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도 애호박처럼 동글동글 맺히는 초가을
호박을 길러본 사람이면 알고 있다. 찬바람 나면 여기저기 애호박이 마구 열린다는 것을. 다 먹을 수 없어 얇게 썰어 말리는 일까지 생긴다. 호박도 한 생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고 하나라도 더 열매를 맺으려 서두르는 것이다. 시를 쉽게 읽고 느끼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소나무건 호박이건 귀뚜라미건 코스모스건 그 어떤 것이건 결국 사람 이야기를 하기 위해 비유의 대상으로 끌어 쓴다는 것이다. 애호박 이야기도 사람 이야기로 바꿔 읽으면 숨겨진 의미를 만나게 된다. 게으른 사람 황혼길에 바쁘다고 했던가. 나른하게 게을러져서 먹고 자고 놀다보면 어느새 인생 끝자락에 서 있게 된다. 그때서야 부랴부랴 정신 차리게 되지만 세월은 기다려 주는 일이 없으니 얼마나 후회가 되겠는가. 열심히 살아도 후회는 피할 수 없는 법, 화자는 좋은 시를 남기기 위해 ‘생각’을 맺으려고 서두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늦었다고 서두를 때가 그래도 빠를 때다.
배준석(시인ㆍ문학이후 주간)
/ 2022.03.16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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