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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산책] 석보상절에도 나오는 ‘낙타’의 순우리말은? (2021.10.28)

푸레택 2021. 10. 28. 11:36

[우리말 산책] 석보상절에도 나오는 ‘낙타’의 순우리말은? 

기독교의 기독(基督)은 ‘그리스도’를 한자로 음역한 말이다. 12월25일 성탄절의 공식 명칭도 ‘기독탄신일’이다. 딱딱한 느낌의 ‘석가탄신일’의 공식 명칭이 ‘부처님오신날’로 바뀌었지만, 기독탄신일은 옛 이름 그대로다.

 

기독교 하면 <성경>이 먼저 떠오르고, <성경> 하면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말부터 떠오른다. 그런데 이 표현에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문장만 놓고 보면 부자는 절대로 천국에 못 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종교를 떠나 세상살이의 많은 지혜들을 담은 <성경>에 이런 극단적 표현이 적혀 있는 데 대해 ‘번역의 오류가 빚어낸 잘못된 문장’이라는 설이 있다. 원래 <성경>엔 ‘낙타’가 아니라 ‘밧줄’로 적혀 있었다는 것.

 

다른 유래설도 있지만, 유대인들의 말이라는 아람어로 밧줄(gamta)과 낙타(gamla)는 철자 하나만 달라 번역자가 혼동해 ‘밧줄’을 ‘낙타’로 잘못 적어 놓은 것이 널리 퍼져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즉 이 표현은 “권력이 있거나 재물이 많은 사람이라도 약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을 도와, 밧줄 같은 자신을 가는 실로 만들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멋진 비유다. 만약 이를 오역한 것이라면 참 아쉬운 일이다.

 

예전 <성경>엔 “약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 따위처럼 쓰였는데, ‘약대’가 ‘낙타’로 고쳐진 것도 아쉽다. ‘약대’는 한자말 ‘낙타(駱駝)’를 뜻하는 순우리말로, <석보상절>에도 실렸을 정도로 오래된 말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이 흔히 ‘바늘구멍’이라고 하는 것을 <성경>은 ‘바늘귀’라고 제대로 쓰고 있음도 눈길을 끈다. ‘바늘구멍’의 본래 의미는 “바늘로 뚫은 작은 구멍”이다. “실을 꿰기 위해 바늘의 위쪽에 뚫은 구멍”은 ‘바늘귀’다. 다만 사람들이 너나없이 ‘바늘구멍’을 쓰는 까닭에 사전들도 최근 들어 ‘바늘구멍’의 또 다른 뜻으로 ‘바늘귀’를 다뤄 놓고 있다. (글=엄민용 기자) 

[출처] 경향신문 2021-06-04

/ 2021.10.2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