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헤어날 수 없는 중독..'카페인' (daum.net)
[웰빙의 역설] 헤어날 수 없는 중독.. '카페인'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지도 않게 반가운 이들을 만나게 되면 "차나 한잔 할까?" 혹은 "커피 한잔 할까?"라고 말한다. 차와 커피. 이 둘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녹차와 커피가 오랜 세월 동안 사랑을 받아온 이유가 향긋한 맛도 아니고 독특한 쓴 맛 때문도 아닌, 그 무엇인가에 인이 박힌 것은 아닐까. 필자가 생각할 땐 그 중심엔 바로 카페인이 있다.
카페인(caffeine)은 원래 커피(coffee)에서 유래됐다. 커피라는 단어의 어원도 아랍어인 힘을 의미하는 'caffa'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카페인은 수세기 동안 알게 모르게 인간에게 활용돼 왔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카페인의 작용에 의한 것인 줄은 몰랐지만 커피를 마시면 힘이 났던 것이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카페인 함유제품은 의외로 많다. 커피(아메리카노, 캔커피, 커피우유), 녹차(홍차, 우롱차), 연잎차, 마테차, 콜라열매(콜라), 카카오(초콜릿, 초코우유), 박카스, 에너지음료, 감기약 등에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카페인을 함유한 것은 바로 커피다. 도심에선 점심식사를 하고난 후 한손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길을 걷는 모습은 회사원들의 상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점심에 라면을 먹을지라도 커피는 꼭 마신다.
카페인의 대표적인 3대 효능으로 강심작용, 각성작용, 이뇨작용이 있다.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압이 높아진다. 혈액순환도 좋아지는 효과도 있다. 대뇌피질에 작용해서 기분을 좋게 하는데 초콜릿을 먹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눈과 머리가 맑아지는 효과도 있어서 집중을 해야 할 때나 공부를 할 때 커피를 마시곤 한다. 잠을 막는 효과도 있다. 또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에 자주 가고 소변양이 많아지데 이뇨작용 때문이다. 커피를 마시면 입이 더 타고 갈증이 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카페인이 맞지 않는 체질이 있다. 바로 카페인 민감성 환자들이다. 이들은 소량의 카페인만으로도 심장이 심하게 뛰고 손이 떨리는 수전증도 보이면서 심하면 실신도 한다. 남들은 각성효과를 말하지만 이들에게는 불면증을 일으키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 카페인 민감성 환자들의 특징은 본래 예민하고 카페인을 섭취할 경우엔 더욱더 예민해지고 짜증스러워지면서 안절부절 못한다. 이들 대다수는 평소 위장이 약간 경우가 많아서 위산분비가 과도하게 촉진돼 위궤양이 생기거나 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체질적으로 이들의 대부분은 소음인들이다.
요즘은 청소년들도 커피를 마신다고 한다. 하지만 커피는 청소년들에게 숙면을 방해하고 키가 덜 자라게 하거나 주의력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어린아이들이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차분하지 못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카페인이 성인의 경우는 하루 권장 섭취량이 400mg이하지만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의 경우는 1kg당 2.5mg(30kg이면 75mg)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아주 소량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시중의 아메리카노 한잔(250ml 기준)에 들어있는 카페인 양이 82~167mg이기 때문에 참고할 만하다.
성인의 경우에 커피를 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카페인은 의존성이 강하고 심지어 중독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경우도 위염으로 커피를 마시면 속 쓰림이 심해지는데도 한사코 조금 연하게라도 마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임산부들의 경우는 임신 전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셨다면 임신 중에도 커피를 끊기가 어려워 고생을 하는데 태아에게는 소량의 카페인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주위에 보면 콜라 없이는 못하는 사람이 있다. 콜라에 중독이 되는 경우도 바로 콜라에 들어 있는 카페인 때문이다. 콜라에 들어 있는 카페인양은 커피에 비해서 적은 양이지만 자주 많은 양을 마시다 보면 상대적으로 보다 많은 양을 섭취할 수 있다. 역시 어린자녀들에게 콜라를 먹이지 말아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카페인이 들어있는 '에너지음료'의 경우는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있다.
카페인은 건강한 성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어쩌다 한번 우연히 먹거나 안 먹어도 그만일 뿐이다. 그러나 카페인 민감성 환자, 임산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카페인이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는 말로 무책임하게 방치되는 사이에 우리사회는 커피라는 이름의 탈을 쓴 카페인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건네는 인사를 "우리 물 한잔 할까?"로 바꿔야 한다.
글=한동하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2013.01.30
/ 2022.03.03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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