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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칼럼] ③ '웰빙의 역설 : 식사 때 먹는 국과 물, 독인가? 약인가? (2022.03.03)

푸레택 2022. 3. 3. 23:38

[한동하 칼럼]'웰빙의 역설③' (daum.net)

 

[한동하 칼럼]'웰빙의 역설③'

내 몸을 망치는 동물식. 밥과 물을 따로 먹어라?식사 때 먹는 국과 물, 독인가? 약인가?외국인이 한국 사람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한 번은 깨끗하게 씻어서 지은 밥을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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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칼럼] ③ '웰빙의 역설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내 몸을 망치는 동물식. 밥과 물을 따로 먹어라?
식사 때 먹는 국과 물, 독인가? 약인가?

외국인이 한국 사람의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한 번은 깨끗하게 씻어서 지은 밥을 국에 다시 씻어 먹어서 그 청결함에 놀랐고, 두 번째는 그 밥을 씻고 난 국물을 모두 마셔버려서 다시 한 번 놀란다고 한다. '국'은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만의 독특한 식문화다. 동아시아 인접국가인 중국과 일본도 국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다. 중국은 대부분 젓가락으로 식사를 하고, 일본도 장국 등이 있지만 주로 마시는 방법으로 섭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밥그릇과 국그릇이 항상 함께 차려지고 수저라고 해서 젓가락과 함께 국물을 먹을 수 있는 숟가락이 준비되어 있다. 국은 과거 식량이 부족했을 당시 포만감을 주기도 했다. 그래서 국밥이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한동하 한의학 박사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사 때 국을 먹으면 소화도 잘 안되고 위장병이 생길 것이라고 난리다. 밥을 국이나 물에 말아서 먹게 되면 덜 씹게 돼 침 속 소화효소가 덜 분비되고 위 안에서도 많은 양의 수분과 펩신과 같은 소화액을 희석시키기 때문에 소화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소장은 알칼리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위장의 위산이 물과 함께 너무 빨리 소장으로 내려와서 소장의 알칼리성을 희석하기 때문에 탄수화물의 흡수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밥과 국이나 물을 따로 먹어야 하는 이유로 야생동물의 '동물식'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동물들은 고형식과 수분을 함께 섭취하지 않고, 며칠 동안 물을 안마시고도 견딘단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동물은 기구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은 한 식탁에 올려놓고 식사를 할 수 없었을 뿐이고, 자연이나 가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일정기간의 탈수를 감수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속이 불편하거나 입맛이 없으면 죽을 먹는다. 죽은 수분량이 많아서 많이 씹지 않고 그냥 후루룩 삼키기 때문에, 그들의 '이론(異論)'에 의하면 소화가 잘 안되고 흡수에 문제가 생겨야 한다. 죽은 한번 걸쭉하게 끓여서 소화가 잘되는 것이라고 하면, 우리가 즐겨 먹는 국수나 냉면은 또 어떤가. 국물까지 많이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소화가 잘 안 되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역시 소화액을 희석시키는 수분량이 문제라면 수분이 많은 수박은 소화가 잘 안되고, 뻑뻑하게 물 없이 먹는 찐 고구마는 소화가 더 잘 되어야 한다.

잘 씹어서 삼키면 물론 침의 분비량이 많아지고, 위장 안의 소화액이 충분하면 소화가 잘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물을 마신다고 해서 소화가 잘 안 될 것이라는 것도 억지다. 이것은 너무 이론적인 측면만 부각된 나머지 실제로 인간의 몸에서의 기능과 결과는 무시된 측면이 많다.

물은 일종의 소화제로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음식물이 소화가 잘 되게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구강건조증인 경우는 물이나 국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위산과다증인 경우에도 물을 마셔서 위산을 희석시키는 것도 좋다. 그리고 물은 영양분을 분해하기 위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가수분해(加水分解)의 기폭제 역할도 한다. 위하수나 위무력증, 장에서 항상 '꾸루룩' 소리가 잘나는 장명(腸鳴), 평소에 손발이 차고 위장이 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식사 때 물과 국의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없다.

한의학에서도 위장은 습(濕)을 좋아하고 조(燥)함을 싫어하는 장기이다. 위장에 음기(陰氣)가 부족해서 건조해지면 입이 마르고 배는 고픈데 먹고 싶지가 않아진다. 그리고 쉽게 배가 고파진다. 그래서 옛날에는 입맛이 없을 때 입이 가칠하다고 하면서 물에 밥을 말아 먹고는 했다. 더불어 수분과 함께 섭취가 되니 포만감도 생긴다. 위가 습을 좋아한다는 말은 위는 촉촉해야 한다는 것으로 여기에는 펩신과 같은 소화액도 포함되지만 우리가 먹는 물도 포함된다.

가장 좋은 식사법은 입에도 좋고, 속도 편한 것이다. 그리고 즐겁게 먹고 마시면 되는 것이다. 소화액이 걱정된다면 여러 번 씹어서 삼키면 된다.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도 한 줄의 지식으로 인해 너무 불편하지 않았으면 한다. 식사 때 함께 먹는 국이나 물은 맛있는 반찬이며 소화제일 수 있다.

글=한동하 한의학박사 경향신문 2012.11.07

/ 2022.03.0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