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휴전선은 ‘155마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개통된 것은 1899년 9월18일이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9월18일을 ‘철도의날’로 삼았다. 하지만 경인선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탈하기 위해 놓은 철도다. 이로 인해 “9월18일을 철도의날로 삼은 것은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이 있어 왔고, 2018년 마침내 6월28일로 변경됐다.
1894년 6월28일 당시 군국기무처에서 의정부 이하 각 아문의 관제를 개정하고 이를 고종에게 보고해 윤허받은 것에서 그 날을 따왔다.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한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1894년만 해도 우리나라는 양력이 아닌 음력을 사용했고, 당시 6월28일도 당연히 음력이다. 그때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7월30일이다.
매해 5월15일은 ‘스승의날’이다. 이 날을 스승의날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민족의 스승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이 1397년 음력 4월10일에 태어났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1397년 5월15일이다. 이런 이치라면 철도의날도 7월30일로 삼는 것이 더 바람직했을 듯싶다.
이즈음 ‘철도’ 하면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다. 1906년 서울을 기점으로 개성~사리원~평양~신안주~신의주에 놓인 경의선은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끈 대동맥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6·25전쟁 후 남북이 155마일(248㎞) 휴전선으로 분단되면서 경의선 철길도 끊기고 만다. 하지만 남측의 문산~장단 간 12㎞, 북측의 장단~봉동 간 8㎞만 뚫리면 한국 철마는 그 옛날 비단길을 따라 유럽까지 달려갈 수 있다.
한편 철마의 질주를 막고 있는 ‘휴전선(MDL) 155마일’은 고쳐져야 한다. 비무장지대(DMZ) 전문가 김창환 강원대 교수가 정전협정문에 첨부된 지도를 토대로 다시 계산한 결과 148마일(238㎞)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리정보 사이트 ‘나사 지구관측’도 MDL을 148마일로 기술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홈페이지 역시 ‘148마일’로 적어놓았다. (글=엄민용 기자)
[출처] 경향신문 2021.06.28
/ 2021.10.2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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