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시인] 이천에서 봄비가 보내온 詩

[나도시인] '함박눈 내린 날', '눈사람', '새벽송 1, 2' 김동인 (2021.12.27)

푸레택 2021. 12. 27. 23:16

?? 함박눈 내린 날 / 김동인

함박눈이 밤새 내린 날
솜이불 같은 흰 눈이
무릎까지 푹푹 쌓인 날
아버지는 이른 아침
마당에 길을 내신다
숨을 내쉴 때마다
콧김은 금새 흰서리가 되고
반가워 짖어대던 바둑이
발을 구르다 집으로 들어간다
앞마당서 대문까지
넉가래로 밀고 싸리비로 쓸고
금새 좁다란 길이 생겼다
아아 알려드립니다
이른 아침부터 들려오는
칼칼한 이장님 목소리
스피커가 쩌렁쩌렁 울린다
동네길이 마비가 되었으니
아침식사 후 모이라고
한참을 나갔다 오신
아버지 표정이 좋지 않다
술 좋아하던 동네 아져씨
밤사이 집에 못가고
뚝에서 얼어 죽었다고

?? 눈사람 / 김동인

눈이 굴러간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그리며
하늘에서 올 적엔 작은 홀씨 같더니
굴려굴려 모으니 눈사람이 되었다
솔가지 눈썹이 사나운 눈사람
노란 양동이 모자 씌워주고
귀여운 솔방울 단추도 달아준다
줄줄이 세운 귀여운 눈사람
뉘엿뉘엿 해는 저물어가는데
눈사람 가여워 어찌 두고 갈까
꼬마들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눈사람은 여기가 더 좋데
데려가면 따듯해서 사라질 거야
내일 다시 만나 우리 눈사람
내일 다시 보자 나의 눈사람
눈사람은 그렇게 장승이 되어
밤새 마을을 지킨다

?? 새벽송 1 / 김동인

12월 24일 밤 12시
성탄 전야제를 마친 후
학생과 청년들이 조를 나눠 모였다
와현리 샛터 외골 그리고 이황리 돌집
두 팀으로 나눠 새벽송을 돈다
듬직한 남학생은 자루를 메고
하얀 눈과 달빛은 길을 비추고
낡고 허름한 솜외투 하나가
새벽 추위를 막아주진 못했지만
우리 얼굴엔 미소가 한가득이다
조용히 예수님의 탄생을 찬양한다
곡이 끝날 때쯤 권사님이 나오시고
준비하신 과자를 주신다
어떤 집은 따듯한 차를 주시고
출출하다며 그 새벽에 죽도 주셨다
예수님 오신 고요한 밤에
집집마다 기쁨의 찬송이 울려 퍼졌다
서너 시간을 걷고 또 걷고
온 마을 교인 집을 그렇게 다 돌았다
어느새 자루는 한 가득이다
도착한 교회 군불에 언 몸을 녹이고
동틀 때까지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다
성탄절 아침, 경건한 예배를 마친 후
새벽송 때 받아 온 과자와 과일
떡과 선물들을 서로 나눠 먹는다
12월 25일 어느 시골 작은 교회에는
기쁨의 잔치가 열린다

?? 새벽송 2 / 김동인

캄캄한 새벽
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밤
동방박사 별 따라가던 그 밤
기쁨의 소식 전하려고
우린 새벽송을 돈다
달빛 별빛 함께 걷다 보면
눈썹에 서리가 내려앉고
찬바람에 두 볼이 얼어도
감사와 기쁨이 넘치던 그 새벽
고요한 밤하늘 거룩한 그 밤
감사와 기쁨으로 찬양하였네
평강의 왕 어서 오시옵소서
죄 많은 이 땅을 구원하소서
아기 예수님 지금 이곳에
그의 영광이 가득한 밤
기쁨의 소식 전하려고
우린 새벽송을 돈다

/ 2021.12.27 이천에서 보내온 봄비의 詩

https://youtu.be/W86m5dGPw5k

https://youtu.be/2v2oSI4Kotg

https://youtu.be/MmP6z-qrHQ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