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갱년기’는 몸 다시 고쳐 쓰는 제2의 인생이다 - 헬스경향 (k-health.com)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갱년기’는 몸 다시 고쳐 쓰는 제2의 인생이다
생로병사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겪는 갱년기. 이는 나이가 들고 늙어가는 과정에서 호르몬 변화로 인해 찾아온다. 하지만 누구에게는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가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혹독한 독감이나 폐렴 합병증을 일으키는 것처럼 힘들게 찾아온다. 문제는 갱년기를 어떻게 겪느냐에 따라서 이후의 삶의 질이 현격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갱년기는 보통 장년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들면서 나타나는 신체적·심리적 변화를 보이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1~2년 정도 짧게 겪거나 증상을 거의 보이는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10년 이상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성의 경우 완경기 전후로 주로 나타나기 때문에 완경이 되는 50세를 전후로 흔히 경험한다.
갱년기(更年期)는 한자어다. 여기서 갱(更)자는 새롭다는 의미이고 년(年)은 나이를 뜻한다. 따라서 다시 ‘새로운 나이(인생)을 사는 시기’라는 의미다. 새롭다는 의미는 변하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에 보다 젊었을 때인 이전과는 다른 삶이 되겠다.
그런데 ‘更’자에는 ‘고친다’는 의미도 있다. 이때는 ‘경’으로 읽는다. 다시 갱, 고칠 경. 어쩌면 갱년기는 ‘다시 고쳐서 새롭게 한다’는 중의적인 의미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 갱년기는 늙어가는 몸을 다시 고쳐서 새롭게 사용하는 시기인 것이다.
갱년기를 영어로는 ‘climacterium(클라이맥테리엄)’이라고 한다. climacterium의 어원은 바로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단어인 climax(클라이맥스)로 바로 절정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떤 과정에서 절정을 지나면 다시 내리막으로 접어든다. 갱년기는 인생 최고의 시기이면서 점차 그 기능이 떨어지는 시기다. 역시 점차 쇠퇴해지는 몸을 어떻게 다시 되살리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갱년기는 호르몬 변화에 의해 찾아온다. 여성은 여성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몸에 변화가 생긴다. 얼굴은 화끈거리고 붉어진다. 갑자기 진땀이 흐른다.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짜증과 화가 많아지고 불면증도 생긴다. 심해지면 우울증까지 동반된다. 대사에도 문제가 생겨서 비만, 고지혈증, 골다공증도 동반된다.
여성갱년기는 대부분 음허(陰虛) 증상이다. 음의 기운이 약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양의 기운이 위로 떠오르기 때문에 상열감, 안면홍조, 발한과다, 잦은 짜증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보음제로 작용하는데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진정이 되지 않아 화가 위로 뜨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갱년기 증상을 상열하한증(上熱下寒症)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남성갱년기도 있다. 남성갱년기는 양허(陽虛)증상을 보인다. 역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찾아온다. 따라서 남성갱년기에는 무기력해지고 만사가 귀찮고 의욕도 저하된다. 성기능이 떨어지면서 우울감도 쉽게 찾아온다.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남성들도 많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갱년기에도 대사증후군이 동반된다.
여성갱년기 증상이 점차 몸이 뜨거워지는 것이라면 남성갱년기는 점차 몸이 차가워지는 증상을 보인다. 이 때문에 갱년기 여성들은 덥다는 말을 많이 하는 반면 갱년기 남성들은 추위를 많이 타고 옷을 많이 껴입는다. 여성갱년기 증상을 주로 열증(熱症)이라고 한다면 남성갱년기 증상은 주로 냉증(冷症)을 보인다. 따라서 나이 든 남성들이 무릎이 시리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남성들도 분명 갱년기를 겪지만 여성갱년기가 주로 부각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여성갱년기 증상은 밖으로 드러나지만 남성갱년기 증상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의 경우 표현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눈치채지 못한다. 갑자기 나타나는 변화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주변에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한다. 이런 이유로 남성들은 이 시기에 가면우울증을 많이 앓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속도다. 여성갱년기는 갑자기 시작되고 급격하게 증상이 변하지만 남성갱년기는 서서히 나타난다. 여성갱년기를 소나기로 표현한다면 남성갱년기는 이슬비다. 때문에 여성갱년기를 겪는 여성들은 갑자기 찾아오는 신체적·심리적 변화에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 게다가 ‘어? 왜 이러지?’하면서 놀라면서 받아드리려고 하지 않는다. 반면 남성은 서서히 적응을 하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아~ 이제 나도 늙어가는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갱년기는 질병이다. 따라서 갱년기 과정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 갱년기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는 대사증후군의 발병 억제와 함께 항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일 갱년기를 방치한다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뇌심혈관질환 등 대사증후군과 함께 급격하게 늙어갈 것이고 갱년기를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면 건강한 노년을 새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경년기는 남성이나 여성 누구나 겪는다. 마치 누구나 겪는 사춘기와 같다. 따라서 거부할 수도 없고 거부할 필요도 없다. 갑자기 찾아오는 것 같지만 이미 예정돼 있는 생로병사의 과정일 뿐이다. 갱년기는 병들고 늙어가는 몸을 다시 고쳐 쓰는 제2의 인생이다.
글=한동하 한의학 박사ㅣ헬스경향 2021.02.17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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