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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믿음의 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

푸레택 2022. 5. 20. 20:44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믿음의 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 (daum.net)

 

[송민령의 뇌과학 이야기] '믿음의 과학'이라는 미지의 영역

[경향신문] 정신없는 2주였다.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고, 예정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 몇 달간 꾸역꾸역 월세를 내며 버텨왔을 가게들도 다시 조용히 비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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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2주였다.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고, 예정된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었다.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지난 몇 달간 꾸역꾸역 월세를 내며 버텨왔을 가게들도 다시 조용히 비어갔다. 인간은 모여 사는 존재인데도, 동료 시민이 모인 모든 장소가 위험한 곳으로 변했고, 많은 이들이 집 안에서 견디는 와중에도 부산에서만 270여곳에서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불안으로 들뜬 마음의 틈새를 미움이 채웠다. 나는 당신의 신을 믿지 않지만, 당신을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존중하기에 당신의 종교도 존중해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타인의 생명과 경제에 잠재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면, 혹시 몰라 조심해주는 배려를 보일 수 있지 않나.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 그들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 보았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적어도 내 세계관에서 그들의 말은 논리적인 정합성이 맞지 않았고, 때로는 본인들이 했던 말도 뒤집는 것으로 보였다. 과학 하는 사람이 뭘 하겠나. 실험을 하든가, 논문을 찾아볼밖에.

종교에 대한 뇌과학, 인지과학 분야의 논문은 많지 않았다. 나의 세부 전공과 다른 영역인지라, 저널 영향력 지수에 의존해 논문을 추리다보니 검색 결과가 더욱 옹색하다. 아주 최신 논문도 아니고, 논문 내용이 이번 사건과 직접 관련된 것도 아니지만, 이해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소개한다. 이해란 동조와 동의어가 아니며, 변화의 작용점을 찾아 바꾸어가기 위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찾아낸 논문들은 무교(종교적 불신)에 대한 인지과학 논문들이다. 저베이스(Gervais)와 노렌자얀(Norenzayan)이 2012년 ‘사이언스’에 출간한 연구에 따르면 분석적 사고가 강할수록 종교적 불신이 크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저자들은 직관대로 답하면 틀린 답이 되는 질문 3개를 캐나다 대학생들에게 제시했다. 가령 ‘볼펜과 지우개를 합쳐서 1100원인데 볼펜이 지우개보다 1000원 더 비싸다면 볼펜은 얼마인가?’와 같은 문제를 제시했다. 이 경우 직관적인 답은 1100원이지만, 실제 답은 1050원이다. 연구자들은 이 문제들을 통해 분석적인 사고로 직관적인 답을 기각할 수 있는 정도를 추정했고, 그 결과 분석적인 사고가 강한 사람일수록 종교적 불신이 강하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인과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실험들도 진행되었다. 그중의 한 실험에서는 제시된 5개의 단어 중 한 단어를 제외한 뒤, 나머지 단어들을 말이 되는 문장으로 만들게 했다. 이때 참가자의 반에게는 ‘분석하다, 추론하다, 이성적인’처럼 분석을 연상시키는 단어가 포함된 단어 묶음을 제시했고, 나머지 반에게는 ‘망치, 점프, 갈색’처럼 분석과 무관한 단어들만 포함된 단어 묶음을 제시했다. 분석과 관련된 단어를 접한 후에는 분석적 사고가 필요한 과제의 수행 능력이 좋아지는데, 연구자들은 분석과 관련된 단어를 접한 참가자들의 종교적 불신이 커진 것을 발견했다.

같은 저자들이 2013년 ‘인지과학 트렌드’ 학회지에 출간한 논문에 따르면, 무신앙은 안전감과도 관련된다고 한다. 실제로 가난과 빈부격차가 심하고 위험한 곳일수록 종교의 비중이 큰 반면, 북유럽 등지에서는 종교 집단이 작다. 또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사회적인 비용이 클수록 종교인이 늘어난다고 한다. 같은 해 같은 저널에서 배너지(Banergee)와 블룸(Bloom)은 종교가 문화적으로 학습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종교를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대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 와서는 종교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종교(또는 강한 신념)를 믿지 않다가 믿게 된 사람, 믿다가 믿지 않게 된 사람들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면 좋겠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고, 비과학적인 신념에 매몰된 사람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과학적인 신념에 빠진 사회 구성원이 늘어나는 상황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그런 사회 구성원이 생겨버렸을 때 어떻게 대할지, 그들의 행동으로부터 그들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송민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과정ㅣ경향신문 2020.08.27

 

/ 2022.05.20(금)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