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류 최대의 적 모기, 알렉산더 대왕도 물려 사망 [알아두면 쓸모있는 과학] (daum.net)
모기가 무서운 이유는 병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모기에 물렸다는 이유로 말라리아 등 치명적 병에 걸리는 것은 모기가 ‘무는 행위’를 통해 체내로 병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6일 인천 영종도에서 뎅기열을 유발하는 모기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동남아시아 등 열대지방에서 뎅기열에 감염돼 국내로 입국한 사례는 있었지만,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가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뎅기열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모기는 무게 5㎎, 길이 10㎜에 불과한 작은 곤충이다. 그러나 쉽게 무시할 수가 없다. 인간보다 먼저 지구상에 등장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 3000여종에 달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동물 가운데 사람을 가장 많이 죽여 ‘인류 최대의 적’이라고도 불린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말라리아, 뇌염, 뎅기열을 앓다 목숨을 잃는다.
모기에 잘 물리는 과학적 이유
모기가 사람을 무는 이유는 번식을 하기 위해서다. 사람을 무는 모기는 산란기의 암컷 모기뿐이다. 비산란기의 암컷 모기와 수컷 모기는 평소 식물의 즙(진액)이나 꿀물을 먹는다. 암컷 모기는 성충이 되자마자 수컷 모기와 짝짓기를 한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 모기는 곧바로 ‘흡혈귀’로 변신한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 조류 같은 온혈동물의 피 속 단백질과 철분(Fe)이 알의 성숙과 발생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암컷 모기는 길어야 2주밖에 살지 못하지만 이 흡혈을 통해 약 700개의 알을 낳는다.
모기는 사람의 몸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과 냄새를 수십 미터 밖에서도 감지해낸다. 예를 들어 운동할 때 근육에서 발생하는 젖산은 일부가 땀에 섞여 피부 밖으로 배출된다. 모기는 이 젖산의 냄새를 20m 밖에서부터 맡고 접근한다. 호흡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10m 밖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숨만 쉬어도 모기가 나를 찾아내는 것이다. 모기가 얼굴 주변에서 ‘윙~’ 소리를 내며 빙빙 도는 것은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이는 모기가 코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 여기에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 대사기능이 떨어지는 노인보다는 활발한 어린아이가 모기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아픈 사람보다는 건강한 사람에게 모기가 더 꼬인다. 술을 많이 마시면 체온이 올라 모기에 물리기 쉽고, 운동 후 씻지 않으면 땀냄새 때문에 모기에 잘 물린다.
모기가 무서운 이유는 병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모기에 물렸다는 이유로 말라리아 등 치명적 병에 걸리는 것은 모기가 ‘무는 행위’를 통해 체내로 병균을 옮기기 때문이다.
인류는 모기 때문에 속절없이 무너져내린 경험이 많다. 〈신곡〉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는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에 감염돼 사망했다. 기원전 2세기 대제국을 건설했던 알렉산더 대왕도 모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는 1880년 대서양과 태평양을 이어 전세계의 해상무역에 큰 영향을 미칠 파나마 운하 건설사업에 손을 댔다가 백기를 들었다. 모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측이 공사현장에 파놓은 물구덩이에 모기 유충이 집단서식하면서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공사 시작 3년 만에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쓰러져갔다. 결국 프랑스는 노동력 부족으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미국은 모기 방역에 힘을 쓴 덕분에 파나마 운하 건설에 성공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 때문에 수많은 군사들이 죽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당시 말라리아 통제활동 사무국을 차리고 곤충학자들을 대거 포진시켜 말라리아 감염을 막기 위한 연구에 힘썼다.
인간과 모기의 쫓고 쫓기는 전쟁
모기와 인간의 전쟁은 오래됐지만 모기가 치명적인 병균을 옮긴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고작 110여년 전의 일이다. 말라리아라는 치명적인 질병에 대한 연구로 지난 100여년간 세 번의 노벨상이 수상됐다. 로널드 로스는 말라리아가 모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을 밝혀 190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을 최초로 발견한 알퐁스 라브랑은 190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중국의 투유유가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 성분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한 공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한 가지 질병에 대해 세 번이나 노벨상이 수상된 것은 말라리아가 유일하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모기와 전쟁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한때 ‘기적의 살충제’로 불린 DDT였다. DDT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동남아시아 정글에서 모기를 퇴치하는 데 활용된 이후 전세계로 널리 보급됐다. 이후 DDT는 인도의 말라리아 환자를 8년 만에 15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며 효과를 내는 듯했다. 그러나 채 5년이 지나지 않아 말라리아에 내성이 생긴 모기가 재창궐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또 DDT가 생물체의 체내에서 배출되지 않고 쌓여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을 통해 DDT의 해악성에 대해 경고를 한 것도 이때였다. DDT의 실패 이후 과학자들은 살충제로는 모기를 박멸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첨단 유전공학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도 모기 퇴치에 이용되고 있다. 영국 연구진은 번식을 못하는 ‘불임 모기’를 만들었다. 이 모기는 번식을 반복했지만 일부가 불임이 되면서 결국 8세대 만에 박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불임 모기를 플로리다주에 풀어놓는 실험을 최근 승인했다. 불임 모기가 야생 모기와 교배해 알을 낳으면 유충 상태에서 사망해버린다. 불임 모기 기술은 아직 연구실 수준에서 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현실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게다가 인간의 개입이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는 윤리적 논란의 한가운데 서 있다.
21세기 후반이 되면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기로 인한 열대성 질환에 추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3월 발표된 적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란다. 앞으로 인간과 모기의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까.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모기와의 전쟁에서 인간은 점점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모기는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 해충과 익충 어떻게 구별할까
해충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곤충을 말한다. 모기, 바퀴벌레 등이 해충이다. 반대로 인간에게 유익한 곤충을 익충이라 부른다. 식물의 수분을 돕는 꿀벌과 나비, 진딧물을 잡아먹어 농사를 돕는 무당벌레 등이 있다.
해충과 익충은 사람들의 편의에 의해 분류된 것이다. 한때 익충이었던 것이 해충으로 변하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무당벌레의 경우 진딧물을 잡아먹는 익충이다. 그런데 무당벌레는 감자잎을 갉아먹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보자면 무당벌레는 해충이기도 한 셈이다. 해충이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고 해서 해충을 박멸하면, 익충도 피해를 입는다. 해충과 익충이 생태계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기 때문에 해충이라고 해서 반드시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위험할 수 있다. 』
필자는 과학칼럼니스트. 신문사에서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퇴사 후 과학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 이슈의 맥을 짚어주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있다. 과학기자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을 어떻게 취재하고 어떻게 기사를 작성하는가에 대한 연구로 한국언론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이 있다.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ㅣ경향신문 2019.08.28
/ 2022.05.21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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