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고시조] (133) 가을밤 채 긴 적에 - 김천택(金天澤) (2021.12.10)

푸레택 2021. 12. 10. 09:43

■ 가을밤 채 긴 적에 - 김천택(金天澤)

가을밤 채 긴 적에 임생각 더욱 깊다
머귀 성긴 비에 남은 肝臟 다 썩노매
아마도 薄命한 人生은 내 혼잔가 하노라    

[뜻풀이]     

*채 긴 적에: 매우 긴 때에. ‘채’는 의존명사로 이미 있는 상태 그대로 있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머귀: ‘오동나무’의 옛말.
*성긴 비에: ‘성기게 내리는 비’라는 뜻으로, ‘성기다’는 물건의 사이가 뜬 것을 이르는 말이다. 곧 띄엄띄엄 오는 비.
*간장(肝臟): 인체의 가슴 횡격막 바로 아래에 있는 인체기관.  흔히 인체의 오장육부를 대신하는 말로 쓰인다.
*다 썩노매: 다 썩는구나! ‘~노매’는 ‘~는구나’의 감탄형 종결어미.
*박명(薄命): 복이 없으며 팔자가 사납고 기구한 운명. 흔히 명이 짧은 것은 나타냄.
*인생(人生):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혼잔가: ‘혼자인가’ 의 뜻으로 ‘~ㄴ인가’는 짐작이나 추측을 나타내는 종결어미.

[풀이]

기나긴 가을밤이 매우 길어진 때면, 그리운 임 생각이 더욱 깊어만 간다. 마른 잎이 엉성하게 남은 오동나무를 스치며 내리는 빗소리에, 애타다 남은 오장육부가 모두 썩는구나! 아마도 기구한 팔자를 타고 난 목숨은 나뿐이 아닌가 싶다.

[지은이]

김천택(金天澤: 1690~?): 자(字)는 백함(伯涵), 또는 이숙(履叔)이며, 호(號)를 남파(南坡)라고 일컬었
다. 벼슬은 포도청(捕盜廳)의 포교(捕校)를 지냈을 뿐, 진작부터 창곡(唱曲)을 즐겨, 금객(琴客)인 김성기(金聖器)와, 가객(歌客) 김수장(金壽長)과 더불어 친교가 두터웠다.  영조(英祖) 4년(1728)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조전집(詩調全集)으로 꼽히는《청구영언》을 편찬하였으며, 그 자신도《해동가요》에 57수(首)를 남겼다. 다만 그는 가창(歌唱)을 위한 노래를 지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음률적(音律的)으로만 다듬어졌을 뿐, 문학작품으로서는 여타의 작가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논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김수장과 더불어 침체되었던 단가(短歌)를 부흥시킨 공적은 높이 평가되고있다.

[참고]

기나긴 가을 밤은 사람을 감상의 세계로 곧잘 끌고간다. 님을 여의었거나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애간장을 태우는 것이 가을 밤이다. 더욱이 큼직큼직한 오동나무 잎사귀에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의 반주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슬프게 한다. 그러나 "박명한 인생은 나 혼잔가……"의 끝맺음은 지나친 과장같아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앞선다. 특히 현대적 감각으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가을 긴긴밤의 님 생각, 오동잎에 떨어지는 애간장을 녹이는 성긴비와 같은 것은 너무나 상투적인 소재들이어서 별로 짜릿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 게다가 종장의 지나친 과장과, 개념적 표현이 호소력을 잃었으니, 남파의 작품으로서는 가작이라 하기 어렵다.

[원문]일소일빈 (daum.net)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blog.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