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덮고 창을 여니 - 정온(鄭蘊)
冊 덮고 窓을 여니 江湖에 배 떠 있다
往來 白驅는 무슨 뜻 먹었는고
앗구려 功名도 말고 너를 좇아 놀리라
[뜻풀이]
*강호(江湖): 강과 호수. 흔히 풍치가 좋은 시골을 말한다.
*왕래(往來): 가고 오는 것.
*백구(白驅): 갈매기.
*앗구려: 아서구려! ‘앗’은 ‘아서라, 그만 두어라’의 뜻이다.
*공명(功名): 나라에 공훈을 세워 이름이 나는 것.
[풀이]
독서에 지친 나머지 책장을 덮고서 창문을 여니, 멀리 물가에는 조그만 배가 떠 있구나. 오가는 갈매기는 무슨뜻을 품었기로 저렇듯이 같은 자리를 빙빙돌고 있는 것일까? 아서라! 내 새삼 학문을 계속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나라에 공훈을 세워 이름을 떨치려는 생각일랑 집어 치우고, 천하를 한눈에 굽어보며 한가하게 노니는 너(갈매기)를 쫓아 놀아 보련다.
[지은이]
정온(鄭蘊:1569~1641): 인조대(仁祖代)의 명신(名臣)이며, 학자(學者)로서 자(字)는휘원(輝遠),호(號)는 동계(桐溪),정인홍(鄭仁弘)과 한강(寒岡)에게서 글을 배웠다. 문과(文科)로 등제(登第)하자 벼슬에 올라 직언(直言)으로 이름이 높더니, 광해군(光海君) 때에 인목대비폐모론(仁穆大妃廢母論)과 영창대군(永昌大君) 살해사건(殺害事件)에 간(諫)하기를 마지 않다가, 그만 제주(濟州)로 유배(流配)되었다. 인조반정(仁祖反正)에서 풀려나고, 병자호란(丙子胡亂)에 왕가(王駕)를 따라 남한산성(南漢山城)으로 들어 갔으나, 척화론(斥和論)을 주장하다가, 화평(和平)이 성립(成立)되므로 자결(自決), 그러나 실패하고는, "내가 무슨 낯으로 처자를 대하리요?"라 하며 이 시조를 읊고서 금원산(金猿山)으로 들어가 숨어 살기를 5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참고]
이 시조의 작가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들어갔다가 화의의 성립을 보고 할복 자살을 기도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주위의 간호로 다시 살아나게 되자, 나라의 은혜를 보답못함과 처자를 볼낯이 없다 하여, 중국의 백이 숙제와 같이 산으로 들어가고 말았는데, 이 시조는 이 때에 지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이제 책도 필요 없고, 공명은 더구나 바랄 것이 못 된다. 강호 속에서 백구를 벗하며 되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는가. 독서의 여가에 호수면을 노니는 갈매기떼를 보면서 그들의 유유자적이 부러워진다. 책을 읽는 목적은 무엇인가? 학문연구라는 순수한 목적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것이 출세와 직결되기 때문인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책을 읽어 벼슬길에 나갈 것이 아니라, 저 호수 위에서 한가롭게 즐기는 갈매기와 같이 자유로운 생활도 해 봄직한 것이다.
[출처] 원문보기
https://blog.daum.net/thddudgh7
일소일빈
한자는 우리글이다
blo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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