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황금' 소금의 효능, 과신하지 말아야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17)] (daum.net)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전 국민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 바이러스를 막겠다며 교인들의 입을 소금물 스프레이로 소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한 교회에서 4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스프레이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옮아 감염된 것입니다. 이들의 가족에게 2차 감염이 나타나면서 피해 규모가 커졌습니다.
교회 측은 소독작용을 하는 소금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소금물은 바이러스를 죽이지는 못합니다. 이 사례는 잘못된 정보가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된 ‘인포데믹(infodemic)’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소금 살균력에도 정도가 있다
소금으로 가글을 하면 감기가 예방된다든지, 소금으로 양치질을 하면 효과가 있다는 등 소금의 살균·소독 작용에 대한 민간요법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민간요법은 사실 과학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소금 양치의 경우 소금의 염소 성분이 염증을 소독하는 기능을 하긴 합니다. 그러나 득보다 실이 큽니다. 오히려 소금 알갱이가 치아의 표면을 긁어 이가 마모되고, 결국 시리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소금은 식품에 있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소금물이 삼투압 효과를 일으켜 식품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미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게 막기 때문입니다. 삼투압 현상이란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할 때 생기는 압력을 말합니다. 김치나 젓갈 같은 염장식품은 소금이 음식을 상하게 하는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해 보존 기간이 길어지는 특징을 응용한 식품입니다.
그렇다면 소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까요? 세균의 경우에는 고농도의 소금물 속에서 생육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고농도 소금물의 삼투압 작용 때문에 세포 내 수분이 외부로 빠져나가 정상적인 생명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이 유전정보물질(DNA 또는 RNA)을 둘러싼 간단한 구조입니다. 바이러스는 삼투압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소금을 과잉 섭취하면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금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입니다. 소금은 물에 녹아 나트륨 이온과 염소 이온으로 분해됩니다. 두 이온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무기질입니다. 체내 나트륨 함유량은 체중 1㎏당 1550㎎ 정도입니다. 체중이 60㎏인 사람이라면 약 70g의 나트륨을 가진 것입니다.
나트륨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할까요. 우선 신경계를 통해 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필수 성분입니다. 신경세포(뉴런)는 몸 전체에 그물망처럼 퍼져 신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경계는 뉴런이라는 세포로 연결돼 있습니다. 몸은 감각 신경계를 통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아들입니다. 받아들인 자극은 뇌 또는 척수를 거쳐 운동신경계로 전달돼 반응을 일으킵니다. 신경세포는 안쪽과 바깥쪽의 전하가 다릅니다. 신경세포가 자극을 감지하면 신경세포 외부의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안팎의 전하가 뒤바뀝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신경신호가 전달됩니다.
나트륨은 체내 삼투압을 유지합니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 속에는 0.9%의 염분이 함유돼 있습니다. 이 염분의 한 성분인 나트륨은 혈액이나 체액의 알칼리성을 유지합니다. 나트륨은 체내에서 항상 칼륨(K)과 균형을 유지합니다. 만약 나트륨과 칼륨의 균형이 깨지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집니다. 이외에도 나트륨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 과정에도 관여합니다. 염소 성분은 소화효소인 위액의 구성 성분이 됩니다.
‘하얀 황금’으로 불린 소금
소금은 오래전부터 돈과 권력을 상징했습니다. 소금을 일컬어 ‘하얀 황금’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고대 로마제국 시절 병사들은 월급을 소금으로 받았습니다. 월급이라는 영어 단어 ‘salary’는 소금을 뜻하는 라틴어 ‘sal’과 소금을 지급한다는 뜻의 라틴어 ‘salarium’에서 유래했습니다.
소금은 전쟁에서도 필수품이었습니다. 전쟁식량이 되는 대구나 청어, 고기를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보관했습니다. 청어는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생선인데 청어 떼가 몰려오면 한 번에 많은 양을 포획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청어는 내장에 지방이 많아 금방 상해버리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청어를 잡으면 빨리 먹어야 했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이 잡히기 때문에 저장이 문제였습니다. 청어의 내장을 발라낸 뒤 살 부분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염장법 도입으로 청어는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했습니다.
소금은 가치가 높았기 때문에 국가에서 생산과 판매를 관리했습니다. 중국 진나라와 한나라는 소금 전매제도를 도입해 국가의 중요한 사업으로 육성했습니다. 전매제도는 국가가 매매와 매수를 관리하는 제도로 개인적으로 사고팔 수 없다는 뜻입니다. 소금은 국가의 중요한 사업이자 수입 원천이었던 것입니다.
소금이 프랑스 혁명 발발의 도화선이 됐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생활필수품인 소금을 국가만이 팔 수 있는데다 소금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소금값이 치솟았습니다. 18세기 초반에는 소금의 생산가에 비해 소비가가 140배까지 올랐습니다. 왕실의 부패와 소금세로 인한 불만이 1789년 프랑스 혁명 발발의 원인이 됐습니다.
인도에서도 소금세 때문에 비폭력 저항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간디는 1930년 영국 정부의 소금세에 대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소금행진’을 벌였습니다. 당시 인도인들은 영국에서 만든 소금만 먹어야 했고, 이에 대한 세금을 영국 정부에 납부해야 했습니다. 인도에서도 소금이 생산되었지만, 인도인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간디는 인도의 서쪽 해안까지 걸어서 행진했습니다. 바다에 도착한 간디는 모래밭에서 소금 한 줌을 들어 올립니다. 이 행동을 신호로 인도 사람들은 자국에서 생산된 소금을 팔기 시작했는데, 이 사건으로 수만 명의 인도인이 투옥됐습니다. 소금행진은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고, 인도인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습니다. 소금행진 일 년 뒤 소금세는 폐지됐습니다.
인간이 소금을 사용한 것은 기원전 6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금은 살기 위해서 반드시 섭취해야 하는 음식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 국가 재정의 기반이 된 귀중한 물질이었습니다. 소금을 이용한 식문화도 발달했습니다. 그만큼 소금은 우리에게 친숙한 재료입니다. 다양한 생활 영역에서 소금을 사용하는 문화도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소금의 효능에 대해 과신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0.04.22
/ 2022.05.2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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