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 맛의 비밀은 혀가 아닌 몸에 있다 (daum.net)
[웰빙의 역설] 맛의 비밀은 혀가 아닌 몸에 있다
학창 시절 '혀의 맛지도'를 배운 기억이 있다. 그림으로 그린 후 외우기도 했고 시험도 봤다. 혀에 있는 미뢰(맛세포)의 종류에 따라 특정맛을 느끼는 부위가 구분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100년 동안 사실로 알려진 맛지도는 잘못된 것이다.
최근 한 개의 미뢰에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는 감각수용체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혀의 모든 부위에서 모든 맛을 느낄 수 있다. 예들 들면 혀 끝은 단맛뿐 아니라 쓴맛도 느껴진다. 다만 부위에 따라 특정맛이 잘 느껴지는 민감도 차이는 인정된다.
맛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매운 맛'이다. 실제로 우리 혀는 매운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매운맛은 정상적인 맛이 아니고 통증으로 느껴지는 것을 맛으로 표현한 것이다. 동양에서는 이 통증자극을 '맵다'라고 하고, 서양에서는 'hot(뜨겁다)'라고 표현한다.
서양에서는 매운맛을 빼고 단맛, 짠맛, 쓴맛, 신맛으로 4가지 맛이 기본 맛이다. 히포크라테스도 이 4가지 맛을 기본 맛으로 했다고 하니 역사는 꽤나 깊다. 그러다가 1908년 이후로 감칠맛(우마미, umami)을 포함해 5미를 기본맛으로 하는 것이 최근의 정설이다. 감칠맛은 MSG의 기본맛이다.
중국과 한국의 기본맛은 오미(五味)이고 여기에는 매운맛이 들어가 있다. 감칠맛이 일본에서 나오긴 했지만 일본도 원래 매운맛이 포함된 오미가 기본이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서의 오미는 맛에 의한 신체적 반응이 중요하게 반영된 결과다. 오미는 각각 오장의 기운과도 연관돼 있다.
한나라 때 자전인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미(味)자를 찾아보면 '味, 滋味也(미, 자미야). 滋言多也(자언다야)'라고 했다. 풀이해 보면 '미(味)는 풍성한 맛이다. 자(滋)는 많다'로 해석할 수 있다. 악취(惡臭)는 있어도 악미(惡味)라는 말은 없다. 미(味)는 좋은 것이다.
한글의 '맛'도 긍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먼저 보통 간이 잘 된 음식을 먹었을 경우에 '맛있다'거나 '맛이 있다'로 표현한다. 맛은 단지 맛을 느끼는 혀의 감각이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수단어었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생존과 관련돼 있다. 원시인간은 식량을 먹기 전 먼저 이리저리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봤을 것이다. 요즘도 음식이 상했을 것 같으면 먼저 냄새를 맡아본다. 특히 냄새는 맛에 비해 약 1만배 정도 민감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먹어도 되는 것인지를 알아낸다. 또 냄새는 혀의 미뢰를 활성화시켜 맛을 더 잘 느끼게 한다. 코를 막으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은 미각보다 후각이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각과 촉각, 후각 등 감각의 검문을 통과하면 혀로 최종적인 맛을 봤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이나 과일은 단맛이 나고 식물에 있는 독은 대부분 알칼로이드성분으로 쓴맛이 난다. 도움이 되는 쓴맛과 독이 되는 쓴맛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지혜로 전달됐을 것이다.
생물의 경우 맛을 혀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작은 턱수염이나 더듬이를 통해 맛을 느끼는 곤충도 있고, 나비나 파리는 앞다리 끝에서도 맛을 느낀다. 어머니들은 요리하는 도중에 손끝으로 음식을 찍어 맛을 본다. 두 번째 손가락을 식지(食指)라고 하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다.
최근 '지방맛'을 예민하게 느끼는 유전자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6미가 생겨날 조짐도 있다. 인간의 기본맛이 4미냐 6미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맛을 느끼면서 뇌가 어떤 경로를 통해 맛을 알아내는지 알 필요도 없다. 인간이 느끼는 맛은 혀의 세포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이 느끼는 맛이기 때문이다. 맛의 비밀은 바로 몸에 있다.
글=한동하 한의학 박사ㅣ헬스경향 2014.08.06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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