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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조] (57) 이몸이 되올진대 - 권필(權鞸) (2021.11.21)

푸레택 2021. 11. 21. 11:45

■ 이몸이 되올진대 - 권필(權鞸)

이몸이 되올진대 무엇이 될꼬 하니
崑崙山 上上頭에 落落長松 되었다가
群山에 雪滿하거든 혼자 우뚝 하리라

[뜻풀이]

*곤륜산(崑崙山):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며 미옥(美玉)이 난다고 전한다. 해발 7,580미터
*상상두(上上頭): 가장 높은 산머리. 제일봉.
*낙락장송(落落長松): 키가 크고 가지가 잘 뻗어난 소나무, 잘 자라난 소나무.
*군산(群山): 여러 산.
*설만(雪滿)하거든: 눈이 가득 쌓이거든.

[풀이]

이 몸이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은가 하니, 바로 저 하늘 아래서는 가장 높다 하는 곤륜산 제일 높은 봉우리 위에 크게 자라난 소나무로 되었다가, 모든 산이 눈으로 덮였을 때에 가서 나 혼자만이 우뚝하게 솟아 있겠노라!

[지은이]

권필(權鞸: 1569~1612): 본관(本貫)은 안동(安東), 자(字)는 여장(汝章), 호(號)는 석주(石洲)이다. 과거에 뜻을 두지않고 술과 시를 즐기며 자유분방한 일생을 살았다. 동몽교관(童蒙敎官)으로 추천되었으나 끝내 나아가지 않았다. 강화(江華)에 있을때 명성을 듣고 몰려온 많은 유생들을 가르쳤으며, 명나라의 대문장가 고천준(顧天俊)이 사신으로 왔을 때, 영접할 문사로 뽑혀 이름을 떨쳤다. 광해군의 비(妃) 류씨(柳氏)의 동생등 외척들의 방종을 비난하는 「궁류시(宮柳詩)」를 지었는데, 1612년 김직재(金直哉)의 무옥에 연루된 조수륜(趙守倫)의 집을 수색하다가 그가 지었음이 발각되어 친국(親鞠)받은 뒤 해남으로 유배되었다. 귀양길에 올라 동대문밖에 다다랐을 때 행인들이 주는 동정술을 폭음하고 그 다음날 죽었다. 1623년 인조 반정 뒤, 사헌부지평에 추증 되었다. 《석주집(石洲集)》과 한문소설 《주생전(周生傳)》이 전한다.

[참고1]

작가는 당시의 일급 시인의 한 사람이었으나, 전생애를 세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와 술로써 즐기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풍자 하는 시를 많이 지었다. 이 시조에도 작가의 이러한 면이 엿보인다. 작가는 곤륜산의 낙락장송이 되었다가 뭇 산들이 눈에 차 있을 때 그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상의 아니꼽고 보기 싫은 것, 특히 광해군 때에 들어 오면서 세상의 어지러워짐을 보고, 함부로 날뛰는 간신들을 군산으로 비유하고 자신은 곤륜산의 우뚝솟은 소나무임을 자처한 것이다. 날카로운 풍자 속에 깃들인 작가의 의연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선조대의 한시로 꼽히었으며, 송강 정철을 스승으로 섬기며 친교가 있었다.광해군이 등극하자, 왕비의 오라비 유희분이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매 유명한 궁유시(宮柳詩)를 지어 이를 풍자했더니, 잡히어 고문을 당한 끝에 경원부로 유배되었으나 미처 성문을 나지 못하여 쓰러져 숨을 거두고야 말았다.

[참고2]

작자 권필(權鞸)의 죽음을 재촉한 「궁류시(宮柳詩)」는 다음과 같다.

궁류청청앵란비(宮柳靑靑鶯亂飛)
만성관개미춘휘(滿城冠蓋媚春暉)
조정공하승평락(朝庭共賀昇平樂)
수견위언출포의(誰遣危言出布衣)

궁중의 버들은 푸르러 꾀꼬리가 어지러이 날아들고,
장안(長安)의 대로(大路)에 가득 찬 수레의 일산(日傘)은 황홀한 봄빛에 굽실거리며,
대궐 정원에서는 서로 태평시대의 즐거움을 하례하는도다.
이럴 즈음이거늘 뉘라서 바른 말을 함부로 내어 포의(布衣)의 신세가 될쏘냐?

[출처]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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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소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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