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갈대' 신경림, '갈대' 마종기, '그 자리' 천양희 (2021.10.22)

푸레택 2021. 10. 22. 12:01

◇ 갈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여름날』(미래사, 1991)

◇ 갈대 / 마종기

바람 센 도로변이나 먼 강변에 사는
생각없는 갈대들은 왜 키가 같을까
몇 개만 키가 크면 바람에 머리 잘려나가고
몇 개만 작으면 햇살이 없어 말라버리고
죽는 것 쉽게 전염되는 것까지 알고 있는지,
서로 머리 맞대고 같이 자라는 갈대
긴 갈대는 겸손하게 머리 자주 숙이고
부자도 가난뱅이도 같은 박자로 춤을 춘다
항간의 나쁜 소문이야 허리 속에 감추고
동서남북 친구들과 같은 키로 키들거리며
서로 잡아주면서 같이 자는 갈대밭,
아, 갈대밭, 같이 늙고 싶은 상쾌한 잔치판

- 마종기,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문학과지성사, 1987 )

◇ 그 자리 / 천양희

욱아, 들어보렴 참나무가 욱욱거리며 강물에 떠내려가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고 뽐내던 참나무가 그까짓
바람쯤이야 그까짓 바람쯤이야 하던 나무가 참, 나무가
아니었구나 올라갈 줄 모르는 물속에서 허우적대며
내려가는구나 자존심은 돌멩이처럼 굴러 곤두박질치는구나
끙, 끙끙 갈대밭을 지날 무렵 참나무는
더욱 욱욱거리는구나 그까짓 갈대쯤이야 비웃던 갈대들이
쓰러지지 않았구나 바람에 날리는
갈대가 그 자리에 있었구나 욱아, 들어보렴
갈대는 바람이 불 때마다 고개를 숙였다는구나
고개를 숙이는 자에게 바람은 그냥 지나간다는구나
그렇다는구나

- 천양희,『너무 많은 입』(창비, 2005)

[출처] 《주제 시 모음》 작성자 느티나무

/ 2021.10.22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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