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삶의 지혜

[좋은 글] '주례사를 준비하면서' 송명석 박사

푸레택 2022. 2. 26. 15:48

■ 주례사를 준비하면서 / 송명석 박사 세종교육연구소장

두 달 전 친구로부터 아들 주례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수락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이 괜히 한다고 했다 싶은 마음에 무척 후회했다.

생각해보니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주례인데도 이번에 부탁받은 주례는 무척 신경이 많이 쓰인다. 과연 내가 신랑, 신부에게 존경을 받을만한지, 하객들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지를 돌아봤다. 아찔했다. 이렇게 부족한 내가 주례를 맡아 새롭게 출발하는 신랑신부에게 떳떳하게 당부의 말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최근엔 주례를 없애고, 혼주가 주례를 대신하거나, 신랑이 신부에게, 신부가 신랑에게 각각 준비한 편지를 읽는 형식으로 간소화 되어 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빠질 수 없는 결혼식 절차 중 하나가 주례이다.

주례는 가능하면 신랑신부가 가장 존경하는 분을 모시는 게 좋다. 굳이 선생님이나, 높은 고위직 보다는 신랑신부가 가장 신뢰하고, 존경하는 분을 모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주인공인 신랑신부가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리며 초빙하는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주례의 역할은 이제 막 부부로서 세상살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해 주는 것이다. 주례사는 너무 길어도 눈총을 받을 수 있어 미리 주례사의 요점을 정리해 봤다.

첫째는, “자존심을 포기하라”이다. 부부사이에 자존심과 체면을 내세우면,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덕(德)을 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서로에게 무얼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라”이다. 이렇게만 생각하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큰 걸림돌이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참아라”이다. 부부가 함께 살다 보면 화나는 일도 있고, 마땅치 않은 일도 생기게 마련이다. 그때 화를 내지 말고 참아야 한다.

네 번째는, “아내나, 남편이 법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을 하려고 할 때 단호하게 반대하라”이다. 이는 미래의 불행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이다.

다섯 번째는, “서로 비교하지 말라”이다. 비교는 불화의 어머니이다. 굳이 비교를 하려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간격을 유지하라”이다. 부부간에는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살아야 편하다.

일찍이 칼 지브란은 “함께 있으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의 바람이 너의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그보다 너의 혼과 혼의 두 언덕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꽃밭에서 시작하지만, 살다보면 가시밭길을 함께 걸어야 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인생의 선배로서 내가 전하는 주례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그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원한다.

/ 2022.02.26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