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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 포스트휴먼 - 과연 호모사피엔스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일까? (2022.03.17)

푸레택 2022. 3. 17. 08:08

포스트휴먼 - 경계적 존재, 몸은 상상의 네트워크다

포스트휴먼을 상상하다. 과연 호모사피엔스가 인류 진화의 종착역일까?

'포스트'라는 접두사는 무엇 다음에 오는 것, 후속적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현대에는 각종 '포스트'가 범람한다.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페미니즘을 비롯해 포스트지놈시대, 포스트휴먼이라는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포스트휴먼'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풀어보자면 휴먼 다음의 휴먼 즉 인간 다음 세대의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는 종 다음에 새로이 진화된 인간을 명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롭게 진화된 인간이란 어떤 종일까? 이 진화를 가져온 결정적 열쇠는 과학과 테크놀로지다. 이 진화는 몇 백만 년 지속되어온 호모사피엔스라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과학과 테크놀로지로 인한 진화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정보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로 기술이 인간 몸속에 삽입되거나 생활에 밀착되으로써 인간과 기계의 경제가 해체되는 시대다. '신인류'로 불리는 포스트휴먼은 기계, 기술과 융합된 인간을 말한다. 기계와 융합된 인간이 바로 사이보그다. 포스트휴먼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부각되는 시대다. 신화와 소설, 영화에서 상상되었던 경계를 훨씬 넘어서는 창의적 상상력이 미래 인간을 예측하는 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미래에 대한 상상은 모든 분야에서 일상이 되었다.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사이보그라는 용어를 보자. 이 말은 1906년 미국의 만프레드 클라인즈와 나단 클라인이 쓴 논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 논문에서 인간이 우주 여행을 할 때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를 기술적으로 개조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 기계와 유기체의 합성물을 사이보그로 명명했다. 사실상 기계와 유기체의 결합은 이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수없이 상상되어왔다. 그리스 신화에서 대장장이 헤파이스토스는 의족을 만들었고, 다이달로스도 아들 이카루스에게 인공날개를 달아주었다. 이와 유사한 예는 동양신화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산해경》에서도 의족이 등장하고, 몸의 약점을 보완하는 갖가지 장치들이 나온다. 이외에도 〈6백만불의 사나이〉 〈터미네이터〉 〈로보캅〉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 영화에서 시대를 앞서가며 사이보그에 대한 상상을 펼쳤다.

사이보그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인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진 유기체, 인간과 기계의 잡종이다. 사이보그가 유기체를 기술적으로 변형시킨 것이라고 할 때,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심장작동기·의족·의수·인공보청기·달팽이관을 부착한 사람, 더 큰 범주에서는 안경을 쓴 사람까지도 사이보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심지어 옷은 인간 피부를 대체하는 것으로서, 메모장은 기억을 확대한 것으로서, 메모장은 기억을 확대한 것으로서 사이보그적 장비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사이보그를 대체하기 위해 요즘은 '파이보그(Fyborg)'라는 용어가 나왔다. 이것은 '기능적(functional)'이라는 용어와 '사이보그(cyborg)'의 합성어다. 핸드폰, 컴퓨터, 자동차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각종 장치들이 현대인의 능력을 보완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파이보그다.

일상적 사이보그 시대, 파이보그 시대를 맞아 군사용 로봇 개발에도 곤충이나 동물을 이용한 사이보그가 활용되고 있다. 이제까지 군사용으로 개발된 로봇은 상대에게 노출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동물이나 곤충과 같은 생체에 전자기계 장치를 이식하는 사이보그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높다. 또한 자연재해 발생 시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위험한 곳의 상황을 탐지해 연락을 해줄 수 있다면, 인명을 구조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목적을 위해 전쟁터에서 화학물을 탐지하고 재난이 일어난 곳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곤충 사이보그'가 개발되고 있다. 귀뚜라미, 매미, 여치와 같은 곤충에 전극을 주입시켜 '곤충 사이보그'를 만들어 그 사이보그들이 화학물질의 존재를 교신케 한다는 것이다.

사이보그 사슴 눈과 다리가 기계장치로 되어 있는 노루, 리사블랙
 

사이보그 사슴 이미지는 동물 사이보그다. 사슴의 한쪽 눈이 기계장치로 대체되고, 등줄기와 다리 역시 기계가 이식되어 있다. 이 사이보그는 뉴질랜드 아티스트 리사 블랙이 죽은 동물 박제에 기계장치를 장착해 만든 예술품이다. 작가는 벼룩시장에서 산 동물박제에 연민을 느끼고 기계 장치를 부착해 형상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거북, 오리, 사슴 등의 동물 박제에 톱니바퀴, 스프링 등의 기계 부품을 결합해 움직이는 사이보그 박제품을 창작하는 것이 그녀의 주된 창작 콘셉트다.

동물과 기계를 결합한 리사 블랙의 '사이보그 예술품'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유행했던 자동인형을 연상시킨다. 자크 드 보캉송은 1738년 자동오리를 만들었다. 400여 개의 기계 부품으로 제작된 이 자동오리는 날개를 퍼덕이고 물을 마시거나 심지어는 곡물을 소화시켜 배설까지도 했다고 한다. 이 로봇 제작은 오리 모양 인형에 자동기계장치를 넣어 마치 진짜 오리인 것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니까 오리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중요했다.

자동 오리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오리, 자크 보캉송, 1738년
 

반면 리사의 사슴이나 오리는 목숨을 잃은 진짜 오리에 기계장치를 이식해 살아 있는 생명체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 두 경우의 상상력은 미래에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과 사이보그의 문제 일 수 있다. 완전히 기계장치로만 제작된 인간로봇과 인간 몸에 각종 기계장치를 이식해 업그레이드된 사이보그의 관계는 보캉송의 자동오리와 리사 블랙의 동물 사이보그 관계와 같은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케빈 워웍, 최초의 사이보그

정보기술과 신경공학은 사이보그 시대의 획기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뇌에 신경보철을 이식하면 그야말로 우리가 동양 무술이나 신화 속에서 들었던 상상적 이야기들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게 된다. 1998년 미국의 필립 케네디는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미세전극을 심어 환자와 컴퓨터를 소통시키는 실험에 성공했다. 뇌에 이식된 전극은 환자가 어떤 움직임을 생각하면 그 신호를 포착해 컴퓨터로 보내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독심술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뇌의 특정 부위에 기계장치를 심게되면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 SF 영화들에 나오는 것처럼 기계장치로 성적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뇌에 무선 송수신기를 부착해 언어가 필요 없이 텔레파시로 의사소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이러한 미래적 상상을 실천한 과학자가 있다. 바로 케빈 워웍이다.

영국 레딩 대학교 인공두뇌학과 교수 케빈 워웍은 두 번에 걸쳐 사이보그 실험을 감행했다. 첫 번째 실험은 1998년 자신의 왼쪽 팔 밑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고 9일 동안 자신의 위치 신호를 컴퓨터로 전송하는 프로젝트였고, 두 번째는 2002년 자신의 왼쪽 손목 밑에 100개의 실리콘 전극을 삽입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외에도 그는 아내 이레나와 함께 몸속에 칩을 이식해 최초로 신경계끼리 의사소통한 부부가 되었다. 그가 이처럼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사이보그 실험을 감행한 배경에는 기계와 인간 관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에서 사이버 세계에 들어선 최초의 인간이 겪은 모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기계와 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으로서의 나약한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모험의 출발점이었다.

그는 인류가 진화된 기계와 기술 세계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 '기계 계몽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그에 따라 기계와 인간이 파트너십으로 제휴해 기계와 같은 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에 이른다. 기계와 제휴해 업그레이드되면 수백만 개의 메시지를 동시에 오류 없이 보내고 받을 수 있고, 생각의 신호를 통해 기계와 대화하고, 또 인간들끼리 생각만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상상이었다. 그 결과 몸에 실리콘 칩을 이식해 실리콘의 전기신호와 신경 시스템을 연결시키는 실험을 감행하게 되었다.

두 번에 걸친 사이보그 실험을 통해 그는 "초감각 능력, 뛰어난 의사소통 수단, 인간과 기계가 조합된 최상의 뇌를 가지게 된 나는 나의 선택이 무엇인지 안다. 내 목표는 사이보그가 되는 것이다"라고 술회한다. 실제로 그는 《기계의 행진》에서 미래에는 로봇이 지구를 접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글=허정아 연세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한 후 프랑스 엑상프로방스의 마르세유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파리8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예술기획경영, 디지털아트를 가르치고 있으며, 미디어아트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상상력개발센터장으로서 상상력 콘텐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출처] 《몸, 멈출 수 없는 상상의 유혹》(허정아, 21세기북스) 다음백과

트랜스휴머니즘 transhumanism

트랜스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은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정신적 · 육체적 성질과 능력을 개선하려는 지적 · 문화적 운동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을 신봉하는 트랜스휴머니스트들은 장애, 고통 · 질병 · 노화 · 죽음과 같은 인간의 조건들을 불가피한 것이 아닌, 불필요하며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한다. 생명과학과 로봇기술은 인간의 제약 조건들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트랜스휴머니즘은 1957년부터 등장한 단어이지만 1980년대 미국의 미래학자들에 의해 지금의 뜻을 갖게 되었다. 트랜스휴머니즘 사상가들은 인류가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 자신들을 변형시킬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이렇게 변형된 인간을 ‘포스트휴먼 (posthuman)’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트랜스휴머니즘을 상징하는 기호로 H+를 쓴다.

인류를 인위적으로 변형시킨다는 트랜스휴머니즘의 전망은 기술의 기하급수적인 발전 속도에 힘입어 공상과학에서 현실로 이행했고 숱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트랜스휴머니즘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상”이라고 논평했고 과학 저술가 로널드 베일리는 “인류의 대담하고 용감하고 기발한 이상적 열망이 담긴 운동”이라고 반박했다.

[출처] 《에듀윌 시사상식》 다음백과


/ 2022.03.17 옮겨 적음

https://youtu.be/qQ6Ig-dF74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