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칼럼] ④ 웰빙의 역설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겨울 아침운동은 '독' 저녁운동은 '황금'
심장마비 아침에 많고 관절에도 무리
지난주 수요일은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었다. 입동이 지났으니 앞으로 입춘까지 약 3개월 동안은 겨울인 셈이다.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공기도 쌀쌀해진데다 비라도 한번 내리고 나면 두꺼운 털옷이라도 미리 꺼내 입어야 할 판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몸이 찌뿌드드해지고 건강 걱정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무릎관절이 시리고 찬바람이 드는 것 같아 운동을 한번 해 볼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추워지면 아침 일찍 헬스클럽이나 요가학원이 붐비기 시작한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하면 몸은 더 피곤해진다. 왜 그럴까.
흔히들 하는 말로 '아침에 먹는 사과는 황금이고 저녁에 먹는 사과는 독'이라는 말이 있다. 또 '아침식사는 머리로 가고 저녁식사는 변으로 간다'는 말도 있다. 이것들은 아침에 하면 좋다는 것들이다. 하지만 아침에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아침이라는 시간은 밤에서 낮으로 옮겨가는 시점으로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와 같다. 그래서 우리 몸은 적응력이 떨어지고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절은 뻣뻣해져 있고 몸의 혈관은 이완상태에서 긴장되기 시작한다. 정적인 음의 기운(부교감신경)에서 동적인 양의 기운(교감신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면서 켜는 기지개는 기가 처음으로 열리는 행위(氣之開)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가 채 열리기도 전 상대적으로 음적인 기운이 강한 상태에서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면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히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 늦가을과 겨울철의 과도한 아침운동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침운동이 체중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젊은이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40대 이상 중년의 경우 운동시간을 오후나 저녁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좋고 운동할 시간이 아침밖에 없다면 과격한 운동은 절대적으로 피해야한다. 차라리 간간히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는 것이 현명하다.
심장마비가 보통 출근하는 시간대인 오전6시에서 9시까지 가장 많이 생긴다는 통계가 있다. 따라서 심장에 문제가 있거나 동맥경화가 있는 경우라면 아침운동은 절대 피해야한다. 이 시간대는 음양의 기운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비염환자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마찬가지 원인이다.
운동에 가장 적합한 시간은 오후3시부터 6시경이다. 이 시간대는 몸에 양적인 기운이 충만해져 체온도 높아진다. 관절도 부드러운 있는 상태이다 보니 신진대사도 활발하기 때문에 운동해도 몸에 부담이 없는 시간이다.
직장생활 때문에 낮에 운동을 하지 못한다면 업무가 끝나고 저녁 먹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식사 이후에는 운동효율이 떨어지고 소화를 시키기 위해 위에 혈액이 몰려있기 때문에 근육으로 혈액을 쉽게 보낼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운동은 식사 전 공복에 하는 것이 좋다.
겨울의 아침은 더더욱 찬기운의 사기(邪氣)가 충만한 시간이다. 황제내경에는 "겨울에는 일찍 자고 해가 뜨기를 기다려 늦게 일어나야 한다"고 적혀있다. 또 항상 여유롭게 행동하라고 했다. 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긴장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가을과 겨울에 부고(訃告)가 많이 들여오는 것도 이 계절의 기운이 살기(殺氣)이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날씨에 새벽골프를 하는 사람은 관절과 심장보호를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또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새벽 조기축구를 하는 경우에도 심장이나 혈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반드시 스트레칭 같은 준비운동을 철저히 해야 하고 모자나 옷 등으로 보온에 신경 써야 한다.
사람에게는 생체리듬이라는 것이 있다. 생체리듬은 햇빛을 차단한 어두운 공간 속에서도 일정하게 잠들고 깨어나게 한다. 하지만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음주나 과로로 수면이 부족하고 사회생활 때문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상황에서의 아침은 생체리듬이 깨져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너무 긴장을 유발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약간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면 어떨까.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몸이 깨도록 해야 한다. 모든 계절이 그렇지만 특히 겨울의 아침을 무사히 넘기도록 하자. 뜨거운 컵을 갑자기 찬물에 넣어 깨뜨려 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아침운동은 독이고 저녁운동은 황금임을 명심하시길.
글=한동하 한의학박사 경향신문 2012.11.14
/ 2022.03.03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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