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대패오겹살·돔베고기·뼈갈비.. 청정의 맛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daum.net)
[김새봄의 먹킷리스트] 생대패오겹살·돔베고기·뼈갈비.. 청정의 맛
'이서림 연동점' 생오겹살
갓김치 등 돌돌 말아 먹어
'국수마씸' 도마 위의 수육
야들야들 입속에서 사르르
연정식당 가브리살 중독적
'육고깃집' 뼈갈비로 유명
칼집 사이 뼛속까지 불맛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제주도를 향한 발걸음도 부쩍 많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싱싱한 해산물과 함께 돼지고기가 단연 인기다. 여행 중 꼭 한 끼 이상은 제주 돼지고기로 채워야 제대로 여행한 느낌이다. 제주에서 시작해 서울로 진출한 유명 돼지고기 전문점도 많다. 김새봄의 열두 번째 먹킷리스트는 현지인들이 애정하는 제주 돼지고기 맛집이다.
진짜 고수는 쌈에 고기를 싸먹지 않는다. 고기에 쌈을 싸 먹는다. 공항 근처 제주 연동의 한 골목. 한밤중에도 수십m 밖에서부터 편안한 차림의 주민들이 북적인다. 눈에 띄는 보색대비가 강렬한 첫인상을 풍기는 특이한 간판의 이서림 연동점. 이서림은 본점이 따로 있고 연동에 분점이 있다. 본점은 어머니가, 분점은 아들이 운영하는 가족 식당이다. 두 곳 메뉴는 비슷한 듯 조금 다른데 본점은 흑돼지 숯불구이, 분점은 생대패 오겹살이 메인이다. 이 중 아들이 운영하는 분점이 ‘청출어람’이다. 과거 유도선수로 활약한 출신 성분을 한껏 살린 ‘힘으로 썬 생대패오겹살’이 히트작이다.
이서림 생대패오겹살 쌈
돼지고기에서 얼마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인 가브리살을 전문으로 하는 ‘연정식당’. 주문 시작과 함께 손발이 착착 맞으며 빠르게 진행되는 서비스는 연정식당의 평상시 인기를 실감하게 해준다. 빠르게 상에 올라오는 산미가 가득한 김장김치와 파김치, 연근조림 등 직접 만들어 나오는 훌륭한 밑반찬은 동네 인심을 얻기에 충분하다.
가브리살이 나오면 거칠고 투박한 불판에 분무기로 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쓱쓱 뿌려준다. 고백하건데 너무 맛있게 먹은 지인들과는 ‘불판에 마약을 바르는 것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맛있고, 뒤돌아서면 생각나는 매력이 상당하다는 이야기다.
도민맛집으로 현지인들이 알음알음 가던 한림의 ‘육고깃집’은 이제 웨이팅이 1∼2시간에 이르는 인기 식당. 육고깃집은 갈빗대를 풍부하게 정형해 칼집을 내서 구운 ‘뼈갈비’가 유명한 곳이다. 유명세만큼 주인장의 예민한 모습 또한 자주 언급된다. 추가주문이 불가능하고, 주인장이 초벌을 끝내기 전까지 손님이 절대 먼저 손대면 안 되는 등의 시스템 때문이다. 이는 가장 맛있는 타이밍의 고기를 위해 굽는 과정에서 손님들의 손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고기는 주문과 동시에 정형을 시작한다. 그릴 사이로 고기 기름을 톡톡 떨어트려 강한 불에 태우듯 굽고, 40초마다 뒤집어준다. 갈비에 낸 칼집 사이로 뼛속까지 불맛이 전해진다. 촉촉함과 불맛, 육향, 뼈를 집고 뜯는 맛이 상당하다. 모든 절차 하나하나에 까다로운 만큼 고기맛 만큼은 확실하게 보장된다.
반찬은 콩나물과 깻잎, 단무지 무침 정도로 아주 심플한 편인 가운데, 별거 아닌 것 같은 단무지가 아주 요물이다. 특제 양념을 김치 담그듯 넉넉히 무쳐놨는데 고기와 곁들이기 정말 좋다. 불맛 가득, 한입을 채우는 큰 포션의 고기에 진한 양념에 무친 단무지 한 조각은 궁합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글=김새봄 푸드칼럼니스트ㅣ세계일보 2021.06.26
/ 2022.03.14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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