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산책] 소설 명시 수필 시조 동화

[명시감상] '구름' 최종진, '내 구름' 윤임수, '구름의 노래' 유장균 (2021.09.28)

푸레택 2021. 9. 28. 20:07

◇ 내 구름 / 윤임수 ??

식장산 독수리봉에서 해맑은 얼굴로 한가하게 놀고 있는 구름을 혼자 보았다 그 구름을 내 구름이라 하였다 부디 욕심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구름 / 최종진 ??

내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한 조각 구름이나 되어
어느 황량한 산 위에
호젓이 떠 있으리라

설령 내 생명이
바람에 정처 없이 떠돌지라도
한 오리 애착도 남기지 않고
산산이 부서져 비 되어 떨어져도
애처로울 것 하나 없는
가벼운 영혼이고저

밤이면 별들의 속삭임도 들어보고
떨고 있는 초생달도 품어 보리라

◇ 구름의 노래 / 유장균 ??

한 생애의 욕망과 좌절은 결국
여기에 와서야 조용히 만나 갈등을 풀었다
덜컥 관이 멈추고 따라 들어갔던
시선들이 하릴없이 다시 이승으로 되돌아와서
비로소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풀잎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들었다
산이 몇 번 꿈틀꿈틀 잠자리를 흔들다가
편안한 자세로 돌아누워 큰 숨을 토한다
서둘러 흙을 덮어 주고
우리는 돌아섰다. 세상은 이제 모를 것이다
그를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다시 깨우지도 못할 것이다
울먹울먹하던 구름도 산너머로 사라지고
난데없이 산제비 한 마리
앞을 가로세로 가르며 날다가
아주 가볍게 사라졌다
이 길을 빠져나가면 작은 신작로가 있고
작은 신작로를 지나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이 눈감고도 훤하다
수없이 긴장하고 놀라 깨어야 할 그 곳이

/ 2021.09.28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