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신종 코로나 백신 왜 빨리 못 만들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daum.net)
(12) 신종 코로나 백신 왜 빨리 못 만들까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 아이가 열이 나 동네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건물 앞에 도착해보니 간호사 두 명이 나와 유리문에 ‘병원 측 사정으로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라는 공지문을 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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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마지막 날, 아이가 열이 나 동네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건물 앞에 도착해보니 간호사 두 명이 나와 유리문에 ‘병원 측 사정으로 당분간 문을 닫습니다’라는 공지문을 붙이고 있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번째 확진 환자가 몸살 증세로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병원 앞에 도착하기 직전 폐쇄 명령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괜찮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유리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감염 의심자와 비감염자가 갈렸다는데 소름이 돋았습니다.
전염병은 증세가 나타나기 전 잠복기에도 감염될 수 있기에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감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감염자와 같은 승강기를 타서 검사를 받은 육군 병사, 감염자와 카페에서 차를 마셨던 사람, 감염자가 들린 식당에서 서빙을 했던 식당 주인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검사를 받았습니다.
인간 감염시키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발견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는 2월 5일 기준 약 2만 명. 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490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확진자는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감염 확진자 수도 같은 날 기준 19명이나 나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와 메르스 유발 바이러스와 뿌리가 비슷한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코로나(corona)’라는 말은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입니다. 전자현미경으로 이 바이러스를 관찰했을 때 표면에 왕관 모양의 돌기가 있어 붙여진 이름입니다.
인간 감염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까지 7종류가 발견됐습니다. 4종류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병원성이 낮습니다. 4가지 외에 3가지 변종 바이러스가 바로 사스바이러스와 메르스바이러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입니다. 3종류 모두 세계적으로 감염자를 낸 악명 높은 바이러스인 셈입니다.
바이러스는 DNA나 RNA 같은 유전물질을 단백질이 둘러싸고 있는 단순한 구조입니다. 혼자서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숙주 세포에 들어가 DNA 또는 RNA를 복제하며 번식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에도 자연계에 존재하다 인간에게 감염이 되면 인체 세포 내에서 유전물질을 복제해 번식하고, 이 과정에서 발열 등 증상을 일으킵니다. 심할 경우 숙주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특히 유전물질로 RNA를 갖고 있습니다. RNA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체내에 침투한 뒤 번식을 위해 RNA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RNA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발생 확률은 DNA바이러스 계열보다 1000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엔 최소 1년 예상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 솟아 있는 ‘표면 항원’을 이용해 만듭니다. 표면 항원을 이용해 만든 백신을 접종하면 몸은 백신을 항원으로 인식해 항체를 생산합니다. 몸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막’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는 이후 진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면역력을 발휘해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RNA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잦다는 점이 개발의 난관입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다음번 유행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버리면 백신의 효과가 없기 때문입니다.
약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임상시험 기간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홍콩 등에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는 외신이 보도되었는데, 백신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임상시험을 아직 거치지 않은 상태의 약물입니다. 임상시험은 약의 적정 투입 용량을 살펴보는 전임상 단계를 거쳐 동물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테스트한 뒤 최종적으로 인간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을 거칩니다. 이 과정까지 최소 1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또한 일단 전염병 유행이 지나가면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일도 어렵고 고비용이 들게 됩니다.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르기 때문에 제약사에서 거액을 선뜻 투자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 때문에 2003년 유행해 중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의 경우에도 아직 이렇다 할 백신이 개발되지 못했습니다. 2016년 발생한 지카바이러스의 경우 다양한 약물군이 백신으로 개발되기 위해 임상시험 중이지만 완벽하게 상용화된 백신은 없습니다. 2015년 유행한 메르스의 경우에도 백신이 최종 개발되지는 않았습니다.
소수자 차별의 계기가 된 전염
전염병은 뚜렷한 치료제도 없고 언제 감염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기 쉽습니다. 이 때문에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사회 내 소수자를 차별하고 외부인을 배척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14세기 유럽인의 3분의 2를 사망케 한 흑사병 창궐 당시 사회 내 소수자였던 매춘부와 집시 같은 여성과 유대인 다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여성들이 마녀사냥을 이유로 화형을 당하기도 했고, 전염병이 발생하지도 않은 지역에서 예방적 조치로 유대인이 집단 학살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2015년 메르스 창궐 당시에도 중동에서 이주해온 외국인노동자가 발열 증상을 보인다는 이유로 사업장에서 적절한 조치 없이 출근을 막고 내쫓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는 다행히 메르스로 진단받지 않았지만 중동 이주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2014년에는 이태원의 한 유명 펍에서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아프리카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벽보를 붙였다가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당시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같은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펍 방문객이 에볼라 발원지 국가에 체류했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별다른 기준도 없이 아프리카인이라면 입장 불가라고 밝힌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용어와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병이나 관련된 사람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 차별 및 편견을 조장할 수 있어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한 폐렴’이라 부를 경우 ‘우한’이라는 지역에 대한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또는 ‘2019년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 발견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뜻의 ‘2019-nCoV’라는 이름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 사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우한 폐렴’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중국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내놨다고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이 다른 집단을 차별하고 이를 통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20.02.12
/ 2022.05.2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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