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의생물의신비] 까치 /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까치 한 쌍이 내 글방 앞 큰 나무 맨 꼭대기 줄기에 둥지를 짓기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됐다.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나뭇가지를 물어다 얼기설기 엮더니 사발 형태를 갖춘 데 이어 이제는 위쪽 반만 얹으면 된다.
까치는 지름 1m 정도 크기로 둥글게 집을 짓고, 빛이 잘 드는 곳에 몸이 겨우 빠져 나올 정도로 조붓하게 문을 낸다. 둥지 한 채를 짓는 데 대략 1000개의 가늘고 긴 나무를 쓰며, 그해 홍수가 날 것 같으면 보금자리를 높게 올린다고 하니 훌륭한 기상통보관이요 예보관이 아닌가 싶다.
까치는 동네사람의 옷차림이나 목소리를 기억해 낯선 얼굴이 동네어귀에 나타나면 ‘깍 깍’ 하고 울어댄다. 이런 까닭에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했던 것이다. 까치는 사람을 가까이하고 학습이나 모방까지도 잘하는 지능 높은 새로 알려져 있다.
까치는 참새목 까마귀과에 속하는 텃새로 까마귀보다 조금 작다. 날개 끝은 진보라색이고, 꼬리는 푸른 광택을 내며, 어깨 깃과 배는 하얗고, 나머지는 모두 검은색으로 서로 잘 어울리게 섞여 있다. 까치는 재미있게도 머뭇거리듯 조촘조촘 ‘까치걸음’을 하고, 엉금엉금 걷기도 하며, 날렵하게 깡충깡충 뛰기도 한다. 까치는 항상 친근감을 주던 새였다. 어린시절, 실을 매 뽑은 앞니를 들고 처마 밑에서 ‘까치발’을 하고 “까치야, 까치야, 헌 이 갖고, 새 이 다오”라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지붕 위로 집어던졌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까치가 가까이서 울면 길조(吉兆)가 든다고 믿었던 그 길조(吉鳥)가 농작물 등에 피해를 줘 요즘은 어쩌다가 천하에 몹쓸고 고약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까치는 부부간에 정이 돈독해 평생 일부일처로 지낸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수백 마리가 떼를 짓는데 이는 지난해 부화된 새끼들이 서로 눈을 맞추며 집단으로 맞선보기를 하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우리 젊은이들도 까치처럼 좋은 짝을 만나길 빌어 본다.
글=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출처] 세계일보 & Segye.com2018.01.18
/ 2021.09.15 옮겨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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