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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당장 필요한 것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다이아몬드? (2022.04.08)

푸레택 2022. 4. 8. 13:10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당장 필요한 것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다이아몬드? (daum.net)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당장 필요한 것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다이아몬드?

한 해가 저물 즈음이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할 선물을 고르느라 고민에 빠지곤 한다. 특히 상대가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모를 때, 격식을 차려야 할 때,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할 때 고르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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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의 행복심리학] 당장 필요한 것보다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래서.. 다이아몬드? / 이용범 소설가

ㅣ연말연시,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한 해가 저물 즈음이면 고마운 사람들에게 전할 선물을 고르느라 고민에 빠지곤 한다. 특히 상대가 원하는 선물이 무엇인지 모를 때, 격식을 차려야 할 때,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할 때 고르기가 더 힘들어진다.

흔히들 선물은 가격보다 보내는 이의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은 무엇이며, 적당한 가격의 경계는 어디인가. 미국 작가 오 헨리(1862~1910)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등장하는 젊은 부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놓는다. 이들이 서로에게 건넨 선물은 콧등이 시큰해질 만큼 감동적이지만 세상사는 소설과 달리 드라마틱하지 않다.

◆ 어떤 선물이 좋을까

선물을 주는 행위는 헐벗은 사람에게 옷이나 신발을 건네는 것과 다르다. 선물은 필요한 효용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 속에 나를 자리잡게 하고 그 너비와 깊이를 최대한 키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효용이 크다고 선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선물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팁을 제시해준다.

첫째, 당장 필요한 것보다 갖고 싶어하는 것을 선물한다.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남에게 과시하는 용도 외에 아무 쓸모가 없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 그래서 비싸고 귀하다. 사람들이 받고 싶어하는 선물은 당장 쓸모가 없어서 오랫동안 간직해야 하는 것들이다. 쉬이 사라지지 않고 함부로 양도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선물이다.

둘째, 각별한 경험과 시간을 선물한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크리스토퍼 시 교수는 내셔널풋볼리그(NFL) 선수들을 예로 들었다. 슈퍼볼이 끝나고 1주 뒤 올스타전이 열린다. 올스타 선발 선수들은 엄청난 액수의 출전비를 지불해도 행사에 불참하는 경우가 많다. 돈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휴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NFL은 1979년부터 올스타전 개최지를 하와이로 옮기고 선수들에게 여자친구와 함께 올 수 있는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도 제공했다. 그러자 스타 선수들의 참여율이 대폭 증가했다. 돈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현금 봉투를 건네는 것보다 여행지로 향하는 항공기 티켓을 선물하는 게 낫다.

◆ 안 주느니만 못한 선물

셋째, 모든 선물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는다. 수술 받는 친구를 위해 병원에 찾아가 헌혈했다고 가정해 보자. 수술 후 친구가 고맙다며 현금 10만원을 보냈다. 통장에 찍힌 10만원을 확인했을 때 그 기분은 어떨까. 선의가 돈으로 환산될 때 애초의 선한 동기는 무력화한다. 친구를 도우려 했던 순수한 동기가 훼손돼버리기 때문이다.

2008년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헌혈할 의사가 있는 여성 153명과 남성 119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실험했다. 첫 번째 그룹에게는 헌혈해도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두 번째 그룹에게는 약간의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그룹에게는 헌혈의 대가로 받는 돈을 소아암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고 말해줬다.

남성의 경우 세 그룹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여성의 경우 보상 없는 그룹의 52%가 헌혈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반면 대가를 약속받은 그룹은 30%만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돈을 받은 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여성도 53%나 됐다. 당시 실험은 선의에 대해 물질적 가치로 보답할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선의에 대한 가장 값진 보답은 순수한 선의 그 자체다.

NFL 올스타전 불참 선수들, 돈보다 가족 택해
헌혈 대가로 받은 통장의 돈 10만원 기쁠까
10만원짜리 코트보다 9만원짜리 스카프를…
상대가 원하는 걸 모를때? 그냥 물어봐
선물 고를때 고민 유무는 신경 안써
원하는 것 받으면 그걸로 OK

넷째, 양보다 질로 승부한다. 선물이 꼭 명품이나 사치품일 필요는 없다. 비싸지 않은 동종의 선물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이면 된다. 가령 값싼 와인 세 병을 세트로 선물하는 것보다 최고급 와인 한 병을 선물하는 게 낫다. 받은 사람은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꼭 필요한 날, 꼭 필요한 사람에게 와인을 건넬 것이다. 그리고 선물한 당신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10만원짜리 코트보다 9만원짜리 스카프를 선물하는 게 낫다.


선물이 미흡하다고 생각돼도 덤을 보태는 것은 금물이다. 덤을 추가하면 오히려 선물의 가치가 떨어진다. 24피스 식기 한 세트를 구입하려는데 옆에 31피스 세트가 비슷한 가격에 진열돼 있다고 치자. 31피스 세트는 온전한 24피스 세트에 약간 흠집이 있는 7피스가 추가된 상품이다. 두 세트의 가격이 비슷하다면 짠돌이 살림꾼에게는 31피스 세트를 고르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라면 온전한 24피스 세트를 고르는 게 현명하다. 덤으로 추가된 값싼 물건이 고가 선물의 매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 좋게 덤을 얻었다면 당신이 챙기는 게 낫다.

◆ 기다림과 기대 사이

다섯째, 선물 받는 사람의 성향과 그가 처한 상황을 고려한다. 상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노스이스턴대학의 메리 스테펠 조교수는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라고 권한다.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묻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큰 결례는 아니다. 어머니에게 명품 구두를 선물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정작 어머니는 식기세척기를 원할 수도 있다.

물론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묻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또 상대에게 선물을 고르라고 하면 오히려 고민거리만 안겨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애초부터 상대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게 낫다.

선물이 무엇인지 미리 말해주는 게 나을 때가 있다. 비밀에 부치고 있다가 깜짝 놀라게 해주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상대가 선물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고, 그가 간절히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당신이 아는 상황이라면 미리 말해주는 게 낫다.

우리를 즐겁게 하는 것은 기대(expectation)다. 상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선물할 때는 미리 알려줌으로써 오랫동안 기대감에 흠뻑 빠지도록 만드는 게 낫다. 전혀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깜짝 이벤트로 감동을 주는 게 낫다.

회사나 단체에서 주는 의례적인 선물은 가능한 한 여러 번 나눠 주는 게 좋다. 작은 선물이라도 크리스마스에 한 번, 설에 한 번 주면 받는 사람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다. 회사나 단체는 여러 사람에게 같은 선물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선물을 고르는 담당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선물을 고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결국 주나마나한 선물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선물을 고르는 데 힘 쏟기보다 평범한 선물이라도 개인별로 독특한 의미를 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선물에 받는 사람의 이니셜을 새기거나 특별한 방식으로 포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는 당신이 선물을 고르는 데 들인 노력에 별 관심이 없다. 201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물받은 사람은 당신이 심사숙고해 골랐든 무작위로 골랐든 반응에서 아무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물론 선물이 보잘것없다고 느낄 때면 당신이 선물을 구하느라 들인 시간과 노력에 대해 말해줄 필요가 있다.

선물 고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면 기프트 카드도 나쁘지 않다. 다만 기프트 카드의 용도가 정해져 있으면 별 효과는 없다. 받는 사람이 커피나 영화를 좋아한다고 치자. 그래서 오직 그것만 소비할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선물하면 잘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프트 카드를 선물할 때는 사용 재량권도 함께 선물해야 한다.

고마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감사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따뜻한 인사 한 마디와 감사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꼭 선물해야 한다면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주고받는 게 좋다.

이용범 소설가ㅣ아시아경제 2020.012.16

/ 2022.04.0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