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구름의 마음 / 이생진 ??
사람은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땅에서 살다가
땅에서 가고
구름은
아무리 낮은 구름이라도
하늘에서 살다
하늘에서 간다
그래서 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구름은 작은 몸으로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갈 때에도
큰 몸이 되어
산을 덮었을 때에도
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간다
◇ 구름 / 이성선 ??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종이 위에 쓰지 않는다
꺾어 흔들리는 갈대 잎새에 볼 대어 눈물짓고
낙엽 진 가지 뒤에 기도하듯 산책하지만
그의 유일한 말은 침묵
몸짓은 비어 있음
비어서 그는 그리운 사람에게 간다
신성한 강에 쓰고 나비 등에 쓰고
아침 들꽃의 이마에 말을 새긴다
구름이 밟을수록 땅은 깨끗하다
◇ 뭉게구름 / 최승호 ??
나는 구름 숭배자는 아니다
내 가계엔 구름 숭배자가 없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구름 아래 방황하다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구름들의 변화 속에 뭉개졌으며 어머니는
먹구름들을 이고 힘들게 걷는 동안 늙으셨다
흰 머리칼과 들국화 위에 내리던 서리
지난해보다 더 이마를 찌는 여름이 오고
뭉쳐졌다 흩어지는 업의 덩치와 무게를 알지 못한 채
나는 뭉게구름을 보며 걸어간다
보석으로 결정되지 않는 고통의 어느 변두리에서
올해도 이슬 머금은 꽃들이 피었다 진다
매미 울음이 뚝 그치면
다시 구름 높은 가을이 오리라
/ 2021.09.2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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