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머릿속 게으름의 고속도로.. 익숙함을 버리자 (2022.04.08)

푸레택 2022. 4. 8. 13:17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머릿속 게으름의 고속도로..익숙함을 버리자 (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머릿속 게으름의 고속도로..익숙함을 버리자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습관은 자극을 처리하는 신경시스템이 자동화된 것이다. 걸음걸이가 자동화되지 않았다면 발이 움직일 때마다 뇌는 지면의 각도와 장애물의 위치 같은 정보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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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머릿속 게으름의 고속도로.. 익숙함을 버리자 / 이용범 소설가

ㅣ습관이 삶을 지배한다

◆ 습관을 바꾸기 어려운 이유

습관은 자극을 처리하는 신경시스템이 자동화된 것이다. 걸음걸이가 자동화되지 않았다면 발이 움직일 때마다 뇌는 지면의 각도와 장애물의 위치 같은 정보를 일일이 계산해야 할 것이다. 뇌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기에 모든 행동을 자동화하려 든다. 그래야 다른 신체기관보다 과도하게 소비되는 에너지를 아껴 더 복잡한 일에 사용할 수 있다. 에너지에 관한 한 뇌는 지독한 구두쇠다. 그래서 우리는 대부분의 행동을 습관에 의존한다.

뇌에는 강력한 습관회로가 자리 잡고 있다. 회로의 존재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신경과학자 앤서니 디킨슨 연구팀이 밝혀냈다. 레버를 눌러야 먹이가 나오는 환경에 적응한 쥐들은 먹기 싫은 먹이가 나와도 습관적으로 레버를 눌러댔다. 쥐들의 뇌 분석 결과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때면 전전두엽이 활성화됐다.

그러나 행동이 반복될수록 선조체(線條體·striatum), 감각운동피질(sensorimotor cortex), 중뇌(midbrain)가 활성화한 반면 전전두엽은 침묵을 지켰다. 이는 새롭게 시도할 때는 의식적 집중이 이뤄지지만 습관화할수록 무의식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무의식에 주도권을 넘겨주는 과정이 바로 습관화다. 일단 무의식으로부터 지배받게 되면 행동을 바꾸기 어렵다.

습관회로는 뇌 안의 고속도로와 같다. 반복적으로 경험한 정보는 곧장 고속도로로 향한다. 뇌는 복잡하게 얽힌 전선 뭉치와 비슷한 구조로 돼 있다. 뇌의 신경섬유는 사용하면 할수록 미엘린(myelin)이라는 물질에 감싸이게 된다. 이는 전선에 피복을 입히는 것과 유사하다. 미엘린이 신경섬유를 감싸면 정보의 흐름은 100배 정도 빨라진다.

게다가 동일 자극을 반복적으로 처리하게 되면 미엘린 층은 50겹까지 두꺼워진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는 것은 특정 경로의 신경섬유를 미엘린이 겹겹이 에워쌌다는 의미다. 미엘린은 50세 무렵까지 조금씩 증가하다 이후 겹 사이의 틈이 벌어지면서 감소하기 시작한다.

습관이 형성되는 과정.

◆ 의지만으론 부족하다

2017년 미국 듀크대학 연구팀은 습관 형성에 결정적으로 역할하는 뇌의 신경세포를 찾아냈다. 의지력이 강한 사람도 신경세포를 통제할 수는 없다. 의지력은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다. 힘들게 운동하면서 채소·닭가슴살만 먹는 것과 안락의자에 앉아 기름진 배달음식을 먹으며 컴퓨터 게임이나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즐겁겠는가.의지력은 즉각적 쾌감 앞에 무력하다. 더구나 의지력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의지나 결심만으로 습관을 바꾸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래전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은 의지력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삼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육을 오래 사용하면 피로가 몰려오듯 의지력도 계속 사용하면 포도당처럼 고갈된다. 중요한 것은 근육을 강화하듯 마음의 근육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습관은 기억의 한 형태다.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기억을 바꾸는 것이다. 이는 곧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습관을 바꾸는 것은 새로운 신경 연결을 만들고 그 위에 피복까지 입히는 것과 같다.

새로운 시도는 귀찮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고역인 경우가 많다. 습관을 바꾸려면 기존의 습관과 힘들게 투쟁하면서 새로운 행동까지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고통이 뒤따른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인다.

2014년 겨울, 런던 지하철 노조가 48시간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한 연구팀이 파업을 전후해 승객들의 이동경로에 대해 분석했다. 파업이 끝나자 대다수 승객은 다시 지하철을 이용했다. 새로운 경로를 선택한 승객은 5%에 불과했다. 이들은 평균 32분 걸리던 출퇴근 시간을 6분40초 단축시켰다. 그런데도 95%의 사람은 과거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습관의 힘은 의지력보다 훨씬 세다. 삶의 방식이 바뀌려면 새로운 행동의 반복으로 옛 습관의 빈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도가 즐겁지 않으면 과거의 습관을 이길 수 없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너무 쉬워 포기하기 민망한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야 하고, 반복으로 금방 자동화할 수 있어야 하며, 재미가 느껴질 만큼 충분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

뇌세포뉴런을 감싸고 있는 백색 지방층 '미엘린'의 모습.

습관은 자극처리 신경시스템의 자동화 통해 무의식 지배
의지보다 강한 습관의 힘, 새로운 습관의 반복 통해 바꿔야
늘 실패하는 금연·다이어트 작은 것부터 속도·목표 늘려나가야

◆ 좋은 습관으로 대체하기


심리학자들의 의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습관은 사라지지 않지만 다른 습관으로 바꿀 수는 있다!’ 이른 나이에 시도할수록 습관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진다. 습관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행동의 반복이다. 반복이야말로 학습의 열쇠다.

훈련으로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것은 뇌의 신경시스템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과 같다.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새로운 행동이 기존 습관과 투쟁할 때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첫 투쟁에서 승리하면 나쁜 습관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따라서 기존 습관과 싸워 이기는 한 번의 성공이 중요하다.

누구나 ‘핵심 습관’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흡연·도박·음주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한다. 핵심 습관은 다른 행동과 연쇄반응하며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령 흡연은 수면·식사·여가·일·인간관계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담배만 끊어도 많은 게 저절로 바뀐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세워 다짜고짜 달려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의지력이 필요 없는 작은 행동부터 길들인 다음 속도와 목표를 점차 높여가야 한다. 나쁜 습관을 유발하는 ‘신호’부터 없애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데도 군것질하는 습관이 있다면 군것질거리를 눈에 띄는 곳에서 치워버리는 것이다.


소비자행동 전문가인 브라이언 원싱크 전 교수는 코넬대학 재직 당시 일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실험에 나섰다. 한 집단의 사무실에서 투명 용기에 초콜릿을 담아뒀다. 다른 집단의 사무실에서는 불투명 용기에 담아뒀다. 실험 결과 투명 용기에 노출된 사람들의 초콜릿 섭취가 71%나 많았다.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낚싯대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물고기로 보이는 법이다. 이들의 욕구가 사라지게 만들려면 망치와 낚싯대를 치우는 수밖에 없다. 나쁜 습관을 유발하는 신호가 제거됐다면 이제 좋은 습관을 유발하는 신호가 발신돼야 한다. 예컨대 초콜릿이 있던 자리에 손질하지 않고 쉽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을 놓아두는 식이다.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보이는 곳에 붙어 있다면 더 좋다. 습관이 내 삶을 지배한다. 내 삶을 내 힘으로 지배하는 방법은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21.02.10

/ 2022.04.0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