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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사돈' 머리를 꾸벅거린 사이? 고려 윤관의 일화에서 유래 (2021.10.19)

푸레택 2021. 10. 19. 15:45

[우리말] 사돈은 머리를 꾸벅거린 사이? 고려 윤관의 일화에서 유래


송교수의 재미있는 우리말 이야기-33. 사돈

우리나라 풍속에서 혼인을 한 두 집안의 어버이끼리, 또는 두 집안의 같은 항렬行列이 되는 친족끼리, 그 밖의 상대편의 아래 항렬이 되는 이에게 부르는 호칭법으로 사돈査頓이라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의 아들과 딸이 결혼을 하면 그 신랑 및 신부의 부모가 서로 사돈이 되고 부모와 같은 항렬의 친족과 아래 항렬이 되는 친족을 부를 때 사돈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전승되는 이야기가 있다.

고려시대의 윤관尹瓘은 여진 정벌로 명성을 떨친 명장이었다. 그가 1107년에 북방 정벌의 원수가 되어 동북방 국경지대에 있는 여진족을 토벌한 뒤 그곳에 구성을 쌓고 경계에 임하고 있을 때, 자기의 아들과 부원수인 오연총의 딸과 혼인을 맺어 두 집안은 정이 더욱 두터워져 서로간의 왕래가 잦았다. 그러므로 맛있는 음식과 좋은 술이 생기면 이를 말에 싣고 달려가 두 사람 사이의 정을 서로 두터이 나누었다.

그런데 윤관의 집은 시내에 있었고, 오연총의 집은 시내에서 십 여리나 떨어진 시골에 있었는데 하루는 오연총의 집에서 빚은 술이 맛있게 익어 오연총은 그 술을 말에다 싣고 시내에 사는 윤관의 집으로 행해 출발하였다.

그런데 그가 윤관의 집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비바람이 심하게 쳐서 그는 잠시 그 비바람을 피하였다가 그것이 그치자 다시 말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 본 즉 그 사이 내린 비로 강물이 범람하여 도저히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강 건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윤관도 좋은 술이 생겨 이를 말에 싣고 오연총의 집으로 가다가 강을 건널 수 없어 강 건너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섰는지라, 이윽고 서로가 상대편을 알아보고 무척 기쁜 표정들을 지으면서 이곳까지 온 뜻을 상대방에 알리기 위하여 오연총은 술병을 흔들어 보인 즉, 윤관 쪽에서도 역시 술병을 들어 답하는지라, 서로가 마음 속으로 만족해하면서 오갈 수 없는 형편을 못내 아쉬워하였다.

하는 수 없이 둘은 강을 사이에 두고 양편 둑 위에서 서로 술을 권하기로 하고 오연총은 나무를 벤 밑둥치에 걸터앉아 술을 한 잔 부어 “내 술을 한 잔 드시오.”라는 뜻으로 술잔을 높이 들고 머리를 조아리는지라, 건너편의 윤관도 술을 술잔에 따라서 높이 들고 “내 술도 한 잔 드시오.”라는 뜻으로 머리를 조아렸다.

이렇게 몇 순배를 하면서 서로가 말이 없는 가운데 정다운 몸짓으로 정을 돈독히 나누었다고 한다.

그 뒤 이 같은 사실이 세상에 퍼지자, 사람들은 혼인을 한 두 집안의 어버이끼리 서로가 머리를 꾸벅거린 관계라고 하여 ‘사실(고찰)할 사査’자와 ‘머리 조아릴 돈頓’ 자를 써서 사돈査頓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우리 속담에 ‘사돈 밤 바래’라는 말이 있는데 이편에서 바래다 주면 곧이어 다음번에는 상대편에서 바래다 주고 하여 자주 되풀이한다는 뜻이다.

그런즉 자녀들끼리 부부의 인연을 맺은 부모들이야말로 따지고 보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글=송백헌 충남대 국문학과 명예교수 (출처: 중도일보)

/ 2021.10.19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