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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불공정에 대처하는 자세.. 뇌영역 경쟁으로 판가름 (2022.04.08)

푸레택 2022. 4. 8. 13:28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불공정에 대처하는 자세..뇌영역 경쟁으로 판가름 (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불공정에 대처하는 자세..뇌영역 경쟁으로 판가름

2000년대 초반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과 사라 브로스넌은 둘씩 짝 지은 꼬리감기원숭이에게 같은 과제를 내줬다. 과제가 끝나면 먹이와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을 줬다. 두 녀석에게 똑같은 먹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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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불공정에 대처하는 자세.. 뇌영역 경쟁으로 판가름 / 이용범 소설가

ㅣ공정성은 인간의 본성이다

왜 불공정에 분노하는가
손해 무릎쓰고 불공정에 저항
불공정한 상황 땐 뇌섬엽 활성화
구역질 유발하는 혐오관과 연관
윗사람 부당한 요구 거부 어려워
자기제어 배외측전전두피질 활성화
보복하는 방식으로 불공정에 저항
어린아이들도 공정성 실현 원해
악인 처벌받는 것에 환호·공감
정의를 추구하는 것 인간의 본성

얼음과자 먹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

2000년대 초반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발과 사라 브로스넌은 둘씩 짝 지은 꼬리감기원숭이에게 같은 과제를 내줬다. 과제가 끝나면 먹이와 교환할 수 있는 티켓을 줬다. 두 녀석에게 똑같은 먹이를 줬을 때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한 마리에게만 달콤한 포도를 줘봤다. 그러자 다른 원숭이는 자기가 받은 오이 조각을 내팽개쳐버렸다. 공정하지 못한 처우에 분노한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감정은 진화적으로 오랜 기원을 갖고 있다. 우리는 공정성이 훼손되면 분노할 뿐 아니라 불공정하게 혜택입은 사람을 처벌한다. 2000년 영국의 경제학자 앤드루 오스왈드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을 네 명씩 짝 지어 실험실로 들여보냈다. 참가자들은 칸막이가 설치된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모니터에는 네 사람의 게임머니가 익명으로 기록돼 있었다. 게임머니는 게임이 끝난 뒤 현금으로 지급됐다.

첫 게임이 끝나자 연구진은 네 명 중 무작위로 고른 두 명에게 보너스를 지급했다. 두 사람은 아무 설명 없이 다른 두 명에게 보너스가 지급되는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봐야 했다. 이 실험의 하이라이트는 게임이 끝나갈 무렵 참가자들에게 자기의 게임머니를 걸고 다른 사람의 게임머니를 삭감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순간이다. 이 룰이 적용되자 보너스를 받지 못한 참가자들은 받은 사람의 게임머니를 열심히 삭감했다. 손해를 무릅쓰고 불공정에 저항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실험도 있다. 2012년 런던대학 연구진은 60명의 실험 참가자를 심한 갈증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둘씩 짝 지어 생수 한 병을 나눠 마시도록 했다. 두 사람은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으로 물을 나눠 마실 수 있다. 한 사람이 나누는 비율을 제안하면 다른 한 사람은 이를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받아들이면 그대로 물을 나누지만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물을 마실 수 없다. 따라서 제안자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만한 비율을 제시하는 게 유리하다. 수용자는 비율에 관계없이 무조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유리하다. 그러지 않으면 두 사람 모두 물을 마실 수 없다.

이때 수용자에게 비밀 메시지가 전달된다. 사실은 제안자가 물을 조금 더 갖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수용자는 상대가 물을 마시지 못하도록 거절하는 비율이 늘었다. 자기도 물을 마시지 못할 게 뻔한데도 그렇게 선택한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욕구가 목마름이라는 생리적 욕구보다 더 간절했던 것이다.

공정성은 인간의 본성

부당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때 우리 내면은 복잡하게 반응한다. 불공정한 상황 아래서는 뇌 안쪽에 있는 뇌섬엽(insula)이 활성화한다. 뇌섬엽은 구역질을 유발하는 혐오감과 연관 있다. 도덕적 혐오를 느낄 때도 비슷하게 반응한다. 불공정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운 것이다. 하지만 윗사람이 부당한 요구를 하면 거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뇌섬엽의 활동이 감소하고 배외측전전두피질(Dorsolateral 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한다. 배외측전전두피질은 자기제어와 연관 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노는 억제하고 어쩔 수 없이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항할 수 있는 상황이면 뇌섬엽이 활성화하고 불공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면 배외측전전두피질이 활성화한다. 분노할 것인가, 인내할 것인가는 뇌의 두 영역 간 경쟁으로 판가름 난다. 사람들은 공정성을 위반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방식으로 불공정에 저항한다. 직장에서는 본인의 손실이 더 크기에 저항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회만 주어지면 기꺼이 손실을 무릅쓰고라도 보복에 나설 것이다.

보복은 그 자체로 쾌감을 준다. 2018년 네덜란드의 한 연구진이 컴퓨터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 뇌를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했다. 게임 참가자들은 게임머니로 다른 참가자를 돕거나 이기주의자를 응징할 수 있다. 뇌 촬영 결과 이기주의자를 처벌할 때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가 활성화했다. 복측선조체는 쾌감이 생길 때 활성화하는 부위다. 흔히들 피해자를 도울 때보다 가해자를 처벌할 때 쾌감이 생긴다. 처벌 수위가 높아질수록 쾌감도 함께 고조된다.

어린아이들도 공정성이 실현되기를 원한다. 2017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은 침팬지 17마리와 4~6세 어린이 72명에게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제3의 처벌자가 등장하는 연극을 보여줬다. 그 결과 침팬지는 나쁜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싶어했다. 아이들은 6세쯤 돼야 침팬지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침팬지도 공정성이 실현되기를 원하며 특히 사람은 여섯 살이 돼야 그런 감정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악인이 처벌받는 것에 환호하고 공감한다. 이런 공감능력이 없었다면 정의는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시장에 사회정의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의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사회를 유지하려면 정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연은 사회적 동물의 내면에 공정성 추구라는 마음을 새겨 넣었다. 그 덕에 우리 조상들은 정의와 폭력이 동일시되던 환경에서 벗어나 평화와 협력의 시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조상들은 사냥꾼으로 살아가던 시절에 이미 사악한 이기주의자를 처벌하는 문화도 정착시켰다. 사냥한 고기는 중립적인 인물이 분배했다. 폭력 남용자는 동맹을 결성해 제거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불공정과 독재에 저항하는 심리를 갖게 됐다.

일터의 공정성

흔히들 불공정한 상황에 공분하지만 정작 직장에서는 불공정을 감수하곤 한다. 기업은 개인의 성과를 평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차별적으로 보상한다. 이런 방식은 능력자에게 분에 넘치는 보상을 기대하게 만든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불만을 갖도록 부추긴다.

능력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세상은 불공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능력주의는 모든 구성원이 조직에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보상에 대한 만족감은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공정한 절차가 좌우한다.

직장에서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은 개인마다 기댓값이 다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킬 방법은 없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더구나 공정성에 약간의 균열만 생겨도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공정성을 경험하면 도파민·세토토닌·옥시토신 같은 신경호르몬이 분비돼 유대감과 신뢰감은 상승한다. 반면 공정성이 무너지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따라서 보상을 늘리기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마련하는 게 구성원들에게는 최고의 보상이다.

능력에 따른 보상 대신 집단에 대한 보상도 공정성을 유지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팀 전체에 보너스를 지급하고 자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조치하면 구성원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실험 결과 팀원들이 자율적으로 배분방식을 정할 경우 능력에 따라 배분하든 균등하게 배분하든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의는 상대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불공정한 행위에 관대하다. 하지만 남이 저지른 불공정한 행위는 참지 못한다. 특히 직위를 이용해 특혜까지 누린 공직자에게는 극도로 분노한다. 그러나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이나 소속 집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눈을 감아버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2010년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부터 이득을 본 뒤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득이 돌아갈 때 만족한다. 인간은 지독한 맹수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자기 배를 무한히 채우기 위해 상대의 목까지 물어뜯는 흡혈귀는 아니다.

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21.04.28


/ 2022.04.0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