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의 역설]알맹이보다 더 꽉찬 '껍질'의 효능 (daum.net)
[웰빙의 역설] 알맹이보다 더 꽉찬 '껍질'의 효능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일반적으로 과일이나 뿌리채소들은 껍질을 제거한 후 먹는다. 아마도 식감(맛)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는 식감 때문이었다면 지금은 농약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을 기피한다. 하지만 이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사과를 깎아 놓으면 색이 점차 어두워지는데 이는 산화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껍질째 있으면 색이 변하지 않는다. 사과껍질에는 항산화성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붉은사과껍질에 더욱 많다. 과일들이 익어갈 때 붉게 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색소(카로티노이드)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 색소는 우리 피부에서도 작용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게 한다.
일상에서 먹는 식재료 중 도라지와 더덕처럼 껍질이 손질돼 있는 것들이 많은데 껍질에는 사포닌성분이 많다. 이때는 그저 물로 깨끗하게 씻는 것이 좋다. 밤 속 껍질(잔털이 많은 부분)에도 사포닌이 많은데 약으로 쓸 때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사용한다.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양파의 붉은 피막에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퀘르세틴(비타민P)이 많아 함께 요리하거나 껍질을 말려 차로 먹으면 좋다.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요즘 많이 먹는 귤 역시 알맹이보다 껍질에 비타민C가 4배 많고 귤에 들어있다는 항암성분 중 2가지가 껍질에 있다. 또 귤껍질을 벗겼을 때 안에 하얀 실처럼 보이는 것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포도를 먹을 때 포도껍질을 손으로 잡아 포도씨는 '퉤'하고 뱉어버리고 과육만 먹는다. 하지만 포도에서 항산화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곳이 바로 씨앗이고 다음이 껍질이다. 과육에는 항산화물질이 거의 없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들만 안 먹고 버리는 셈이다.
감도 껍질을 벗기면 잘 마르고 식감이 좋지만 감 껍질에는 탄닌성분과 비타민C가 많아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설사에 좋고 감기를 예방한다. 껍질째 먹었을 때 식감이 문제라면 말려서 차로 먹으면 된다. 원래 껍질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복숭아나 키위의 껍질에는 알레르기유발물질이 있어 알레르기를 잘 일으킨다. 동물들이 자신을 쉽게 따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감자껍질에는 알카로이드성분이 많아 많이 먹으면 구역감이 생기고 설사를 한다. 은행의 껍질에도 징콜릭산이라는 유독물질이 있어 단단한 껍질안의 붉은 피막을 제거해야 한다. 이렇게 특별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걱정할 것은 없다.
한의학에는 동기상구(同氣相求)라는 이론이 있다. 기운이 비슷한 것들이 서로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껍질의 기운은 피부나 장의 점막으로 가고 씨앗의 기운은 아래로 간다. 과육은 살집으로 간다. 꼭지는 원래 꽃과 같아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부분만을 먹는다면 기운이 편중되지만 모두 먹으면 우리 몸에서도 전체를 다스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체식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물에 있어 껍질은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 안에는 많은 항산화물질과 면역물질이 있다. 껍질을 섭취하면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가급적 버리지 않고 먹으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의보감'에 나와 있는 약으로 사용되는 껍질(皮)만도 20여종이 넘는다. 나누지 않고 전부를 아우르는 전체식은 우리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에는 껍질로 건강을 챙겨보자.
글=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2013.01.18
/ 2022.03.03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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