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버리 새’ 직박구리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전국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새들이 나무에 앉아 더위를 식히며 한가로이 지저귀고 있다. 내 글방 앞 나무 위에서도 대표적인 ‘떠버리 새’ 직박구리들이 “삐잇 삐잇, 삐이이익∼” 하고 귀가 따갑게 우짖어 댄다.
직박구리는 참새목 직박구리과의 한 종으로 시끄럽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우리나라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성질이 사납다. 대개는 기본이 2마리이고 많게는 10마리 넘게 무리를 지어 다닐 때가 많은데, 사계절 내내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에서 온 동네가 떠나갈듯이 울어 젖히는 새가 바로 직박구리다.
직박구리는 40여 년 전 필자가 춘천에 자리 잡을 때만 해도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른바 온난화 탓에 지금은 춘천에서도 흔한 텃새가 됐다.
직박구리는 몸길이가 28cm 정도로 산비둘기보다 몸집이 좀 작으며 갸름하다. 뺨에 갈색 반점이 있고, 귀깃은 갈색이며, 전체적으로는 옅은 재색이다. 깃털 끝은 뾰족하고 길쭉하며, 예리한 부리에다 초롱초롱한 눈알이 매우 영리해 보인다. 머리에는 도가머리(羽冠)가 있는 듯 없는 듯 하다.
직박구리는 공중을 날면서도 소리를 꽥꽥 지르는데 매끈한 날개를 몸통에 짝 달라 붙이고 파도 타듯이 곡선을 그리며 날렵하게 난다.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땅에는 여간해서 내려앉지 않는다. 오뉴월에 지상에서 1~5m 높이의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를 비롯해 헝클어진 칡넝쿨 등 숨기 좋은 곳에 접시 꼴의 보금자리를 틀고 4~5개의 알을 낳는다.
직박구리는 봄엔 꽃물이나 꽃잎을 먹고, 여름엔 곤충이나 거미류 등 동물성을, 겨울철에는 동백꽃물이나 찔레나무 열매를 먹는다. 과수원의 귤, 사과, 배를 쪼아 먹기에 해로운 새로 취급하지만 잡식하기에 생존과 번식력이 높다. 음식은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어야 건강하다고 했던가?
글=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출처] 세계일보 2018.05.18
/ 2021.09.14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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