며 꼬여 있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반면 RNA는 염기가 단일 가닥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단일 가닥이기 때문에 변이가 잦은 편입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표면에 달라붙는 방식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갑니다. 숙주의 세포 안으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유전체를 방출하고, 숙주의 세포 안에서 원래 작동하고 있던 유전자 발현 과정에 끼어들어 자신의 유전체가 전사되도록 합니다. mRNA는 이 과정에 사용되는 유전물질입니다.
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겉껍질 돌기(스파이크)를 만들어내는 RNA 유전자를 백신에 담아 주입합니다. 균을 직접 몸에 넣지 않고 균을 체내에서 만들어낼 유전물질만 접종하는 것입니다. mRNA가 체내에 들어가면 단백질 코딩 과정을 통해 세포가 항원을 스스로 만들게 되고, 그 결과 항체가 생성됩니다. mRNA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한 뒤 분해돼 없어져 버린다는 면에서 안전성이 높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RNA 백신 첫 상용화 기대와 우려
단백질을 만들고 바로 분해되기 때문에 항원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몸에는 RNA를 분해하는 효소가 많아 mRNA가 세포까지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RNA 백신은 미리 개발해둔 범용 백신 플랫폼에 RNA만 바꿔 끼워 넣으면 되기 때문에 다양한 백신을 단시간 내에 제조할 수 있습니다. RNA는 빠르게 개발할 수 있어 현재 가장 개발 속도도 빠르고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안전성과 효용성이 철저히 검증되지는 않은 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목정민 과학잡지 <에피> 편집장ㅣ경향신문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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