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행복해진다는 것' 헤르만 헤세 (2021.12.10)

푸레택 2021. 12. 10. 19:50

■ 행복해진다는 것 / 헤르만 헤세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
그런데도 그 온갖 도덕 온갖 계명을 갖고서도
사람들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네
그것은 사람들 스스로 행복을 만들지 않는 까닭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르지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그러니까 사랑을 하는 한......
사랑은 유일한 가르침
세상이 우리에게 물려준 단 하나의 교훈이지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네
모든 인간에게 세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의 가장 깊은 곳 그의 영혼
그의 사랑하는 능력이라네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누더기를 걸치든 보석을 휘감든
사랑하는 능력이 살아 있는 한
세상은 순수한 영혼의 화음을 울렸고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네

[감상]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좀 간지러운 느낌의 생일축하노래가 있다. 원래는 생일축하를 위한 노래가 아니라 90년대 후반부터 개신교 교회에서 사용된 찬양음악이라고 한다. 이후 확산되어 대중들에게 퍼졌고 CF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가장 대표적인 축복노래가 되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는 명제는 선하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지극히 마땅하고도 옳은 일이다. 그 사랑의 능력이 있는 한 우리는 행복해야하고 행복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을 권리가 있고 또 사랑해야할 의무가 주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헤르만 헤세의 행복론은 매우 단순하고 명료하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는 나의 친구이다. 그는 산에도 있고, 골짜기에도 있고, 꽃 속에도 있고, 수정 속에도 있다’ 행복을 찾아 구태여 어려운 길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착하게 살면서 ‘스스로 행복하고 마음속에서 조화를 찾는 한’ 행복은 보장되어 있다. 행복은 스스로 충만감을 느끼고 동시에 자존감이 생길 때 생성한다고 믿는다. 욕망의 팽창은 결코 조화로운 삶을 이끌지 못할 것이다. 풍선은 불어야 커지지만 그만 멈출 때를 알아야 한다. 옆 사람보다 조금 더 키우려고 자꾸만 입김을 불어넣다보면 결국 빵 터져서 모든 게 무산되고 만다.

그렇듯 행복의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 내 마음의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예수도 부처도 공자도 그렇게 가르쳤다’ 달라이 라마도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인생의 목적이란 행복해지는 것이라 믿는다."라고 대답하였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깊은 곳의 영혼’ ‘사랑하는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 들어감에 따라 육체가 쇠퇴할수록 웅크리고 있는 사랑의 감성을 깨워 ‘보리죽을 떠먹든 맛있는 빵을 먹든’ 세상을 긍정하고 싶다. ‘언제나 좋은 세상 옳은 세상’이었다고 믿고 싶다.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온전히 내 것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은 수중에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다. 이 순간에 편안한 마음으로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위해 소박하게나마 무언가를 실천할 것인가, 아니면 누구처럼 공연히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답시고 나서서 “미래가 보이지 않"느니 ”총체적 난국“이라느니 후안무치 아무말 잔치로 태연하게 불행의 바이러스를 파종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 기독교인의 최대 의무도 당연히 최대한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 자신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고 상단에 손수건을 비스듬히 꽂고 나와 사람들의 고통을 말해도 되는 걸까. 참된 행복은 하느님의 영광이 우리 속에 머물러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행복은 편안함과 즐거움이고, 함께 하는 나눔이고, 사랑을 갖는 기쁨이다. 사람의 욕구는 어느 단계를 달성하게 되면 계속하여 더 높은 단계를 지향하는데 머슬로우는 그래서 ‘절대적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자아실현’을 욕구의 최대치라고 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무엇이 가장 아쉽냐고 물으니 대부분은 더 감사하지 못하고, 더 많은 사랑을 베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전한다. 행복한 사람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양보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다. ‘인간은 선을 행하는 한 누구나 행복에 이른다.’ "행복은 선한 인간이 된 상태"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기도 하다. 이는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나를 가다듬기 위한 격려사이기도 하다. (글=권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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