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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14) 코로나19 급속 확산, '팬데믹' 정말 올까?

푸레택 2022. 5. 25. 12:26

(14)코로나19 급속 확산, '팬데믹' 정말 올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daum.net)

 

(14)코로나19 급속 확산, '팬데믹' 정말 올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홍콩의 한 호텔의 셰프가 새끼돼지 요리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 돼지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 이를 알 리 없는 셰프는 VIP 손님 베스 엠호프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돼지를 손질하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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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컨테이젼>의 한 장면 / 네이버 영화

홍콩의 한 호텔의 셰프가 새끼돼지 요리를 준비한다. 그런데 이 돼지는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 이를 알 리 없는 셰프는 VIP 손님 베스 엠호프가 왔다는 연락을 받고 돼지를 손질하던 손을 앞치마에 대충 문지르고 베스와 악수를 한다. 이후 베스가 마시던 칵테일 잔을 만진 일본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일본에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베스의 휴대전화를 챙겨주던 영국인도 감염돼 영국에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된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데 다리 역할을 한 베스 또한 바이러스와 접촉한 지 단 4일 만에 목숨을 잃는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과정을 실감 나게 묘사한 영화 〈컨테이젼〉의 줄거리다.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요즘 2011년 개봉한 이 영화가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와 영화 내용이 상당히 비슷한 것이 10여 년 전 기억을 ‘소환’하게 된 이유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자. 베스의 사망 뒤 남편 미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아들까지 잃는다. 미국 정부는 연구진을 현장으로 급파하고 이때부터 바이러스로부터 인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 시작된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신종 전염병이 퍼지자 사람들은 민간요법에 매달리거나 가짜뉴스에 현혹되기도 한다. 사재기에 약탈도 벌어진다. 정부는 바이러스가 퍼진 도시를 봉쇄하고, 미치는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도래한 지구촌은 혼란 그 자체가 된다. 그런데 전 세계로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고 진원지가 된 도시가 봉쇄되는 것, 사망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상황. 코로나19 사태와 너무 비슷하다.

전 세계 6대륙에서 모두 확진자 발생 

코로나19가 진원지인 중국을 넘어 한국·이란·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로 퍼지고 있다. 3월 3일 오전 11시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9만여 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6대륙에서 모두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중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 빠르게 확산되자 전염병 시나리오의 최악의 상황인 ‘팬데믹’으로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하는 전염병 6등급의 경보 단계 가운데 최고 위험 등급이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두’라는 뜻이고, ‘demic’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전염병이 세계로 전파돼 모든 사람이 감염된다는 의미다.

WHO는 아직 팬데믹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WHO는 “아직 팬데믹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팬데믹 상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월 25일(현지시간)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위험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p-word(팬데믹)를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적었다. 전 세계에서 중국 외 가장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는 세 나라 한국·이탈리아·이란의 경우 중국 우한 지역과의 뚜렷한 연관성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이탈리아·이란에서 감염자가 급증하는 현상을 근거로 팬데믹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홍콩대 벤 카울링 교수도 〈네이처〉에 “이란·이탈리아·한국 등에서 많은 감염자가 나온 상황을 보면 바이러스 억제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팬데믹 시나리오 ‘이벤트201’ 

팬데믹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팬데믹 상태로까지 악화되면 경제적·사회적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자원 소모는 물론 실업률 상승, 경기 하락, 사회적 불안 증가 등의 현상이 동반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회 갈등 역시 심각해지는 등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실제 전염병으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본 연구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와 세계경제포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벤트201’이라는 가상 시뮬레이션을 발표했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와 배우자 멜린다 게이츠가 세운 자선 단체다. 국제적 빈곤, 질병 퇴치, 교육 지원에 대한 자선사업을 벌이고 관련된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재단 측은 팬데믹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범지구적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벤트201 시뮬레이션은 일단 브라질의 한 돼지농장에서 발병한 감염병으로 사스보다 치사율이 높고 감기보다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설정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단순 폐렴처럼 보이는 증상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해 남미 일대의 도시로 전파된다. 이후 이 지역을 통한 관광과 항공편이 취소되고 교통이 통제됐다. 인터넷상에서 가짜뉴스가 퍼졌고, 주식시장이 40% 가까이 폭락하며 경제적 타격이 발생했다. 팬데믹이 감염과 사망이라는 의료적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문제까지 유발한다는 것이 시뮬레이션 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 것이다. 전염병은 6개월 뒤 전 세계로 퍼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학자들이 백신 개발에 실패해 전염병 발발 1년 뒤 전 세계에서 6500만 명이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이 시나리오는 언제까지나 가상의 상황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시나리오를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조선인 절반 이상 감염시킨 스페인독감 

다행히 인류는 팬데믹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고, 또 이겨냈다.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 높았던 팬데믹으로 흑사병을 꼽을 수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유럽에서 7500만~2억 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20세기 들어서는 1918년 스페인독감(사망자 약 2000만~5000만 명 추정)이 가장 심각한 팬데믹으로 기록된다. 스페인독감은 당시 우리나라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당시 기록을 보면 시베리아횡단철도를 통해 한반도로 유입된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당시 조선인구 1600만 명 중 절반 수준인 740만 명이 감염되고,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에 추수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1948년 WHO가 설립된 이후 팬데믹을 선언한 사례는 1968년 홍콩독감(사망자 약 80만 명 추정), 2009년 신종플루(사망자 약 20만 명)로 불린 인플루엔자A 감염병 두 가지 경우다.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의 한 구절이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 자가격리 중인 사람, 생계전선에서 뛰어야 해 감염원을 피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한 사람들까지 대한민국은 현재 아주 많이 ‘피곤한’ 상태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전염병이 지나간 이후의 삶을 위해 전 사회적인 노력과 배려 역시 함께 가져야 한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0.03.11

 

/ 2022.05.25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