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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IQ의 유전성 이야기 (2021.08.28)

푸레택 2021. 8. 28. 20:43

■ IQ의 유전성 이야기 / 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TV 방송의 영재 프로그램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영재의 판단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영재가 단순하게 지능지수(知能指數)인 IQ(Intelligence Quotient)를 중심으로 평가됐지만, 지금은 다원적 평가기준으로 IQ와 상관없이 특정 분야에서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른 특출한 기량을 발휘하는 아이가 영재로 불리고 있다. 영재의 개념에 대한 이런 변화가 아이들이 공부에만 매달리지 않게 하는 전환점이 돼야 하지만, 아직 학업성적에 집중하는 부모들의 마음은 열리지 않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재능을 타고 태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단순히 IQ가 높은 사람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서 독창적인 창의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진정한 성공은 어떤 목표를 향해 열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노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는  IQ가 높은 사람도 사회생활에서 낙오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IQ는 1905년에 프랑스 심리학자 의사인 알프레드 비네(Alfred Binet)가 취학연령에 이른 아동들 중에서 정신지체아를 가려내기 위해 처음 고안한 것으로, 선천적인 지능의 검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신지체아나 학습 불능아를 식별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다. 지능의 발달 정도를 수치로 나타내는 IQ는 정신연령을 생활연령(또는 신체연령)으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해 산출(IQ=정신연령/신체연령×100)한다.

같은 연령대에서 보통 수준의 IQ는 신체연령과 정신연령이 동일한 100이다. 지능검사에서 10세 아이가 12세 아이들과 비슷한 문제 해결력을 보이면, 그 아이의 신체연령은 10이고 정신연령은 12로 IQ는 120(12/10X100)이 된다. 그에 반해 10세 아이가 8세 아이들과 비슷한 문제 해결력을 보일 경우 IQ는 80(8/10X100)으로 평가된다. 이런 IQ의 유전성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IQ의 유전성은 청·장년기에 비해 어린 시절과 나이가 들어가며 더 높게 나타나는 ‘작용과 반작용’의 유전효과로 설명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선택권이 적어 IQ의 발현에 유전성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만, 청·장년기에 이르면 주변의 환경에 대한 선택의 자유가 증가하며 유전성보다 환경 요인의 ‘작용’이 IQ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장년기가 지나 더 나이가 들어가며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지면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 경감되며 다시 IQ의 유전성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IQ는 쌍생아를 대상으로 많이 연구돼 왔다. 쌍생아 중 1/3 정도는 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만나 수정된 다음 2세포기에 두 세포가 따로 발생해 태어나는 일란성(一卵性)으로 유전자가 거의 100% 일치한다. 그래서 일란성 쌍생아들이 같은 환경에서 자랄 경우 겉모습이나 행동이 매우 비슷하게 나타난다. 그에 비해 서로 다른 정자와 난자가 동시에 수정돼 태어나는 이란성(二卵性) 쌍생아는 함께 출생하기는 하지만 다른 형제나 자매들처럼 유전자가 평균적으로 50% 정도 유사하게 태어나며, 성(性)이 다르게 태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란성 쌍생아들은 같은 환경에서 자라도 다른 형제자매들처럼 겉모습이나 습관 등이 많이 다르게 나타난다.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IQ의 평균 상관계수 비교 조사에서 일란성은 0.86으로 이란성의 0.60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래서 IQ의 형질은 50% 이상이 유전성인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에는 IQ에 유전성보다 환경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IQ만으로 소질이나 적성, 성공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에 우등생이 아니었다는 사실로부터 알 수 있다. 천재과학자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나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처칠 그리고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카프카도 어린 시절 학업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적 능력을 알기 쉽게 숫자로 나타낸 IQ가 학업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지만, IQ는 학습능력 측정 지수가 아니라 여러 영역의 지적능력을 합산해 나타낸 지수로 학업성적과 직결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학교 교육현장이 IQ 중심의 지적능력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며, 독창적 사고와 창의력을 키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갈 수 있는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

글=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생물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박사