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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칼럼] ① 웰빙의 역설 : 몸에 좋은 매실엑기스, 혹 설탕덩어리는 아닐까 (2022.03.03)

푸레택 2022. 3. 3. 23:33

[한동하 칼럼]웰빙의 역설 (daum.net)

 

[한동하 칼럼]웰빙의 역설

몸에 좋은 매실엑기스, 혹 설탕덩어리는 아닐까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해 무엇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건강정보들이 너무도 많아 그렇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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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칼럼]  ① 웰빙의 역설 

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몸에 좋은 매실엑기스, 혹 설탕덩어리는 아닐까

일반적으로 건강을 위해 무엇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기도 한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건강정보들이 너무도 많아 그렇게 하면 정말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도 사실 걱정스럽다. 건강을 위해 실천한 것들이 행여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도 걱정스럽다. 이 칼럼에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알고 보면 '독'이 될 수도 있는 정보들을 거머리박사이자 마술하는 한의사로 널리 알려진 한동하 한의학박사의 칼럼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그래서 칼럼의 제목이 '웰빙의 역설'이다. - 편집자 주

요새 초여름에 구했던 청매실로 담궜던 매실엑기스를 한두 잔씩 꺼내 마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매실엑기스를 만들 때 보면 매실에 설탕을 넣는지, 설탕에 매실을 넣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다. 매실에 들어 있는 유효성분들과 발효과정에서 얻어진 효소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양의 백설탕 때문에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지 걱정이다. 매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약으로 사용돼 왔다. 매실을 말리거나 불에 구우면 검어지는데 이것을 오매(烏梅)라고 해서 술독을 풀고 감기나 이질, 장염에 갈증이 나는 것을 치료하는 약으로 썼다. 드라마를 보면 허준이 한 마을에 역병이 돌았을 때 매실을 복용시켰다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매실은 구연산이 많아 살균·해독작용이 강하다. 그래서 여름철에 김밥을 쌀 때 내용물에 매실장아찌를 넣으면 김밥이 덜 상한다.

이 매실을 이용해 설탕을 넣고 발효시키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설탕이 사실 문제가 된다. 시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설탕은 정제설탕(백설탕)이다. 정제설탕은 사탕수수 원당을 정제하는 과정에서 20여 가지의 각종 화학물질을 첨가해 만든다. 이것이 사탕수수 원당을 정제해 가장 먼저 나오는 설탕으로 흰색을 띠고 있어 백설탕이라고 부른다.

과거 설탕이 귀할 때는 명절 때 설탕 한 봉지가 귀한 선물일 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황설탕을 정제하면 백설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황설탕은 이미 만들어지면 백설탕에 원당을 약간 첨가한 것이다. 원당은 희미한 갈색으로 완전히 정제되기 전이기 때문에 탄수화물과 무기질이 들어있다. 그래서 황설탕도 갈색을 띠는 것이다. 또 우리가 건강에 좋다고 알고 있는 흑설탕도 황설탕에 캐러멜을 첨가해 색을 어둡게 한 것이다. 황설탕과 흑설탕도 모두 백설탕으로 만들어 많이 사용해 좋을 것이 없다.

'동의보감'에는 설탕이 사당(沙糖)으로 기록돼 있다. 사당은 사탕수수즙을 달여 만든 것인데 생김새가 모래알 같기 때문에 사당이라고 했다. 요즘 말하는 과자로 먹는 사탕의 어원이 바로 사당이다. 설탕도 눈처럼 하얗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원래는 설당(雪糖)인데 설탕으로 읽고 쓸 뿐이다.

이 사당이 바로 요즘의 비정제설탕이다. 비정제설탕은 당밀을 제거하지 않고 사탕수수를 압축해 화학적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는 설탕이다. 비정제설탕에는 당밀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이 당밀에는 사탕수수의 당을 분해하는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 무엇보다도 건강에 가장 좋은 설탕은 정제하지 않은 비정제설탕이다. 그런데 백설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좋은 성분인 당밀을 제거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인터넷을 보니 매실엑기스를 만들 때 발효되는 과정에서 단순당인 설탕이 천연당으로 바뀐다는 말이 있다. 천연당은 과일 등에 들어 있는 천연의 당을 말한다. 실제로 이당류인 설탕이 최종적으로 포도당으로 바뀌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발효시킨다고 해서 설탕이 천연당으로 바뀐다는 것은 너무 과장된 표현이다.

포도당은 우리가 먹는 밥과 같은 탄수화물이 최종적으로 전환된 것이다. 보통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식품을 구별할 때 포도당을 100으로 기준 삼아 그 식품에 들어있는 혈당지수를 말한다. GI지수라고도 한다. 포도당보다 혈당지수가 높은 것은 거의 없다. 따라서 포도당을 많이 섭취할 경우 비만해질 수 있다. 밥만 먹어도 살이 찌는 것은 바로 포도당 때문이다.

그리고 과량 섭취된 포도당은 다시 지방으로 저장된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설탕보다 포도당이 더 빨리 흡수돼 혈당을 높이고 당뇨병이 없어도 피를 더 걸쭉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에 문제를 가져 올 수 있다. 백보 양보해 매실엑기스에 들어있는 당이 설탕이 아니라 포도당이라 할지라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매실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백설탕 성분이 중화된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설탕으로부터 전환된 당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은 주의해야한다. 매실의 좋은 성분이 너무 높은 당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에는 정제되지 않은 유기농설탕이 유통되고 있다. 여기에는 많은 효소와 미네랄이 풍부해 백설탕 대신 사용할 경우 발효도 잘 되면서 그 자체로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다. 내년 초여름의 매실엑기스를 기대해본다.

글=한동하 | 한의학 박사 경향신문 2012.10.19

/ 2022.03.03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