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구름 / 김용택 ??
구름처럼 심심하게 하루가
또
간다
아득하다
이따금 바람이 풀잎들을 건들고 지나가지만
그냥 바람이다
유리창에 턱을 괴고 앉아
밖을 본다 산, 구름, 하늘, 호수, 나무
운동장 끝에서 창우와 다희가 이마를 마주대고 흙장난을 하고 있다
호수에 물이 저렇게 가득한데
세상에, 세상이
이렇게 무의미하다니
◇ 구름의 무게 / 허만하 ??
계절 따라 푸름의 깊이를 달리하는 하늘에 떠서 스스로 윤곽을 지우며 바람에 모습을 만들어주는 구름. 엷디엷은 새털구름 한 자락 무게는 코발트블루 물 너울 헤치는 새끼 고래 한 마리 무게와 맞먹는다.
낯선 도시를 헤매는 나그네에게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고 고향에 머무는 사람에게는 저무는 타관의 길에 스며드는 쓸쓸함을 떠올려주는 구름의 길. 바람의 길 위에서 흔적 없이 사라지기 위하여 태어나는 구름. 구름은 거울이다. 구름은 물결을 헤치는 고래가 아니다. 목숨의 실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 도종환 ??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르다
뿔뿔이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 2021.09.28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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