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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돼지감자의 변신'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2021.09.14)

푸레택 2021. 9. 14. 08:14

■ 돼지감자의 변신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23일은 서리가 내린다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 상강(霜降)이었다. 밤낮의 기온차가 큰 이맘때면 산야가 온통 국화과식물 꽃으로 뒤덮이는데 그중 ‘돼지감자’라는 것이 있다.

산비탈에 있는 필자의 텃밭 언저리에도 잎줄기와 꽃은 해바라기를 닮았고, 뿌리는 감자꼴인 돼지감자가 풀숲을 이루고 있다. 예로부터 감자보다는 질이 좀 떨어지고 주로 돼지 사료로 쓰여 돼지감자라고 불리게 됐다는데, 생뚱맞게도 하늘엔 번듯한 해바라기 꽃이 매달리고 땅속엔 감자덩이를 품었었기에 ‘뚱딴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돼지감자는 국화과(科), 해바라기속(屬)에 드는 여러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곧추선 줄기가 1.5~3m에 달한다. 원줄기와 곁가지 끝자락에 달린 샛노란 꼬마해바라기 꽃은 머리모양으로 크기가 작을 뿐 해바라기 꽃 그 자체다. 뿌리엔 감자처럼 생긴 덩이줄기가 여럿 달렸는데 모양이 울퉁불퉁하고 색깔은 백색·갈색·적색·자주색으로 마치 생강과도 같다.

돼지감자는 북미 인디언이 식용야채로 재배했고, 오늘날엔 사료·생물연료로 쓰려고 세계 각지에서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가축사료용으로 들여와 묵정밭이나 밭가에 키운 재배종으로 전국 산야에 퍼져 자생한다.

돼지감자는 번식력이 너무 좋아 말썽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으나 천연 인슐린으로 불리는 이눌린이 많이 든 것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약용식물로서 후한 대접을 받기에 이르렀다.

돼지감자는 이눌린 성분이 많아 혈당을 낮추고, 체지방 분해와 체내의 중성지방농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나도 혈당수치가 정상보다 좀 높은지라 노는 땅에 돼지감자를 한가득 심은 것이다.

돼지감자, 즉 뚱딴지란 상황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한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그렇지만 결코 어떤 사람을 뚱딴지 같다고 비꼴 일이 아니다. 이렇든 저렇든 좀 괴짜거나 남다른 뚱단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을 바꿔 오지 않았던가?

글=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출처] 세계일보 2017.10.26

/ 2021.09.14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