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산성맛 vs 알칼리성맛, 어떤 차이 있을까 - 헬스경향 (k-health.com)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산성맛 vs 알칼리성맛, 어떤 차이 있을까
식품은 시고 쓰고 떫고 비린 맛 등 다양한 맛이 난다. 그런데 이런 차이는 성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해당 식품의 산도(pH)와 관련이 있다. 특히 산성에 가까울수록 신맛이 나고 알칼리성에 가까울수록 쓴맛이 난다. 산성과 알칼리성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는 것이다.
산성과 알칼리성은 pH를 기준으로 한다. pH7인 물을 중심으로 해서 이보다 낮으면 ‘산도가 높음’ 혹은 ‘산성’, 이보다 높으면 ‘산도가 낮음’ 혹은 ‘알칼리성’이라고 말한다. pH1에 가까울수록 강산이고 pH14에 가까울수록 강알칼리성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표적인 산성을 띠는 식품으로 레몬, 식초, 토마토주스, 커피, 맥주, 와인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pH6 이하로 산성을 띤다. 신맛은 바로 수소이온의 맛으로 신맛이 강할수록 강산이다. 쉽게 말해서 레몬이나 식초가 와인보다 신맛이 강한 것을 보면 산도가 보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맛을 내는 오미자, 산수유, 매실, 석류, 복숭아, 복숭아, 토마토 등도 산성을 띤다. 이들의 신맛은 바로 유기산의 맛으로 pH3~4 정도의 유기산 때문에 산성을 띠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신맛 식품은 빈속이나 밤 늦게 먹으면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위산과다증, 소화성궤양, 역류성식도염환자들의 경우는 신맛 식품을 먹을 때 더 조심해야한다.
떫은맛을 내는 것들도 대부분 산성을 띤다. 떫은맛은 주로 탄닌산 때문인데 탄닌산은 pH3.5의 산성에 속한다. 백반과 오배자라는 약재가 대표적으로 떫은맛을 낸다. 덜 익은 감도 떫은맛이 강한 편으로 산성이다.
적포도주는 pH4로 산성을 띤다. 그런데 포도주를 한 모금 입안에 머금고 있으면 신맛, 떫은맛과 함께 쓴맛도 난다. 쓴맛은 알칼리성 맛인데도 포도주가 산성을 띠는 이유는 다양한 맛 성분과 함께 적포도에 포함된 붉은색 안토시아닌 또한 산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항산화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안토시아닌 색소는 원래 결정된 색이 없다. 산성에서는 붉은색, 알칼리성에서는 파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할 뿐이다. 따라서 빨간색 계열의 꽃들은 주로 산성을 띠고 파란색 계열의 꽃은 알칼리성을 띤다. 안토시아닌은 마치 산성과 알칼리성에 따라 색이 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다.
반면에 알칼리성을 띠는 것들은 미끌거리면서 쓴맛이 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누다. 한약 중에는 쓴맛이 나는 약초들이 많다. 쓴맛물질은 보통 알칼로이드라고 하는데 이는 질소화합물로 대부분이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쓴맛이 나는 뿌리 약초는 주로 알칼리성이 많다.
베이킹소다(탄산수소나트륨, pH8)도 쓴맛을 낸다. 베이킹소다는 물에 녹으면서 수산기를 만들어내면서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역시 산을 중화시키는 성질이 있다. 따라서 과거 어르신들은 위산과다로 인해 속쓰림이 있을 때 베이킹소다를 한 숟갈 먹어서 진정시키곤 했다. 고미건위(苦味健胃)라는 말이 있듯이 쓴맛은 속을 편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베이킹소다는 과일이 채소에 묻은 농약을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 농약은 대부분 pH5.5로 산성이기 때문에 알칼리성인 베이킹파우더로 씻어주면 중화작용에 의해서 농약이 잘 씻겨 나간다. 간혹 식초 희석액으로 씻어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농약을 씻어내는 효과보다는 미약하게나마 살균작용을 위한 것이다.
위산이 pH1의 강산이라면 쓸개에서 분비되는 담즙은 pH7.8~8.6 정도로 알칼리성으로 쓴맛이 난다. 담즙은 지방의 소화에 관여하면서 위산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강산인 위액이 십이지장 점막에 자극을 주는 것을 줄여준다.
이상하게도 커피는 쓴맛이 강하면서도 pH5 정도로 산성을 띤다. 속쓰림이 있을 때 커피를 마시면 속을 할퀴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사실 커피는 쓴맛과 함께 산미도 느껴지는데 탄닌산 등의 페놀 화합물과 유기산, 클로로겐산(카페인산 등 포함) 등에 의한 것이다. 커피는 다양한 성분들이 맛과 pH를 결정한다고 볼 수 있겠다.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블루베리와 아로니아도 쓴맛이 강하면서 알칼리성이다. 블루베리와 아로니아의 색은 파란색 계열인데 색을 봐도 알칼리성을 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블루베리와 아로니아의 쓴맛과 파란색은 모두 자신이 알칼리성이라고 대변하는 것이다.
쓴맛 이외에 생선의 비린 맛 성분도 알칼리성을 띤다. 비린 맛의 원인은 주로 질소계열 화합물인 트리메틸아민이 주된 원인 물질로 pH11 정도 되는 알칼리성이다. 횟집에서 생선회에 레몬즙을 뿌려서 먹으면 비린 맛이 줄어드는 이유도 바로 산성을 띠는 레몬이 알칼리성인 비린 맛 성분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말한 산성을 띠는 식품, 알칼리성을 띠는 식품이란 표현은 산성식품 혹은 알칼리성 식품과는 다른 개념이다. 산성식품, 혹은 알칼리성 식품이란 이름은 해당 식품의 산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식품들을 태웠을 때 남은 재의 성분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맛이 나는 과일을 태우면 대부분이 금속성 원소가 남아서 알칼리성 식품, 육류는 대부분 비금속원소를 남기기 때문에 산성식품에 속한다. 잘 이해하길 바란다.
이처럼 꽃의 색이나 식품의 맛을 보면 산도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알면 건강과 일상 식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붉은색 장미꽃 차는 신맛일 날 것이고 보라색 라벤더는 쓴맛이 날 것 같다. 만일 위산과다나 속쓰림이 있다면 신맛과 떫은맛보다는 쓴맛이 나는 차가 좋겠다. 생선 비린내는 식초를 뿌리면 없어질 것이다. 식품의 색이나 맛은 의외로 많은 정보를 준다.
글=한동하 한의학 박사ㅣ헬스경향 2021.01.06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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