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테마산책길, 개화산 강서둘레길을 걷다
◇ 꿩고개산 치현정(雉峴亭) 둘러보고 강서둘레길 걷기
일시: 2021.09.21(화) 14:00~16:30
코스: 집 출발~마곡나루역(9호선)~김포공항역(환승)~방화역(5호선)~강서둘레길~방화근린공원~민속놀이마당~꿩고개근린공원~꿩고개약수터~치현정~꿩고개체력단련장~유아숲체험장~황톳길~약사사~개화산둘레길~개화산 전망대~봉화정~개화산 봉수대~아라뱃길 전망대~신선바위~호국충혼위령탑~미타사~개화역(9호선)~신방화역~집 도착
◇ 치현산 치현정 가는 방법
방화역(5호선 종점)~3번 출구~방화근린공원 직진~강서둘레길~치현산~치현정(걸어서 10~15분)
◇ 꿩고개산(치현산)에 숨겨진 조망 명소 《치현정(雉峴亭)》
오늘은 꿩고개산(치현산)에 숨겨진 조망 명소라고 하는 치현정(雉峴亭)을 찾아나섰다. 사실 강서구로 이사 와서 개화산은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꿩고개산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치현산은 오늘 처음 찾아간다. 더욱이 꿩고개산에 아름다운 한강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치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고 하니 찾아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설렌다.
◇ 치현정(雉峴亭) 이름의 유래
치현정은 치현산고개에서 행주산성,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치현이란 이름은 개화산 동쪽 봉수대가 있던 봉우리에 딸린 높이 70.5m의 고개를 꿩고개라고 하였는데 이 고개가 꿩사냥하기 좋았기 때문에 꿩고개[雉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 치현정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옛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杏湖觀漁)’ 그림과 사천 이병연의 한시(漢詩)에서도 나와 있다고 한다.
◇ 꿩고개산 치현정에서 한강을 바라보다
특별히 찾아갈 곳도 찾아올 사람도 없는, 코로나 시절에 맞이하는 두번째 추석 한가위. 생수병 하나만 백팩에 넣고 산책길에 나섰다. 오늘은 9호선 종점 방화역에서 내려 방화근린공원으로 접어들어 새로운 강서둘레길 코스인 치현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치현산은 개화산에서 흘러내린 야트막한 산이다. 옛날 이곳에는 꿩들이 많이 살아 이곳을 ‘꿩고개’라 불렀는데, 한자어로 바뀌면서 치현산(雉峴山)이 되었다고 한다. [꿩 치(雉), 고개 현(峴)]
꿩고개약수터를 지나 강서둘레길을 따라 숲길을 걸어 올라가니 치현정(雉峴亭)이라는 정자가 나타난다. 치현정에서 바라본 한강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탁트인 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이런 명당이 있었다니 ‘와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 건너편에 있는 행주산성과 덕양산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방화대교가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왜 이곳이 치현산에 숨겨진 한강 조명 명소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한강의 야경 사진을 찍기 위해 이곳 치현정을 찾는다고 한다.
◇ 행호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들을 바라보다
겸재정선미술관이 우리 강서구에 있어 자주 찾아가다 보니 미술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조금씩 그림 세계에 대한 상식이 넓어질 수 있어 참 고맙고 기쁘다. 오늘도 겸재 정선의 《행호관어》라는 미술 작품을 알게 되었다. 280년 전 양천현령을 지낸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도 이곳을 찾아 그 아름다움에 반해 《행호관어》(杏湖觀漁, 행호에서 고기잡이하는 배들을 바라보다)라는 그림을 남겼다.(행호관어도: 간송미술관 소장) 조선시대 사람들은 행주산성 앞 한강을 행호(杏湖)라 불렀다고 한다. 행주산성 인근으로 창릉천이 흘러 들어오면서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강폭이 넓어져 강이 마치 호수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행호관어》 그림에는 지금은 사라진 모래섬과 행주나루 사이에서 물고기를 잡는 14척의 돛대 없는 배가 그려져 있다. 또한 웅어잡이배가 있는 한강 너머 행주나루에는 초가집과 기와집, 산위의 정자(亭子)도 그려넣었다. 소나무와 버드나무, 기암절벽,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 기슭도 그림 속에 배치해 놓았다. 고양의 산수실경을 그대로 화폭에 담은 것이다. 《행호관어》 그림은 성북동 간송미술관 소장이라고 한다. 나는 혜화동 시절 보성 중학교와 보성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우리 보성 학교가 간송미술관의 간송재단(澗松財團) 소속이다. 초등학교 시절 간송미술관 숲 속에서 도토리와 밤을 줍기도 하며 뛰어놀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 멋진 한강의 정취를 만끽하다
일산에서 살 때 행주산성을 찾아 그곳에서 한강을 바라본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맞은쪽인 강서 치현산에서 행주산성을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 옛날 겸재 정선이 찾아와 그림을 그렸던 곳에 내가 지금 찾아와 그가 보았던 아름다운 한강의 풍광을 나도 바라본다고 생각하니 수백 년의 세월을 초월한 공감(共感)의 감정이 느껴진다. 그가 보았을 행주나루와 모래섬 그리고 고기잡이 어선들은 사라졌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의 멋진 정취만은 변함이 없을지니 그가 느꼈을 감흥을 나도 느껴본다.
◇ 그물이 행호 밖으로 달아나네
《행호관어도》(杏湖觀漁圖)는 호수처럼 펼쳐진 행주산성 앞 한강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들의 모습을 강건너 양천현에서 바라다보고 그린 그림이다. 겸재의 단짝 친구 사천 이병연이 이렇게 그림의 제시를 써 놓았다.
늦은 봄에는 황복국이요,
초여름에는 웅어회라.
복숭아꽃이 가득 떠내려오니
그물이 행호 밖으로 달아나네.
(春晩河豚羹 夏初葦魚膾
桃花作漲來 網逸杏澔外)
웅어는 고양 지역의 진상품(進上品)으로 맛이 뛰어나 임금님의 수라상에도 오른 물고기라고 한다. 웅어는 갈대 속에서 자란다 하여 갈대 위(葦) 자를 써서 위어(葦魚)라고도 한다. 웅어는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맛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그 이름조차 기억하는 사람들이 드물다. 웅어는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회유성 물고기인데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으로 수중보가 설치되어 물길이 막혔고 강변 개발로 웅어의 산란 장소인 갈대숲이 사라져 웅어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 가막살나무 빨간 열매, 가을이 익어가다
치현정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한강 풍경을 눈에 가득 담고 다시 강서둘레길을 따라 개화산(開花山)으로 향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겨울새들이 좋아한다는 가막살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가을이 가까이 느껴진다.
가막살나무는 인동과(忍冬科)의 낙엽 관목으로 산기슭에서 자란다. 5월에 갈색을 띤 하얀 꽃들이 가지 끝에 모여 피며, 팥만한 열매는 9~10월에 빨갛게 익는다. 가막살나무는 까마귀가 먹는 쌀이라는 말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되는데 까마귀는 유독 가막살나무 열매를 좋아하는가 보다. 가막살나무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라는 꽃말을 갖고 있다.
◇ 개화산둘레길에서 역사의 숨결이 느끼다
치현산에서 이어지는 개화산으로 발길을 옮겨 약사사를 지나 헬기장 옆 개화산 전망대에 올랐다. 저멀리 노고단과 북한산, 월드컵 공원과 가양대교가 보인다. 개화산 봉수대를 지나 하산길에 접어든다. 개화산은 132m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산 정상에는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가까이 접근할 수 없다. 아라뱃길전망대를 지나 신선바위 전망대에 이르면 김포공항에 살포시 내려앉은 비행기를 볼 수 있다.
《개화산호국공원》에는 호국충혼위령비와 함께 6.25전쟁 때 김포 개화산 전투에서 산화한 우리 국군장병들의 이름 하나하나가 새겨진 명각비가 세워져 있다. 호국공원은 육군 제1보병사단의 전사자 1,100여명과 김포지구 전투사령부 예하 부대 무명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의 공간이다. 무명용사들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개화산호국공원 아래에 있는 절 《미타사》 담벼락에 커다란 현수막이 붙어 있다. “Clean Mother Nature, right where we live.”(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개화산은 수차례 찾아왔지만 올 때마다 맑은 기운을 얻는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 때에는 한강과 개화산을 찾는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물을 보며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개화산을 보며 힘을 얻고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오늘도 서울시 전망좋은 길로 선정된 개화산둘레길을 걸으며 역사와 문화, 자연을 가슴에 담고 《내촌마을》 쪽으로 내려와 9호선 종점 개화역에서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행했다.
/ 사진촬영 2021.09.21(화) 개화산과 치현산
https://blog.daum.net/mulpure/15855427
https://blog.daum.net/mulpure/15856890
△ 끝까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일상의 삶]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산책] (1) 세종대왕 기념관, 서울 영휘원과 숭인원 탐방 (2021.10.03) (0) | 2021.10.03 |
---|---|
[소소한 이야기]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 '샤인머스켓', 마약포도가 따로 없네.. 이육사 '청포도', 도미의 '청포도 사랑' (2021.10.01) (0) | 2021.10.01 |
[역사산책] 가양동 2·8공원, 상산 김도연 박사 흉상 (2021.09.19) (0) | 2021.09.20 |
[즣은생각] 오만 가지 생각, 고난, 삶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들 (2021.09.15) (0) | 2021.09.15 |
[소소한 일상] 사마귀와 작두콩 그리고 우산 (2021.09.09) (0) | 2021.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